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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Oct 20. 2023

인디아-파키스탄 분쟁지 카슈미르의 자연환경

경이로운 '카슈미르' 고산지대의 풍경

중동과 서남아의 '수상한' 물


기후나 강수 등 자연환경이 어느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삶의 전 모습을 좌우할 정도로 크다. 만약, 적당한 온도와 사계절의 차이가 분명하고, 물이 풍부하여 농경이 가능한 지역이라면 다양한 삶의 모습에 따라 종교, 사회, 문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연중 무덥고 메마른 사막지역에서는 유목에 의존하여 살아가므로 물자가 부족하고 단조로운 삶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고산 지대의 삶에서도 다를 바 없었다. 

      

세계의 지붕에 가까운 '카슈미르' 고산지대의 경이로움

카슈미르 고산지대 벼랑의 계단식 논농사

인디아와 파키스탄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는 한반도만 한 크기로 국경이 아닌 '통제선'으로 분단되어 있는데, 대부분 지역이 '힌두쿠시', '카라코아람', '히말라야' 등 세계의 지붕 격인 3개 산맥이 교차하며, 이곳에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 이어 제2봉인 'K2'가 위치한다. 이 지역에서는 평지도 해발 3,000m를 넘나드는데, 해발 200여 미터에 불과한 비엔나나 카이로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다. 유엔평화유지군 정전 감시단은 이런 고산지대의 '통제선'을 따라 양국의 군사적 활동을 감시한다. 


'카슈미르'의 주도로서 '인디아령'에 속하는 '스리나가르'는 고산 지역이지만 '달'이라는 넓고 아름다운 호수를 끼고 있는 대 도시로 주변에는 드넓은 평원지대도 있다. 하지만,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지역은 대부분 깊은 산속에 마을이 많고, 이런 곳에서 사람들이 양을 키우며 살아간다. 의식주 해결이 문제인데... 필자는 논농사를 평지에서만 짓는 줄 알았다. 그런데, 깊은 산속에서는 조그마한 평탄한 땅이 있으면 식량을 위해 논농사를 지었다. 경사가 급한 벼랑 사이사이에 계단식 논을 가꾸며 농사를 짓는 모습이 경이롭다. 그리고, 괜한 의문을 가져본다. 저런 지형에서는 '논농사에 필요한 물을 어떻게 대는지?' 물론,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을 터이다. 


고산지대의 소나무 

유엔정전감시단으로 이런 고산 지역을 순찰활동을 하는 동안, 필자가 경험하면서도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은 고도 4-5,000m 고지군 속의 3,000m 가까운 곳에도 소나무 등 큰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는 것이다. 고산지대는 기온이 낮고 강풍이 불며 연교차가 커서 땅이 얼고 녹고를 반복하여 식물이 성장하기 어려운 곳이다. 2,000m 미만에도 작은 관목만 자라는 한라산과 비교하면 순찰차의 GPS 고도 표시가 잘못된 것인지, 아니면 상식을 뛰어넘는 것인지… 


중등학교 때 배운 지식으로는 고산지대의 산림한계선이 식생 분포가 2,000여 m를 넘어가면 관목 지대조차 없는 걸로 알았는데, 이곳에는 꽤 큰 나무가 있었다...? 2,000m 이상의 고지대조차 없는 나라에서 살아온 필자의 중등학교 지식수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고도보다 기후에 따라 삼림대가 달라지는 듯하다.


높은 산악에는 빙하도 있었다(빙하의 단단함을 보여주기 위해 필자가 빙하 위에, 파키스탄 운전요원이 아래에 서있다)

또한, 이 지역 산악지대 곳곳에는 두터운 얼음 덩어리 빙하가 있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로 볼 때, 20여 년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파키스탄 과학자의 평가도 있었지만, 산속에 빙하가 있는 모습은 유럽의 고지대나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관목이나 야생 풀 등 식생은 다른 곳과 조금 다른 듯하다. 이곳에서는, 온통 잿빛이거나 맑은 곳은 에메랄드색을 띠는 빙하 녹은 물이 온 계곡을 무섭게 휘감는다. 이들 물은, 석회질이 다량 함유된 물이다.


앞서, 살펴본 이집트의 사막지역이나, 파키스탄의 '카슈미르'는, 자연환경이 단조롭고 척박한 데다 기후조건마저 열악한 환경에서 양 떼를 키우며 유목 생활로 보내는 어렵고 단조로운 삶이다. 이런 삶 가운데에서도 현지인은 '신에 의지하는 경건한 삶'을 최상으로 여긴다. 현대사회에 맞는 교육을 받고 적응하며 살려하기보다, 고지식한 조상의 생활방식을 주저 없이 택하였다. 


중동과 서남아의 '수상한' 물

- 미생물이 있는 물

우리 삶에 있어 물만큼 중요한 존재는 없다. '비엔나'에서는, 정수기 없이 수돗물을 마실 수 있다. 150여 년 전부터 돌로 만든 수로로 주변 산지의 눈 녹은 물을 시내로 끌어들여 정화처리를 한 뒤 공급하는 물로 정말 맑고 시원하다. 일본에서도 호텔은 물론, 마을 곳곳에 '음용수'라고 써놓은 음용수 대가 있다. 우리도 '아리수'라는 물이 있어 언제든 질 좋은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평상시 물의 고마움을 잘 못 느낀다. 


하지만, 전 세계 어딜 가든 맑은 물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곳은 그리 흔치 않다. 심지어는 물속에 손을 넣지 말라는 곳도 있다. 이집트 '카이로'를 방문하는 관광객 중에는 '나일강' 물을 만지려는 사람이 있는데 관광 안내요원은 “물을 절대 만지지 말라”라고 꼭 당부한다. 물론, 일반 물도 절대로 마셔서는 안 된다. 이상스럽게도, 무슬림이 다수인 이들 지역 물은 우리에게 맞지 않은 것 같다. 전문가 말로는 이집트 등 중동 여러 나라와, 파키스탄과 인디아 등 서남아시아 지역의 물속에는 무슨 풍토병처럼 특이한 ‘아메바’ 균이 있다는 거다. 


때문에, 이런 지역을 여행하는 외지인은, 면역성이 강한 현지인과 달리, 마시는 물은 반드시 시판용 생수를 사다 먹어야 하고, 심지어 4성급 호텔 뷔페에서 나오는 싱싱한 야채샐러드조차 씻는 과정에서 오염되었을지 모른다”라고 생각하고 조심해야 한다. 그렇기에, 야채는 웬만하면 안 먹는 게 상책이지만, 꼭 섭취해야 할 때는 반드시 레몬이나 소금, 식초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 이런 극도의 조심 덕분에 '카이로'에서 3년 동안 지내며,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며칠 동안 '나일 크루즈'도 해 보았지만 배앓이를 경험한 적은 없다. 


하지만, 파키스탄에서는 달랐다. 이곳에서 물을 잘못 마시고, 무서운 '배앓이'에 걸려 계속되는 설사와, 배를 쥐어짜듯이 아픈 고통을 며칠 동안 겪었던 적이 있다.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근교에는 골프장이 있어, 임무단 행정부장과 함께 주말에 골프를 쳤다. 더운 지역이라 9번 홀을 돌고 나니, 목이 말랐는데 탄산음료를 싫어하는 것을 눈치챈(?) '캐디'가 수돗물(일반 물) 한잔을 권하였다. '물조심'하라는 말을 들었지만, 별생각 없이 받아 마신 그 물로 인해 며칠 동안 거의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다. 무더위 때문에 '아차' 방심하였다.


이처럼, 이집트 못지않게, '카슈미르' (인디아-파키스탄 유엔 정전감시단) 지역의 음용수 문제는 심각하였다. 그런데, 유엔임무단 장교 중에서 유독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막, 한국 장교가 낯선 ‘아메바’ 균 문제로 프랑스나 이태리, 크로아티아, 남미 우루과이 등 다른 나라 장교와 달리 배탈 사고를 더 많이 겪었다. 군의관 말로는, 역설적으로 배탈 환자가 많은 나라의 수질이 "세계적으로 최고로 깨끗해서..."라고 하니 오히려, 한국인으로서 아름다운 금수강산에서 태어난 게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의 말대로, 우리 한국이 북유럽처럼  '지나치게' 깨끗한 물을 가짐으로써 오히려 면역체계를 무디게 만드는 건지... 어느 학자는 최근 들어, 해외를 여행했던 한국인 10명 중 7명꼴로 배앓이를 경험하였고, 한국 어린이의 16% 이상이 ‘아토피’ 성 피부염을 앓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이런 병은 이름조차 없었는데... 이 전문가는, 경제적으로 윤택해진 부모들이, "아이들을 깔끔하게 키우다 보니 오히려 아이를 더 약하게 만들었다"라고 한다. 자연식보다 가공된 음식을 먹고, 금수강산 질 좋은 물을 마시는 탓에, 외부 환경에 더 취약해진 것일까? 


그런데, 필자에게 이런 음용수 문제로 가장 곤혹스러웠던 순간은, 현지 군부대나 마을을 방문할 때이다. 우리의 임무는 지역 민심을 살피는 것이고, 그러려면 주민 속으로 다가가야 한다. 대부분 주민은 비록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지만, 인정이 많고 찾아오는 손님을 항상 따뜻하게 대접하는 것이 이들의 전통인지라, 방문할 때마다 친절하게 음식을 내놓고 권한다. 하지만, 물에 자신이 없으니 아무 음식을 먹기도 겁나고... 그렇다고, 유엔의 이름으로 지역 군부대나 주민을 방문하는 자리에서, 그들의 음식에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도 못하고… 


특히, 현지 음식은 향이 좀 강하여 물이 필요하고, 겉들여 먹는 야채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냥 물로 씻어 만든 샐러드이니 자신도 모르게 잔뜩 긴장된다. 때문에, 어떻게든 음식을 내놓지 않게 하려고 뜨거운 차 한잔만...”이라고 간청하지만, 때론 피치 못할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어영부영 편식하거나, 먹는 척해도 혹시라도 그들의 친절을 무시한다고 생각할까 봐 진퇴양난에 빠지기 일쑤였다.


‘카슈미르’ 산악지역 순찰 시 방문한 어느 여단에서 여단장과 오찬을 함께 하였다. 식사 후, 사과가 후식으로 나와 반가운 마음에 사과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약간 물기도 남아 있고, 세척 과정도 의심스러워서, 무디고 무딘 식탁용 나이프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사과를 깎고 있는데, 느낌이 이상하여 눈을 들어보니 20여 명의 군 간부 모두가 필자가 사과 깎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머쓱한 표정을 지으니, 모두가 얼른 눈을 돌린다. 여단장이 웃으며 한국인에 대한 여러 가지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사과를 깎아 먹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라고 말해 싸한 분위기가 이해되었다. 무딘 칼로 끙끙거리며(?) 과일 껍질을 벗겨내는 모습이 신기했던 것이다. 


이들은 과일을 통상 껍질 채 먹는다. 하지만, 필자가 굳이 깎아서라도 물에 씻은 과일을 피하려 했던 것은, 앞서 경험에서 보듯 ‘끓이지 않은 것’이나, ‘날 것’을 먹으면 예외 없이 배탈이 나니, 약간의 물기조차 무서워서다. 만약, 위생적이라면, 영양학적으로나, 환경문제로, 과일을 껍질 채 먹는 것이 국제감각에 맞을(?) 것이다. 하지만, 면역력이 없는 우리로서는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물은 마시기 전에 철저히 확인해야 했다. 


- 석회질이 많이 함유된 물

파키스탄이 장악한 '카슈미르' 지역은 주로, ‘히말라야’, ‘카라코람’, ‘힌두쿠시’ 등 3개의 산맥이 교차하는 산악 지역과 ‘시아첸’ 고원일대 등, 4~5,000m의 험준한 산악지형이다. 이런 고산지대에서는 깊은 계곡 따라 눈 녹은 물이 콸콸 흘러내린다. 물은 에메랄드 색이지만, 자세히 보면 석회석으로 물 색갈이 희뿌였다. 그런데, 이 물이 '카슈미르' 실지회복을 외치며 ‘카슈미르’ 통제선 가까이 건설된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주민의 급수원이다. 그리고, 이 물속에는 공포를 자아내는 '미생물' 못지않게 '석회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카슈미르 산속에서 흘러내리는 '에메랄드' 빛 계곡 물 

'이슬라마바드'는 인구 100여 만의 계획도시로 잘 정리된 구획에 커다란 저택이 많다. 때문에, 인근, '라왈핀디'에 본부를 둔 유엔임무단 근무자들은 이런 집을 통째로 월세로 얻어 산다. 그런데, 욕실은 현대식이지만, 샤워장의 샤워 꼭지가 물속의 석회질 때문에 허옇고 주변 물자국도 모두 허옇다. 


이 물로 샤워하면 머리카락이 뻣뻣하다. 어떤 이는 농담조로 매일 ‘머드팩’을 한다지만, 이 물을 마시고도 잘 살아가는 현지인들은 놀랍기만 하다. 외지인은, 물속 미생물로 배탈이 나서 며칠간 죽도록 고생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런 물을 마시고, 요리한 음식을 장기간 복용하면, 석회질이 몸속에 누적되어 문제 된다. 집이 좋으면 뭣하나? 기본적으로 물이 문제인데… 


필자가 유엔 임무단 재직 시, 이런 물 탓으로 유엔군 장교들 중 응급환자가 발생하여, 긴장하였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어느 날, 인디아령 '카슈미르' 지역 UN 감시 기지에서 긴급 보고가 들어왔다. 기지에서 함께 근무하던 "크로아티아 군 장교가 배가 아파 떼굴떼굴 구르며 엄청난 고통을 호소한다"며 그의 동료가 보고하였다. 자체 통신망인 원격 무선통신으로 환자 상태를 이리저리 확인하던 의무참모가, "물속에 있던 석회 성분이 몸속에서 침적되어 요로관을 막은 것 같다"라며, "요로결석 같은데, 상황이 긴급하다!"라는 것이다.  


카슈미르의 산간 지역의 도로 상태는 매우 열악하다

'카슈미르'는 고산 산악지대다. 당시 유엔 임무단에는 의무용 구급 헬기가 없었다.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지역이라면 파키스탄 군의 긴급 의무 헬기를 띄울 수 있으나, 하필이면 환자가 생긴 곳이 유엔 지원에 소극적인 인디아 쪽이어서 이게 가용치가 않았다. 게다가, 양국 간 항공 회랑 통과 문제도 걸림돌이고... 어쨌든, 양국 국경인 통제선 주변지역에는 변변한 병원이 없어서 '이슬라마바드' 본부로 후송을 해야 하는데, 도로가 꼬불꼬불한 비포장도로로 매우 열악하였다. 차량운전으로 거의 하루 종일 달려야 오는 거리인데, 마침, 발병시점이 주말 오후 시간이었다. 


유엔군 임무단은 눈 덮인 산악을 달리기도 하고, 흔들거리는 현수교를 지나가기도 한다.

게다가, 시간적으로도 인디아-파키스탄 간 양국 국경을 통과할 시간이 한밤중이 되어서, 양국 국경 출입을 통제하는 현지 부대장들과의 긴급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긴급 상황을 인지한 인디아 군 및, 파키스탄 군과 유엔군 간에 협조가 잘 되어, 우여곡절 끝에 거의 초주검이 되어 다음 날 도착한 그 장교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큰 병원에 입원시켰다. 후송에서 입원까지 그야말로 전시 작전을 치른 셈이다. 


얼마나 긴장하였던지… 덕분에,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절감하였다. 원인은 물이었다. 그 크로아티아 장교가 무슨 영문인지 부임이래 생수 대신 현지 물을 그대로 마셨고, '석회질'에 주의를 소홀히 했던 게 원인이라고 의무참모가 보고하였다. 그는 "하다못해, 맥주라도 마셔야 했는데... 지나친 절약은 목숨까지 담보할 수도 있다"라고 혼자서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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