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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Oct 20. 2023

서로 다른 식탁 매너와 음주 문화

서구식 식탁 매너, 만찬 매너

'와인' 문화 

여러 나라의 음주 문화

무슬림의 식탁


서구식 식탁 매너

식사를 함께 나누는 것은 상대에 대한 호의이며, 친근한 마음으로 음식을 권하는 방식은 모두 비슷하다. 우리가 옆 자리의 서구인에게 ‘어서 드세요’ 라거나 ‘많이 드세요’라 하듯이, 미국인도 우리에게 ‘Help Yourself’ 혹은, ‘Good Appetite!’ 또는 이태리 말로 ‘Bon Appetito!’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젓가락 드는 타이밍은 물론, 함께 나누어 먹을 양까지도 적당히 눈치껏 먹지만, 서구인은 "많이 드세요"는 말이 나오자마자 자신의 입맛대로 '마음껏' 먹는다. 주변을 의식하는 눈치 문화가 없는 탓인지, 풍요롭게 자란 탓인지 먹을 때는 ‘사양’하기보다 편하게 먹는다. 무슬림도 서구인처럼 주위의 시선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우리처럼 미리 음식량과 사람 수를 헤아림을 한 뒤 그에 맞추어 ‘눈치껏’ 먹을 줄을 모른다. ‘눈치’에 대립되는 ‘둔치’라고나 할까?

 

의정부 '캠프 레드클라우드' 본청

초급 장교 시절 의정부에 있던 한/미 연합야전군 사령부(캠프 레드클라우드)에서 근무하였다. 당시, 우리 육군은 우리 군 장교들이 미군 장교와 함께 식사하도록 식비를 지원하여, 사령부‘지휘관 식당 (C/G Mess)’에서 식사하게 하였다. 그런데, 이 식당의 식사는 좋았지만, 좋은 음식을 찾아서 먹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여기서는, 식탁에 앉으면, 호텔 식당처럼 여종업원이 매번 주문서를 들고 와서, 함께하는 미군 앞에서 까다롭게(?) 음식을 주문받는 바람에 속으로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은 그런 주문이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계란이나 스테이크, 그리고, '사이드 디쉬'를 어떻게 요리해 달라할지? 심지어 음료수조차 뭘 주문할지 생소하였으니…


식탁세팅 사례(출처: 중앙일보)

어느 날, 시간을 내어 매니저에게서 각종 음식을 주문하는 법을 배웠다. 각종 메뉴에 대한 이해에 이어, 착석 자세, 냅킨 사용법, 빵을 뜯는 것, 포크, 나이프의 사용 방법은 물론, 와인 잔 종류, 헷갈리기 쉬운 빵 쟁반과 물컵 위치('좌빵 우물'), 포크, 나이프는 종류별 사용법과 '바깥부터 안쪽으로' 사용해 나가는 순서와 식사 중 이석시나 식사 종료 시 놓는 법, 그리고, 감사함 표시 방법으로부터, 뜨거운 수프는 입으로 '호호' 불지 않고, 스푼으로 저어면서 식힌 뒤 먹는다든지, 식탁 위에 절대로 팔꿈치를 올려놓아서는 안 된다는 등 식탁 예의에 이르기까지… 대충 마스터(?)를 한 셈이었는데, 이런 상식이 의외로 나중에 미국이나 오스트리아 등 해외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왜냐하면, 그게 서구인의 일상이었으니까. 


이처럼, ‘주문법’이나 ‘식탁 예의’는 서구에서는 음식 못지않게 중요하다. 관광객이야, 한 번 가면 언제 또다시 거기에 가겠나?”라거나 “밥 먹는 절차가 무슨 대수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있지만, 여행의 또 다른 목적은 현지인과 어울리며 '현지 관습'을 배우고, 좋은 것은 ‘우리 화’하는 것이니, 그런 절차를 알면 좋을 것이다.


서구식 만찬 매너

그런데, 외국에서 살다 보면 손님을 집으로 초청하여 만찬을 같이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에 대한 절차도 필요하다. 먼저, 만찬 전에 손님이 집에 도착하면 식사 준비 전까지 거실에 마련된 가정식 바에서 식전주를 들거나 음료수를 마시며 잠시 환담을 나눈다. 그리고, 안주인 (호스티스)이 "식사가 준비되었다"라고 알리면, 주인 (호스트)의 안내에 따라 식탁의 각자 자리에 착석한다. 이럴 때 앉는 자리 배열이 바로 의전이다. 참고로, 서구의 식탁은 12진법에 따라 6의 배수로 좌석 수가 정해진다. 통상, 호스트 내외는 식탁의 좌우측 끝자리에 앉으나, 만약 귀한 분이 있다면 식탁의 중앙에 모시고, 마주 보고 호스트가 앉고 나머지 인원들은 순서대로 앉는다. 


그리고, 음식이 모두 차려지면, 반드시 호스티스(안주인)의 "드시지요"라는 신호에 따라 수저를 들도록 한다.  요리와 더불어 '식탁주'인 와인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흰색 고기류인 생선과 닭요리에는 ‘화이트’ 와인이, 붉은 고기류인 육류와 소스가 강한 요리에는 ‘레드’ 와인이 어울리는데, 메뉴를 보면 만찬에 나오는 요리의 종류도 대충 이런 순서로 맞추어 있어, 자연스레 ‘화이트’ 와인이 먼저 나오고, 이어서 ‘레드’ 와인이 나온다. 하지만, 술을 즐기는 대 원칙은 자신의 건강과 주량껏 마시는 것이다. 남에게 "더 마시라"라고 권할 필요도 없다. 참고로, 와인은 자신이 직접 따르는 것이 아니라, 호스트든 웨이터든 누군가가 줄어들만하면 채워준다.


그런데, 천으로 된 냅킨을 쓰는 서양과 달리, 우리 중에는 가끔 무슨 영문인지 종이 냅킨을 쓰는 가정도 있다. 이럴 경우 식탁은 다소 흐트러진 모습이 되니 주의해야 한다. 우리와 달리, 서구인은 물론 일본, 중국인도 식사 도중에는 버린 종이 냅킨이 식탁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불결하다'라고 생각하니, 종이 냅킨은 사용 후 처리에 정말 주의해야 한다. 지금이야 기겁할 일이지만, 얼마 전까지 한국의 일부 식당이나 가정에서는 '화장실용 두루마리 휴지'를 냅킨 이라며 식탁에 내어놓기도 했었다. 비용 절감보다 무딘 감각 때문이었다.


그다음, 식후주는 '디저트' 개념인데 우리는 과일을 선호하지만, 소화를 촉진하기 위해 '코냑' 등이 나오기도 하고, '단 것'(Sweet)용으로 '아이스 와인'이 나오기도 한다. 다만, 취할 정도로 마시기보다, 슬슬 떠날 준비로 몸을 추슬러야 한다. 일반적으로, 무슬림은 커피나 영국식 홍차에 설탕과 우유를 탄, ‘샤이’라고 부르는 ‘차(Tea)’를 마시며, 식후에도 비교적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눈다. 이집트에서는 남자와, 여자도 서구식 권련 담배 대신 물과 연결된 기다란 줄의 ‘시샤’라는 물담배를 즐겨 피우는데, 연기를 들이마시면 박하 등 향도 섞여 있어 매우 순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니코틴 함양은 높은 편이다. 얼핏 보면, 우리 선조의 곰방대가 연상된다. 


참고로,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오면 손님들이 알아서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저녁 7시 정도에 만찬을 하도록 초청을 하였다면 미국인은 대부분 10시 전후에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서구인 중 특히, 프랑스인은 늦게 와서 늦게 떠나는 경우가 많아 거의 12시까지 남아 이야기를 나누려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는 남의 집에 피초청되면 맨 먼저 일어나거나 맨 마지막까지 있는 것은 가급적 피하였다. 그리고, 초청행사 시 손님이 떠날 때는, 비록 친한 사이라도 굳이 한국 식으로 “좀 더 있다가 가라”라고 붙잡지 않고, 주인 부부가 출입문 밖까지만 손님을 배웅하면 된다. 가끔, 한국 식으로 차 타는 데까지 배웅하는 사람이 있는데...이는 손님에게 실례다.


‘와인’ 문화 

동양이나 이슬람, 그리고 서구 등 문화권별로 즐겨 마시는 대표적인 음료가 있다. 불교등 동양은 차(茶)를, 이슬람은 차와 커피를, 그리고, 서구 기독교 문화는 커피나 와인을 즐겨 마신다. 


그런데, 마음을 다스리는 '차'와, 이성(理性)과 절제를 추구하는 '커피'와 달리, '와인'은 알코올로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음료이다. 하지만, 기독교는 와인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며, 최고의 음료로 치고, 종교적으로 '예수의 피'를 상징하는 만큼, '미사주'로서 성찬 성례 행사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와인의 역사가 구약성경에서 보듯 수천 년 전 '노아'(창세기 9:20~21. 이는 대략 BC 4,500여 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메르인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음) 때부터 시작되었고, 기독교가 발흥하였던 지중해 연안 지방은 포도 재배에 적합한 기후로 BC 7세기부터 와인 산업이 크게 발달하였던 영향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독교 영향권이었던 일부 지중해 연안은 AD 8세기경 이슬람의 확산으로, 이슬람으로 개종되었다. 이슬람은 술을 금기시한다. 모함마드는 인간을 취하게 만드는 와인을 혐오하며, 종교적 경건함은 맑은 정신에서 나오는데 술에 취한 몽롱한 정신은 혼란의 시작이다라며 금주령을 내렸고, 꾸란은 술과 도박에 대하여 ‘죄악이 이익보다 크다’(꾸란 2: 219)고 기술하며, 율법상 술은 ‘사탄의 소행’(꾸란 5:90)으로 죄악시한다.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나라는, 음주 행위는 금기사항으로 무슬림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철저히 금지되며 종교경찰에 적발 시 바로 감옥행이다. 특히, 율법에 엄격한 '사우디'는 영공을 항행 중인 모든 국내, 외 민간 항공사의 비행기 기내에도 술을 금지한다. 무슬림은 술 대신, 정신을 맑게 해주는 '커피'를 선호했다. 그들은 커피를 '가브리엘' 대천사가 '모함마드'에게 전해 준 기호식품으로 믿는다. 그러나, 커피가 아랍 문헌에 등장하는 것은 AD 900년 경이고, 커피가 이슬람 세계에 퍼진 것은 15세기 중반이니, 신앙적 믿음과 다소 시차가 있다. 


이슬람과 달리, 유럽에서 와인은 오랜 시간 기독교와 더불어, 문화와 예술 속에 함께 어우러져 왔다. 

   

‘켈러 (셀러)’라고 부르는 지하 와인 저장고 속의 포도주와 저장통

필자가 살았던 오스트리아에는 ‘다뉴브’ 강변의 포도원에서 생산된 품질 좋은 포도로 만든 포도주가 많이 있다. 오스트리아는 많은 양을 생산하여 잉여분을 수출한 프랑스와 달리, 질 좋은 포도주를 내다 팔기보다 가족과 친지들을 위해 생산, 보관하는 자급자족으로 관리하였기에 포도주가 대외적으로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말을 증명이나 하듯, 이 나라에는 정말 많은 ‘와이너리’가 있다. 


와인은 온도에 민감하여 보관이 어렵다. 보통 레드 와인은 14~18℃, 화이트 와인은 8~13℃, 스파클링 와인은 6~8℃가 가장 좋은 맛을 내는 온도이니, ‘켈러’(영어로는 셀러)라는 지하 저장고도 '와이너리'마다, 음식점마다 있는 듯하였다. 어떤, 음식점은 아예 식사 자체를 지하 '켈러'에서 하는 곳도 있다.


오스트리아등 서구인은, 와인을 오찬이나, 만찬에 늘 곁들일 정도로 식생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며,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도 와인이 선택되어야 마무리된다. 그만큼 와인은 그들의 생활 한가운데 있다. 이들은 자신이 초대받았을 때, 주인이 어떤 음식을 내어놓는가?”보다 어떤 와인이 나오는가?”로 자신을 어떻게 대우하는가?”로 느낀다 하니, 와인 선택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지만, 비싼 와인을 내어 놓으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빈티지'급은 아니라도 $20 ~ $50 정도 가격에서 찾으면 무난하다.


와인과 관련해서, 신약성경 요한복음(2:1 - 12)에서 언급한 바, 예수님께서 '가나의 결혼식'에서 포도주가 떨어지자, "항아리에 물을 채우라"라며 기적을 행하셨는데, 이 물로 된 포도주를 맛본 사람들은 "사람마다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고, 취한 후에 낮은 것을 내거늘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두었도다"라며 잔치의 기쁨을 더욱 풍성하게 하셨다는 말씀이 나온다. 좋은 포도주에 대한 모두의 열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와인은 선택 이외에 함께 마시는 '매너'도 중요하다. 술이라기보다 그들의 살아있는 문화이니까... 

 

여러 나라의 음주 문화

오스트리아에 함께 있었던, 스웨덴 무관은 필자와 무관단 회장단에서 같이 일하였였던 친분으로, 수 차례 그의 숙소 초청만찬에 초대되었는데, 매번 만찬 행사 방식이 달라 기억에 남는다. "밥 한 끼 먹는 데 뭐, 그리 복잡하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식사포함 4시간 정도 같이 보내는 시간은 그야말로 우의증진의 최고 기회다. 그의 숙소 식탁은 12인용이라 자기 부부 외에 항상 5 부부를 초청하였는데 행사 방식이 독특하여, 다양한 만찬 방식을 배웠던 셈이다. 참고로, '뷔페(Buffet)'는 이들 북유럽 국가가 원조인데, 당시에 음식이 풍부해서라기보다, 약탈하러 갔던 바이킹이 복귀할 때, 남은 가족이 모든 음식을 내놓고 베푼 위로연에서 유래했다.


여러 방식 중, 기억나는 것은 ‘바이킹’ 스타일의 권주 문화였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하면, 식탁에, 1인당 12개의 잔과 12개의 서로 다른 조그마한 위스키 병 ('쉬납스', 감자로 만든 도수 높은 술) 및 여러 악보를 준비하여, 주최자가 선창 하면 따라 노래하고 한 잔씩 마시는데 매번 노래가 달랐다. 강요는 없지만 자연스레 어울리며 천천히 취하는 ‘바이킹’식 권주가가 나름 운치도 있고 재미도 있어 부인들도 모두가 잘 어울렸다.


한국은 6.25 전쟁이라는 참혹한 전쟁을 치렀다. 많은 군인은 하루에도 몇 백 명씩 동료와 부하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에 전쟁 '트라우마'를 겪었다. 하지만, 병이 뭔지도 모르고 마땅한 치료도 없이 그저 술로 달래다 보니 은연중 알코올 중독자도 많이 생겼을 것이다. 과거, 군 지휘관들은 "군은 사기를 먹고사는 집단"이라며, 맨 정신이 아닌 폭음으로 일체감을 다졌다. 당시의, 궁핍한 경제력으로 많은 인원이 가장 쉽게 "으쌰~, 으쌰~"하는 데는 '폭탄주'만 한 대안이 없었다. 빨리 취하려고 빈 속에 독한 술을 섞어 마셨으니, 건강 악화는 피할 수 없었다. 군의 술 문화는 사기와 충성을 확인하는 계급과 권위의 강압이었다. 한 세대에 걸친 군부 집권으로 군의 술 문화는 자연스레, 대학과 각종 직장 등 사회로 퍼졌다. 과음 천국이 되었다. 술은 자기 능력껏 마셔야 한다.

 

우리나라는 좋은 술이 있으니 한잔하자는 식으로, 한 가지 술을 마시며 여러 가지 술을 섞어 마시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서구인은 요리를 맛있게 먹으려 좋은 술을 마시자며 여러 종류를 마신다. 따라서, 만찬에서는, 식전에 마시는 술, 식사 중에 마시는 술과 식후에 마시는 술이 서로 다르다. 때문에, 신사라면 식탁에서 반주로 마시는 천차만별의 술(와인) 중에서 자신이 준비한 요리의 참맛에 맞는 술로 어떤 것이 좋은지?”, 어떤 술잔이 어떤 술을 맞는지? “에 대한 조예도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일본은 한 술 더 뜬다. 일본에서는, "좀 대접받았다 싶은 식사라면, 요리가 12개 정도에 4가지의 와인, 혹은 와인 2가지에 '니혼슈'라는 '일본식 정종' 2가지가 곁들여져야 한다"라고 하니, 세계인들의 요리와 술에 대한 조예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무슬림의 식탁

그런데, 식사 문화가 우리나 서구와 달리, 무슬림은 음주를 하지 않으며, 서구식 포크와 나이프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음식을 먹는다. 이들에게 아무리 오른손의 역할이 중요하다지만, 왜 많은 무슬림은 불결할 수도 있는 손(가락)으로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것일까? 그 이유를 뜻밖에 인도인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인도인도 무슬림처럼 손을 사용하여 음식을 먹는데, 그들은 음식의 촉감과 온도를 입과 손가락에서 느낄 수 있기에 '맛'을 훨씬 더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손으로 밥을 먹는 방법은 오른손 검지, 중지, 약지를 붙여서 밥을 적당히 누른 후 뜬 다음 엄지의 손톱 부분으로 입안으로 밀어 넣는 방식이다. 여기서, 대부분 손가락 두 번째 관절까지만 사용한다. 이처럼, "음식을 더 즐기기 위해" 손을 사용하는 것이라니... 할 말이 없다.  


그 때문에, 인디아의 대부분 레스토랑에서는 식탁에 레몬을 띄운 물 한 그릇이 나오는데, 이는 손가락을 닦는 '핑거볼'(Finger Bowl)이다. 혹, 더운 날, 여행 중 목마르다고 이 물을 벌컥 들이켜서는 안 된다. 어떻든, 인도나 무슬림 국가 여행을 여행한다면 길거리 음식을 권하지는 않지만, 만약에 현지인처럼 손으로 음식을 먹는데 도전하려 한다면, 물티슈나 손 세정제를 미리 준비하여 손을 깨끗이 닦고 먹어야 한다. 


유목 생활이 기반인 무슬림이 먹는 빵은 밀가루 반죽에 우유를 첨가하여 얇게 2중으로 눌러서 만든 원형 빵이다. 이들은 구약성경의 가르침대로 '무교병' (효모를 넣지 않은) 빵을 먹는다. 이는, 인디아나 파키스탄에서는 '난'이라 부르고, 이집트 등에서는 '에이쉬'라는 건데, 얇은 빵 양면 사이에 야채나 고기를 넣어 먹는 빵이다. 특히, '에이쉬'는 납작하게 붙은 '난'과 달리, 화덕에 구우면 가운데가 봉긋하게 솟아올라 교포들은 '공갈빵'이라 부른다. 이들 빵은 맛은 괜찮은 편이다. 이처럼, 빵이 주식이니, 이들 국가에서는 독재는 참을 수 있으나빵값이 폭등하면 바로 폭동이 일어난다. 미국의 밀가루 원조가 친미 독재정권 유지의 기반이다.


무슬림이 먹는 고기는 통상 ‘할랄(허용된 것)’ 식품으로 부른다. ‘할랄’은 ‘음식과 생활에서 허용된 것’이다. 주로, ‘이자’, 음주, 도박, 음란물, 마약 등 알라(신)이 금지한 걸 제외하고 허용되는 모든 생활 지침이나, 좁은 의미로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동물고기를 말한다. 이들은, 소, 양, 닭, 생선 등 율법에 허락된 이들 육축이나 생선을 죽일 때 율법에 따라 ‘메카’ 방향으로 머리를 바라보게 한 뒤, 3번이나 ‘알라(신)의 이름으로’라며 외치고 목을 자른다. 이는 이슬람 율법을 거친 생명존중 방식이며, 이 과정에서 신께 고하고 도축하며, 신선도 유지에 주의를 기울인다. 때문에, 소, 양 등의 도축한 고기가 청결하다고 알려져서 서구에서도 인기가 많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절대로 먹지 않는다. 이슬람이 더운 지방이라 돼지고기가 쉽게 상하기도 하지만, 일부는 ‘구약성경 (신명기 14:8, 돼지는 굽은 갈라졌으나 되새김질을 못해 너희에게 부정하니)’의 가르침 때문이다. 이집트인은 비둘기를 길러서 잡아먹는다. 이집트 농촌 지역을 지나다 보면 농부가 만들어 놓은 '비둘기 집'을 많이 볼 수 있다. 비둘기를 잡아 깃털 빼고 나면 먹을 게 뭐가 있다고?” 음식점에서 비둘기 몸체에 쌀밥을 넣은 음식 (‘하맘 피르타겐’)을 호기심으로 먹어보았는데... 아니다 다를까 맛도 먹을 것도 별로였다. 


피라미드가 보이는 '카이로 Mena House 마리오트' 호텔 식당

참고로, 식탁의 품격 중의 하나는, 식사 중에도 식탁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영향 탓인지, 이집트의 호텔이나, 고급 식당에서 식사하면 약간 '특이한' 순간에 직면한다. 상술이겠지만, 웨이터는 한쪽 뒤켠에 서 있다가 고객이 식사를 미처 마치기도 전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와, “음식 그릇을 치워도 되느냐?”라고 묻는다. 식사 도중에 한, 두 번 묻는 게 아니고.., 매니저를 불러 그 이유를 물어보니, “외국인 손님이 음식을 먹고 난 접시가 식탁 위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을 싫어해서 얼른 치우려 한다는 답이었다. 나름, 위생 관념과 고객 배려 차원이라지만, 호텔에서 고객 노릇을 별로 해본 적이 없는 종업원이 '그 시점을 너무 빨리 잡는 게' 문제였다. 이집트나 중동지역을 방문하면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끝으로, 언제, 어디서든, 집이 아닌 식당에서 음주와 흡연을 할 경우, 항상 해당국의 법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한국은 흡연 장소를 벗어나서 담배를 피우면 벌금을 매기지만, 술은 아무 데서 마시고 술에 취해 돌아다녀도 된다. 이슬람 국가는 흡연은 되나 금주이고, 서구는 흡연은 건물 밖 15미터 벗어나면 허용되나, 음주 후에 숙소나 술집 밖으로 돌아다니면 벌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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