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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떡 Oct 04. 2024

엄마랑 안 싸우기,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직장 동료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엄마와 싸워본 적이 없다는 것! 직동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어머님은 그 결정을 존중해 주셨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와 싸웠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엄마랑 싸운다는 건 어떤 감정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고 한다.


직동이 남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의 일이다. 남친이 있는 것조차 몰랐던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역으로 마중을 나와 달라고 울며 얘기했다고 한다. 당시 직동은 본가에서 나와 서울에서 홀로 자취를 하고 있었다. 대학생 딸의 첫 이별 이야기를 들은 어머님은 KTX 역으로 딸을 데리러 왔고 둘이서 짧은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어머님은 전남친에 대한 것은 묻지 않으셨고, 그저 살다 보면 더 좋은 사람이 생긴다는 위로만을 전해주셨다고 한다. 직동의 이야기를 들으며 궁금해졌다. 의지할 수 있는 부모님이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우리 가족의 싸움은 이런 느낌이다


얼마 전 동생의 월급 관리 문제로 엄마와 다퉜다. 웃기지 않은가? 내 월급도 아니고, 동생의 월급 문제로 엄마와 싸우다니! 심지어 그때는 동생이 첫 월급을 받기도 전이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동생이 취업하자 아들이 월급을 잘 관리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긴 엄마는 적금 통장을 개설해 자신한테 달라고 하셨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매달 적금 통장에 이체하는지 본인이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며 내 귀를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살 이후 단 한 번도 알바를 쉬지 않으며 돈을 벌어온 내겐 월급 관리에 대한 간섭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


(필자): “무슨 소리야? 월급은 OO이가 직접 관리해야지. 엄마가 왜 매달 저금하는 걸 확인하려고 해?”
(엄마): “자식 돈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부모가 돼서 내가 그 정도도 확인 못 하니. 그럼, 부모는 왜 부모니?”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시며 눈물을 훔치셨다. 순간 내가 더 강경하게 쐐기를 박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동생에게도, 엄마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리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필자): “엄마, 이제 OO이도 성인이야. 지금은 엄마 눈에 부족해 보여도 OO이를 믿어줘야 해. 그래야 나중에 더 큰 돈을 벌게 됐을 때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힘이 생겨. 지금 OO이에게 필요한 건 감시가 아니라 신뢰야.”


끈질긴 설득 끝에 엄마는 알아서 하라며 자리를 뜨셨다. 결혼 후 내가 너무 변했다는 첨언과 함께. 동생은 조용히 엄마와 나의 다툼을 지켜보았다. 내가 엄마를 막지 않았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냐고 묻자 “통장 하나 만들어서 엄마 줄 거였어. 대신 적금은 안 하고.”라며 시니컬하게 답했다. 참 불(속성) 효자다운 답변이다.


그래도 웃으며 극복해 본다!!! 


집으로 돌아오며 직장 동료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감정 소모가 아닌, 소모된 감정을 채워주시는 부모님이라니! 참 본받고 싶은 관계다. 시간이 더 흘러 우리 부모님도 자녀들의 독립을 100% 받아들이시면 이런 무의미한 언쟁을 멈출 수 있을까? 지금이 우리 집의 독립 과도기이길, 이 시간을 현명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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