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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Oct 20. 2023

서로가 다르게 느끼는 '냄새'와 '소리'

서로 다른 음식과 냄새 

몸에서 나는 냄새, 몸에서 나는 소리

식당의 소음


서로 다른 음식과 냄새 

우리는 삶의 조건에서 의, 식, 주를 가장 기본적인 사항으로 손꼽는데, 그중에서도 '의'(衣옷)가 가장 먼저 나올 만큼 옷을 중요했다. 조선시대에는 비록,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더라도, 의관을 정제하고 헛기침을 하고 젊잔을 떨며 자세를 바로해야 양반으로서 대접을 받는 세상이었다. 그로부터 백여 년이 지난 지금,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의, 식, 주의 순위인걸 보면 '체면과 겉치레'는 아무래도 우리의 DNA 인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이제 먹는 일은 단군이래 최고의 관심사가 된 듯하다. 


그런데, 서구나 무슬림은 우리와 달리, 처음부터 'Food (음식), Shelter (집), Clothing (옷)' 순으로 아예, ‘음식’(食식)이 가장 먼저다. 산업 사회에서는 생산력이 중요하니, 제대로 잘 먹는 게 경제활동이고, 정치 경제 등 사람살이가 모두 이 속에 있다는 것을 체험한 탓일 것이다. 자세히 보면, 잘 먹는 사람들은 먹는데 여유가 있지만, 음식이 모자란 식탁에는 먹는데 쫓기는 공포와 긴장이 감돈다. 반면에, 잘 먹으면 여유 있고, 기분 좋고, 머리도 잘 돌아간다. 이들처럼, 우리도 이제 잘 '먹는다'는 게 '우리 삶의 큰 일'이 되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 중에는 여전히 “살기 위해 먹는다는 사람이 대다수이지만, “먹기 위해 산다는 사람의 비중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처럼 중요한 게 음식이니, 외국에 나가서는 음식을 즐기기 전에 그들의 문화와 식생활 방식을 아는 게 중요할 것이다. 2023년 3월, 우리나라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였다. 같은 날 만찬을 2회나 하면서 음식으로 정상 외교를 이어간 것도 흥미롭지만, 음식 관련 인기 채널인 '고독한 미식가'의 일본 원작자를 만난 사실도 흥미롭다. 그의 미식가적 수준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류는 오랫동안 먹기 위해 많은 조리방법을 개발하였다. 날 것이나, 굽거나, 삶거나, 찌거나, 끓이거나, 튀기거나, 볶거나, 삭히거나... 등등인데, 이들 중에서 식감적인 측면에서 가장 뛰어난 방법은 “발효시켜서(삭혀서)”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남들이 흉내 내지 못할 뛰어난 우리 발효 음식은 아마도 5천 년 오랜 연륜의 문화 속에 발전된 ‘삶의 지혜’의 결과이다. 하지만, 이처럼 훌륭한 한식 중에서도, 일부 우리 전통음식은 그 독특한 맛과 향으로 쉽게 국제화가 되지 못한다. 청국장도 아마 그중의 하나일 것이다. 


오래전 미국 국방언어학교 유학 중에 W대위를 만났다. 활달하고 적극적인 친구였다. 급하게 선발되어 영어 교육도 못 받고 왔다고 늘 푸념하였지만, 낯선 환경에도, 항상 웃으며 서툰 영어와 손짓 발짓으로 적극적으로 대하여 보기에 좋았다. 하지만, 그는 매사에 너무 한국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가끔씩 문제의 중심에 섰는데, 그 하나가 독특하고 강한 냄새를 지녔지만 장(腸) 건강에 좋다는 ‘청국장(된장국)’ 관련 이야기이다. 


미국 국방언어학교(샌 안토니오, TX)

미국 국방언어학교가 있는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의 여름 오후는 낮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이다.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거의가 독신장교 숙소 (BOQ)로 돌아와서 지내는데, 필자도, 그날 별도 일정이 없어 숙소에 있었다. 그런데, 중앙통제식 공기순환기에서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 묘한 냄새가 흘러나왔고, 복도가 떠들썩하여 밖으로 나왔다. 일부는 냄새의 원인을 찾느라 코를 킁킁거렸는데… 


누가 불렀는지, 사이렌 소리와 함께 MP (헌병) 두 명이 급히 들어와 모두에게 “각자의 방문을 열어달라”라고 소리쳤다. 모두 방문을 열고 이상유무를 확인했는데, W대위의 방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알고 보니, 그는 부모님께서 정성껏 준비해 주신 청국장의 맛을 한껏 느끼고 있었다. 청국장 냄새가 중앙 공급식 냉방시스템을 통하여 각 방으로 배급된 줄은 상상도 못 하고… W의 당황해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주방도 없는 방에서 요리를 했으니, 규정위반이었지만 사건은 어쨌든 지나갔다. 그 사건은 W에게 좋은 경험이었을 것이다. 


긴 세월이 지난 후에도 비슷한 사례를 또 한 번 경험하였다. 국방무관으로 모 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유사한 일이 있었다. 어떤 주재원 부인이 남편을 도와 한국을 알리는 활동을 한다며, 현지인 손님들을 집에 초청하였다. 그런데, 부인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 가운데 잘 끓인 ‘청국장’도 있었는데 별로 인기가 없었던 모양이라고 푸념하였다. 하지만, 남편으로부터 "냄새가 엄청 강했다"는 한 참석자의 말을 듣고서야 ‘아차’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 맛을 보여주기 위해서 준비했다고 하지만,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그 독특한 냄새가 너무 강했을 것이다. 필자도 청국장도, 치즈도 좋아하지만, 어떤 종류의 치즈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다. 덕분에, “내가 좋아한다고, 남들도 좋아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한 때, ‘한식 국제화’가 이슈였다. 우리 정부가 한식을 적극 홍보하고, 또 K-팝 인기에 편승하여 ‘한식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우리 한식은 각국 현지인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비결은 '발효'식품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날 것을 먹는 생식이나 지지고, 볶고, 삶는 음식보다 훨씬 고차원적이다. 구운 스테이크나 햄버거처럼 '인스턴트' 음식만 먹던 미국인도 어느 순간, 우리의 '지극 정성'이 가미된 발효 식품에 한번 맛 들이면 그 맛을 쉽게 잊지 못한다. 덕분에, 김치 등 다른 발효 식품에 매료된 미국인이 많아져 한식 수요가 급증하였다. 얼마 전까지 뉴욕에서 가장 ‘트렌디’한 식당은 '일식당'이 아니라 '한식당'이라며 여러 언론도 이를 홍보하였다. 


하지만, 이는 일부 외국 소재 한식당의 이야기다. 아래 도표에서 보듯,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의 한식당에 대한 이미지는 맛과 메뉴의 현지화(국제화) 부족, 청결과 소음, 가격 문제 등으로 다소 부정적이다. 먹는 일은 단순히 미각의 문제가 아니라, 식감은 물론, 먹는 곳의 공간 분위기와 인테리어 등 느낌의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음식의 모양과 냄새와 '보글보글'거리는 각종 소리도 입 맛 돋우기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농수산부가 조사한 한식 평가 (출처: 동아일보)

그런데, 맛과 메뉴의 현지화(국제화)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발효식품 고유의 냄새 때문이다. 각종 발효식품은 우리 한식 요리의 기본재료로서, 조리 방법에 따라 다양한 냄새를 풍기는데, 입맛을 다지는 좋은 음식 냄새도 있지만, 발효 식품이 가진 독특하고 고유한 냄새가 강하게 나기에 현지인의 입맛에 맞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본 음식이 처음 서구에 진출하였을 때 이 부분 해소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냄새에 민감한 일부 서구인은, 간장 냄새는 물론, 김밥에서 김 냄새까지도 알아차린다. 


사실, 우리 음식의 고추장, 간장, 된장 등 장류를 포함하여 젓갈과 김치는 외국의 치즈나 요구르트, 카레, 향신료와 마늘, 양파 등은 ‘두리안’ 등 일부 과일류처럼 각각의 고유한 냄새를 갖고 있기에, 누구든 익숙지 않은 식당에 불쑥 찾아 들어가기는 부담스럽다. 뿐만 아니라, 이런 음식에 익숙한 우리는 전혀 못 느끼지만, ‘주변의 남들은 내가 풍기는 음식 냄새로 인해 괴로울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유학 시절, 혹시 모를 우리 음식 냄새 (김치에 들어가는 마늘 등)로 주변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까 봐 늘 각별한 신경을 써야 했다. 


몸에서 나는 냄새, 몸에서 나는 소리

음식 외에 담배 연기나, 겨드랑 냄새 등 몸과 관련된 냄새도 때로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숨이 막힐 정도로 고통스럽다. 비행기 요금이 이상하게도 인디아 ‘델리’에서 한국 ‘인천’을 경유하여 미국으로 가는 편이, ‘델리’에서 ‘인천’까지 가는 요금보다 훨씬 저렴하였다. 그래서인지, 인천공항을 경유지로 택하는 인디아 사람들이 많았다. 필자가 인디아에서 근무하다 대한항공편으로 휴가차 귀국할 때, 옆좌석 승객은 둥근 터빈을 두른 ‘시크교’도였는데, 며칠간 샤워를 안 했는지 그의 몸 냄새가 너무 진하여 몇 시간 동안 참느라 엄청나게 괴로웠다.


몸 안 씻는 사람 이야기를 하면, 한국전쟁에 불법 개입하여 불과 몇 달 만에 청천강까지 북진한 미군과 연합군을 도로 38도선 이남으로 몰아낸 중공군 총사령관 '펑더화이'도 몸을 씻지 않기로 유명했다. 그는 한국전 개입초기, 평안북도의 한 동굴에서 밤낮 주야로 지도를 보며 전쟁을 구상하거나, 지휘를 하느라 잠시라도 지도를 떠나지 않고 넉 달 이상 몸을 씻지 않았다고 한다. 급기야 피부병까지 생기자, 참다못한 부하들이 '마오쩌둥'에게 보고하여 휴양차 중공으로 일시 귀국을 시킨 일은 전쟁사에도 등장하는 이야기다. 오죽하면, 돼지와 중국인을 한 방에 넣어두면 '돼지가 냄새에 못 견디고 방 밖으로 튀어나간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었을까?      


2023년 잼보리대회는 많은 에피소드를 남겼다. 한 외국대원은 "한국인 대원들은 땀을 흘려도 냄새가 나지 않는다"라고 신기한 듯 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은 몸에서 땀 냄새가 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그래서, 씻거나, 화장에 소홀한 사람들이 많은 지 모르겠지만... 반면에, 외국인들의 겨드랑이 땀냄새는 대단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개발된 향수 등 일부 화장품은 따지고 보면 이런 냄새를 가리기 위한 냄새이다. 근대 고급 향수의 제조법은 '연금술'을 추구하던 아랍인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십자군 전쟁 때 서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이후, 향수는 프랑스 왕가에 얽힌 화장실 등 여러 에피소드를 남겼지만, 지금은, 이태리, 프랑스 등 서구 브랜드 향수가 세계적인 유명세를 타면서 많은 무슬림을 포함한 남녀불문 세계인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몸에서 나는 냄새가 한국인과 외국인이 다르듯이, 몸에서 내는 각종 소리도 동, 서양의 관점이 다른 듯하다. 

우리는 물론, 상대를 배려한다는 일본에서도 라면을 먹을 때는 ‘후루룩’ 거리는 소리를 내는 게 맛있게 먹고 있다는 표현이란다. 그렇지만, 같은 면 종류임에도, 서구인은 이태리 식 ‘파스타’를 먹을 때, 스푼에 돌돌 말아먹으며 절대로 소리를 내지 않는다. 서구인의 식탁 에티켓은 비교적 엄격하다. 특히, 먹을 때 ‘후루룩’, 쩝쩝 소리와, 트림, 방귀 등 몸에서 나오는 일체의 소리를 내지 않고, 입안에 들어간 것은 도로 내뱉지 않아야 한다 (웬만한 씨는 미리 걸러 먹지 않거나 입에 들어가면 씹어 먹어야 한다. 그럴 수 없는 ‘올리브’ 씨는 예외다). 


스푼과 포크로 돌돌 말아서...

그렇지만, 우리 식대로 라면이나 국수를 ‘후루룩’ 소리 내어 먹듯이 이태리의 ‘파스타’를 소리를 내어 먹으면 안 될까? 원칙은 없다. 방법이야 어떻든, 각국마다 요리방식과 먹는 방법이 다르니 먹을 때 소리가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가급적 최소화하는 것이 남과 더 잘 어울릴 수 있는 방편일 것이다. 


그렇지만, ‘꺼억’하는 트림 소리를 내면서 ‘아, 잘 먹었다’는 옛 어르신들의 표현방식은 절대 금물이다. 일단, 식사시간이든 아니든 간에, 트림이든, 재치기든 방귀든 가래침 뱉는 소리 든 남 앞에서는 몸에서 나는 소리는 무조건 최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음식을 먹기 전에 ‘가스’ 물을 마시면 속은 시원하나 트림이 절로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때도, 역시 ‘Execuse me’ 다. 탄산수는 우리에게 좀 생소하나, 서구나 남미의 식당에서는 거의 반드시 생수나 탄산수를 주문한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는 생수를 ‘가스’ 여부에 따라, 천연수는 ‘미네랄 바사(Mineral Wasser, 즉 Ohne Gas)’로, 탄산수는 ‘스파클링 워터(Sparkling Water, 즉 Mit Gas)’이다. 유럽계 이민이 많은 아르헨티나도 스페인어로 생수를 '싱가스(Aque Sin Gas)', 탄산수는 '콩가스(Aque Con Gas)'라고 부른다. 


팔목으로 입을 가리고 '재치기' 하기

다른 이야기이지만, 한국인이 예의 없다고 지적당하는 하나의 모습은, 입을 가리지 않고 하는 그대로 내뱉는 우리식 재치기인데, ’에취~‘ 소리를 내며 큰 재치기를 하는 쪽은 시원하겠지만, 분비물이 좌, 우로 흩날린다. 서구는 재치기하려면 무조건 팔목으로 가린다. 그리고 “Execuse me” 한다. 이에, 주위에서 민망치 않도록 “God Bless You!”로 응대한다. 아마, 중세 유럽의 '페스트' 전염병 이후 '재치기'에 대한 염려로 나온 현상이 아닌가 싶다. 한 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전국이 얼어붙자, TV  방송 등은 기침이나 재치기를 할 때 "팔목으로 가리고 하라"라고 홍보하였다. 이제부터 기침 예법이 위생적으로 바뀔까?


언젠가 외교단 만찬에서 약간 민망스러운 일이 생겼다. 누군가의 ‘방귀’ 소리가 난 것이다. 모두 애써 외면하고 지났는데, 동석한 프랑스 무관 부인이 “방귀나 트림은 화장실에서 해야 한다며 정색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싸~’해졌던 적이 있다. 만약, 이런 생리적인 소리가 무의식적으로 나오면 시침을 떼기보다, 얼른, Execuse me”하고 실례를 인정하는 게 예의일 것이다. 


중국 베이칭 이화원

다만, ‘펭! 하고 코푸는 소리’는 식탁에서조차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코푸는 걸 막으면 ‘답답해서 '훌쩍'거릴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허용하는 거다. 하지만, 큰 소리로 가래침을 탁 뱉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 수영장 샤워장에 가면 가끔 가래침을 뱉기 위해 엄청난 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는데... 주위를 배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모습이다. 언젠가, 중국 베이징에서 ‘이화원’이라는 유명한 정원에 들렀다.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렇게나 뱉어낸 엄청난 가래침이었는데... 이 가래침 때문에 한동안 중국에 대해 매우 나쁜 인상을 가졌다.      


식당의 소음

서구의 식당을 가보면,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조용히 말하며 남에게 피해를 주기보다, 잔잔한 음악가운데 차분하게 대화하며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다. 나라의 차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과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의 차이일 것이다. 일본인들은 어려서부터 “남에게 ‘폐(迷惑, 메이와쿠)’를 끼치지 않도록 체득케 한다”라고 한다. 사람들이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민폐)' 미리미리 알아서 자신을 통제하여 남을 배려하는 이 같은 '메이와쿠' 정신이 동방예의지국이었던 우리에겐들 왜 없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남에 대한 배려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무 데서나 큰소리로 마구 지껄이지 못한다. 때론, 소곤소곤함이 더 유쾌하기도 하다.


중국 식당 (출처: KT그룹)

그런데, 언젠가 중국 여행 시에 어느 식당에 들렀더니, 몇, 몇 식탁에서 서로가 남이야 듣던, 말든 뭐라고 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큰 소리로 '아우성'치며, 동행자와 함께 흥분하여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중국인처럼 우리 가운데도, 식당에서 '왁자지껄'하고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며, 먹고, 이야기해야 '먹는 기분이 난다'라며 주위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크게 떠들어 대는 사람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가 오랫동안 이웃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탓일까? 목소리 큰 사람이 임자인지? 귀가 안 들리는 건지? 무슨 영웅심 때문인지? 자신의 사생활까지도 큰 소리로 마구 떠들어대는 사람을 바라보면 어이가 없다. 자기 개인의 이야기라면 귀머거리가 아닌 이상, 작게 말해도 될 일이지, 크게 말할 필요는 없을 텐데… 술이라도 한 잔 들어가면, 안하무인(眼下無人)으로 주위를 배려하고 떠드는 일부 사람들의 무례함은 그 도가 지나치다. 


더불어, 식당의 ‘격조’는 고급 식당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외국인들은 식당의 '맛'보다 '소리'에 민감하다. 식당에서 의자를 빼고 넣을 때, 콘크리이트 바닥에서 ‘삑, 삑’ 거리는 소리나, (고객이 많을 경우) 손님 앞에 음식 접시를 거의 내던지다시피 하는 무례한 서빙, 빈 그릇 수거 때 내는 ‘우당탕탕’하는 소리 등등, 별생각 없이 내는 각종 소리로 시끌벅적한 식당은 기피대상이다. ‘식당에서 소음은 절대 자제’라는 마음으로, “조금 만 더 조심하고 수고하면 더 좋은 식당이 될 텐데…” 식당 분위기가 조용하면 다른 고객도 괜스레 조용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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