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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Dec 29. 2022

가장 '지저분한' 곳을 가장 '아름답게'

어느 군사 외교관 이야기 (오스트리아, 제13화)

지저분한 곳을 아름답게

쓰레기 치우기와 시민 의식 수준

오염되는 고산 청정지대

쓰레기 퇴치 캠페인



고심하는 쓰레기 처리

세계에서 가장 지저분한 도시가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필자의 눈에는 이집트나 인디아, 중국 등 오래된 문명 발상지일수록 그 지저분함이 더 한 것 같았다. 필자 생각에 인디아의 '오울드 델리'의 시장이나, 이집트의 '오울드 카이로' 일대가 제일 지저분한 것 같다. 아마도, 과거에는 사람도 적고 버릴 것도 적어서 무심코 버려도 문제가 안 되었으나, 현재로 올수록 버리는 관습은 여전하지만, 버리는 인구도 많아졌고, 쓰레기 양도 늘어나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과거부터 오랫동안 쌓여온 쓰레기 더미 속에서 살다 보니 주변 환경에 무디어지고, 무관심해진 탓일까?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나우강 운하 연변에는 많은 건물들이 있는데, 유독 하얀 외벽에 파랑, 빨강, 검정 등 원색을 도입했고, 양파 모양의 탑과 함께 벽과 벽이 만나는 모서리에는 황금빛 구슬이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다. '비엔나'를 처음 찾는 방문객들은 하나같이 마치 현대 미술의 전시장으로 생각하는 듯, “저게 무슨 건물이냐?” 고 묻는다. “저건, ‘스피텔라우(Spittelau)’라는 '쓰레기 소각장'이고, 높게 솟은 양파(꾸블, Coupole) 모양의 거대한 탑은 소각장 굴뚝이다”라고” 알려주면, “아니, 저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이 소각장이야?” 혹은, “도심 한가운데 무슨 쓰레기 소각장…?” 등 대부분 방문객이 의아해한다.. 필자도 처음에 그랬다. 운하 근처에다 지하철 역도 있으니 당연히 아파트 등 고급 주택지가 되어야 하는데, 그들의 선택은 그렇게 저렴하지 않았다. 그런 모습이 우리에게 낯설정도로, 그만큼 현지인들이 도시 환경문제 해결에 자부심을 갖고 소개하는 곳이다.


비엔나의 ‘스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

산뜻한 모양의 오렌지색 쓰레기 수거차가 드나드는 이곳은 1987년에 지었다. 매년 2,525만 톤 이상의 쓰레기를 소각하며, 년간 60MW를 발전하고, 소각 시 발생하는 열로 인근 6만여 가구에 온수를 공급한다. 건물의 외관 디자인은 이 나라 최고의 미술가인 ‘훈데르트 바싸’가 헌납한 것으로, 한마디로 기계공학과 환경, 그리고 예술이 결합하여 인간에게 유익을 주는 공간이다. 오스트리아인들은 일찍부터 “가장 지저분한 곳을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였다.


‘청결함’에 자부심을 갖는 일본도 유사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일본 동경 근교 ‘무사시노’ 시에도 쓰레기 처리장이 있다. 특이한 것은, 처리장에 ‘쓰레기 구덩이 바('고미피트' 술집)’이 있다. 간단한 술과 음식을 드는 ‘바’이지만, 유리로 둘러싸여 냄새는 안 나지만 5층짜리 크기의 커다란 구덩이 속에서 처리되는 쓰레기를 내려다보며, “아, 나도 저렇게 엄청난 쓰레기 생산에 일조하였구나!”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 한다. 더구나, 서빙되는 음식도 일반 식재료가 아니라 자투리 재료를 사용한 음식이라니… 쓰레기 퇴치에 대한 선진국들의 노력은 절실하다.


2019년 10월,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아마게르 바케'라는 쓰레기 소각장이 문을 열었다. 무색, 무취의 가스배출로 안전성을 높인 것도 유명하지만, 독특한 설계로 지붕에 '스키장'이나 등산길을 만드는 등 주민 친화적으로 다가가서 위화감이나 불안감을 없앴다. '스피텔라우'와 같은 개념이나 굳이 둘 간의 차이를 찾자면, 아름답고 시각적인 건축공학적인 접근이냐, 실용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공학적 접근이냐의 차이일 뿐이다.

    

최근, 우리도 수도권 외곽에 ‘아름다운’ 쓰레기 처리 시설을 지었고, 더불어, 쓰레기 소각 발전 시설도 호남 지역에 지었다. 하지만, 이런 시설들이 단지 '쓰레기’ 관련 혐오 시설이라는 이유로 인근 주민들의 반발로 가동치 못하고 있으며,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도 꽉 차가고 있지만 모두가 "내 동네에서는 않된다"며 애써 외면한다. 쓰레기에 대한 우리들의 ‘NIMBY (Not in my back yard, 내 집 뒷마당은 안돼!)’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다. 하지만, 지자체 이기주의로 폄훼하기보다, 지역민 '건강'과 '쓰레기'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앞서야 한다. 


쓰레기 '치우기'와 시민 의식 수준

필자가 살던 서울집 주변에 중학교가 있었다. 학생들이 웃고 재잘거리는 소리는 신선하지만, 학교 앞 마을버스 정류장에는 음료수 껍질 등 쓰레기가 널려있었다. 아이들이 누군가가 치워주길 바라고 버린 건지? 아니면, 버리는 습성이 있는 건지...? 학생들은 버릴 줄만 알지, ‘아무도(?)’ 쓰레기를 줍지 않았다이들이 우리의 미래인데… 필자의 기대가 한참 어긋났다. 


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 청, 장년도, 자기가 먹다 남은 음식이나 쓰레기를 그대로 놔두고 가버린다. 특히, 공원의 벤치나 산책길에도, 웬만한 거리의 코너처럼 '커피 컵' 정도를 올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예외 없이(?) 플라스틱 커피 컵이 한, 두어 개가 놓여있다. 이렇게 ‘살짝’ 버리는 게, 심성이 나빠서가 아니라, 쓰레기 무단투기를 없앤다며 지자체가 쓰레기통을 아예 치워버린 탓이라고 애써 생각하지만. 주위에 쓰레기통이 없다고 '슬쩍 던지는' 것도 문제다. 자신은 '먹고 마시는 사람'이지, '치우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치우나? 먹고 마시는 즐거움을 아는 만큼, 버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안에서 새는 쪽박이 밖에서도 새지 않을까?’ 문제는 동남아 휴양지에 가더라도 ‘같은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간 유명 여행지에도, '살짝 버려진 커피 컵'이 있고 주변에 우리 동포가 있으니까, 우리 동포가 버린 게 아닐까?”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데... 현지인이 우리처럼 커피를 들고 다니며 마시는 것 같지는 않고, 또 마신 컵을 난간 위에나 잘 보이지 않는 코너에 버리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그렇지만, 한국인의 신종 관습이 아무 데서나 통하기 어렵다.  


얼마 전, KBS 싱가포르 통신원이 방송 중 전한 내용을 보니, 싱가포르는 '벌금 공화국'이란다. 공공장소에서 껌을 씹어도 벌금, 심지어, 공용 화장실에서 용변 후 물을 내리지 않아도 벌금이다. 그러니, 한국 학생이 플라스틱 커피 컵을 살짝 내려놓고거기에 담배꽁초까지 버렸다가 1,000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85만 원)의 벌금을 물었다”라고 한다. 학생이야 사회나 학교에서 배운(?)대로 '슬쩍' 놓았을 뿐인데..., 거액의 벌금을 물었으니 억울하겠지만, 국제감각의 수업료이다. 


유명 사립대인 S대학 입학처장이 수시 모집 입학사정 설명회 도중, 대학이 추구하는 인간상의 하나로, … 복도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인성이라고 표현하였다. 처음에는, 목표 수준'이 겨우 그 정도인가초등학교라면 몰라도대학에 기대할 것은 아닌데.”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새벽녘 산책길에, '여의도 한강공원'의 넓은 공원 여기저기 널려있는 무수한 쓰레기를 보니… 그가, 왜 그런 말을 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일본 축구는 16강에 진출하였다. 그런데, 세계가 주목한 것은 그 성적이 아니라 그들이 떠나고 간 뒤의 호텔 방들이 마치 ‘사용하지 않은 것’처럼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는 것과, 도쿄시내 거리 응원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왔지만 그들이 떠난 후에 남겨진 쓰레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었다. 2022년, 콰타르 월드컵에서도 독일을 격파한 일본은 전 국토가 흥분했다. 당연히, 선수들과 응원단도 흥분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선수단은 선수 라커룸을, 응원단은 응원석을 깨끗하게 치우고 떠났다. 일본은 다시 한번 신사의 나라가 되었다. 혹자는 “쓰레기가 무슨 대수냐?”, 혹은 “호텔 객실이나, 선수단 라커룸 그리고 응원석도 종업원들이 다 치위 주는데 뭘 그렇게까지 깔끔을 떨어야 하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한, 두 명도 아니고 모두가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지구촌 사람들은 그들의 시민의식을 높이 평가하고 그 모습을 부러워하였다. 사소한 부분까지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성숙한 마음가짐을 평가한 것이리라.  


오염되는 고산 청정지대

히말라야에 버려진 쓰레기

얼마 전, 한 언론에서 “히말라야 5,500m 곳곳 한국 쓰레기 나뒹굴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를 보니, 해당 지역에 ‘xx 파이’, ‘컵라면’, ‘OO 시간’, 참치 캔과, 플라스틱 물통 등 한국 제품 브랜드용 포장용지와 일부 독일 제품 쓰레기 등으로 버려진 쓰레기 규모가 수백 톤이었다... 믿기지 않는다. 한국 산악인들은 세계 최고봉을 등반하여 등산 강국으로 자리 잡았지만, 문제는 한국 원정대와 트레커의 짐이 유난히 많았다고 한다. 김치, 찌개 등의 식사 문화 때문에 짐을 크게 꾸려야 하고, 큰 만큼 버리고 오는 것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높고 아름다운 곳을 꼭 지저분하게 만들어야 될까?” 명성을 얻으려고 오른 히말라야의 둿 면에 버려진 양심으로, 히말라야가 ‘지상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이 되었다.


필자는 평생 기껏 4,000m도 채 안 되는 산에 딱 한번 올라갔지만, 그 기억이 평생의 자부심으로 남아있다. 그만큼 힘들게 오른 산이라 더욱 그렇다. 그러니, 해발 8,000m 정도의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의 체력, 기술, 그리고 강인한 정신력을 생각하면 경외로움을 금할 수 없다. 또, 산악인으로 산에 오르니 산에 대한 사랑도 남다를 것이다. 그러니, 괜한 쓰레기 무단투기 사건으로 자칫, “그 명성에 타격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요즘, 전문 산악인 외에 히말라야 산 트래킹이 유행하면서, 한 해 한국인의 '네팔' 출입자가 4만여 명 정도라고 한다. 이들이 히말라야산맥 트래킹을 가면, 일 인당 약 1,500만 원 정도의 입산 비를 내고 에베레스트산에 오른다는데... 비싼 돈을 치르더라도, 트래킹이 건강에도 좋고 개인 취미이기에 충분히 즐길만하다고 본다. 다만, 이들이 각자 버리는 쓰레기에 둔감하다면, 다음 세대가 한국에 갖는 실망은 클 것이다. 특히, 때 묻지 않은 산이 간직한 너무도 아름다운 자연환경은 우리 모두가 오래도록 지켜야 할 과제이다. 


쓰레기 퇴치 캠페인

‘비엔나’는 물론, 일본의 학교나 지자체에서는 수시로 깨끗한 환경 캠페인을 벌이고, 일부 시민단체는 ‘쓰레기 줍기’ 게임을 스포츠로 확대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한다. 또한, 유럽의 청정 국가 스웨덴도 조깅을 하는 동안, 길거리 쓰레기를 주워 집으로 가져가는 '플로깅 운동'을 하고 있다 하니, 가뜩이나 수준 높은 청결에 더하여 더 깨끗함을 추구하는 그들의 노력과 정성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우리 사회도 굉장히 깨끗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서 이런 '플로깅'과 유사한 환경 정화 운동을 주도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마시고 난 커피 잔을 길 모퉁이나 눈 길이 잘 안 가는 곳에 교묘하게 슬쩍 버리고 가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하니... 아무리, 공공 일자리로 노인들이 쓰레기를 줍는다고 하지만, 마구 버리는 데는 답이 없어 보인다.


‘깨진 유리창 법칙('Broken Window Theory', 누군가가 빈집 유리창을 한 장 깨면 다음부터 모두가 유리를 쉽게 깨버린다)’가 의미하는 바를, 한 번쯤 역으로 생각해 보자. 주변 환경을 마치 누군가가 관리하는 것처럼 깨끗하게 치워놓으면, 아무도 그 깨끗한 곳에다 감히 조그마한 티끌조차 버리지 않는 것처럼... ‘깨끗하면 깨끗할수록 더 깨끗해지려 하고, 지저분하면 할수록 더 지저분해지는’ 환경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버리는 일은 쉬우나, 줍고 치우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 모두가 무조건, “버리지 않거나, 버릴 곳에 버리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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