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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Jan 10. 2023

'인샤 알라'(신의 뜻)과 진실성(Integrity)

어느 군사외교관 이야기 (이집트, 제2화)

'인샤 알라'(신의 뜻)과 진실성(Integrity)

'인샤 알라'(신의 뜻)과 진실성(Integrity)

약속 시간과 ‘인샤 알라’

‘초청행사 노 쇼우’ 사례

'겨울연가'의 인기

진실성과 정직의 무게

'인샤 알라'(신의 뜻)과 진실성(Integrity)

'인샤 알라'(신의 뜻)과 진실성(Integrity)

약속 시간과 ‘인샤 알라’

서구인의 시간 개념은 정확하게 ‘정각(punctuality)’을 지키는 것이다. 오래전, ‘코리안 타임’이라는 용어가 있었다. 당시, 한국인의 시간은 ‘대충 그 시간대 어간’이었다. 12 지간에 따른 조선의 시간은 자, 축, 인, 묘시 등 하루를 12 시진 즉, 1 시진은 '2시간' 단위였다. 그러니 약속을 하더라도 대충 그 시간대에 나가면 되는 건데,.. 정시를 지키는 외국인은 약속 시간에 지독히도 무심한 한국인을 ‘코리언 타임’으로 비아냥거렸다. 


요즘에는 ‘퀵 서비스’에 ‘로켓배송’, ‘총알택시’까지 있다. 굳이 일일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고속 성장을 향한 전 국민적 대열은 빨리빨리!’ 문화를 극대화하였다. 개발 독재가 끝난 지금도 여전히 뭔가가 늦어지면 공연히 ‘화가 나서 숨이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 ‘빨리! 빨리!’는 긍정적이기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부실공사’나 ‘안전불감증’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그럼에도, 세계인은 한국이 매우 ‘역동적인 나라‘라고 평가한다.


무슬림은 ‘코리언 타임’ 당시의 우리보다 한술 더 뜬다. 시간 약속을 하면서 반드시 ‘인샤 알라’를 내민다. 약속시간 외에도 무슨 일을 하든 어김없이 뱉는 말이 “인샤 알라(Insha Ala)”지만... ‘인샤 알라’는 ‘알라(신)의 뜻’이라는 의미이니, 이 말의 본래 의미는 매우 좋은 뜻이다. 어찌 생각해 보면, 분위기가 성숙될 때까지 ‘기다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말이고, 문제가 있더라도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알라(신)’의 뜻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어떤 이는 ‘인샤 알라'로 무슬림 특유의 느긋한 문화적 배경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빨리! 빨리!’지만 저들은 '슈와이와 슈와이와'(천천히)이다. '인샤 알라'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 배려로서, 상대방을 믿을 수 있고 신뢰가 쌓일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뜻이다. 이처럼, 느긋함의 의미를 지닌 ‘인샤 알라(Insha Ala)’는 모든 게 ‘신(알라)의 뚯’이니, 무슨 일이 벌어지든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미리 해두는 '핑계'인데, 이쯤 되면 더는 할 말이 없다. '제멋대로' 해도 되는 게 신의 뜻이라니…. 


뿐만 아니라, 일부 현지인은 계약서에 서명을 꺼리고, 서명했더라도 불리하다 싶으면 ‘인샤알라’로 얼버무린다. 계약불이행이나, 약속을 안 지키는 건 모두 자신의 책임인데도, 별 죄의식 없이 ‘인샤알라’라는 말 한마디로 그만이다. 그러니, 외국인에게 이 말처럼 허망한 말은 없다. 가정에서는 ‘샤리아 율법’이나 규범을 그토록 강조하면서도, 사회에서는 지켜야 할 일조차 하지 않고 신의 뜻이라는 게 ‘인샤 알라’니까. 내 의식과 행동마저 ‘알라(신)의 의지’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건가...? 


‘초청행사 노 쇼우’ 사례 소개

이집트 부임 초기 노심초사해서 업무와 관련되는 이집트 장군을 만찬에 초청하였다. 그는 필자 비서의 거듭된 확인에 꼭 가겠다는 확언(물론, 대답 말미에, 또 인샤 알라라고 덧붙이긴 했지만)을 주었지만, 정작 행사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로 다시 확인하니, “그냥 집에 일이 있어서인샤 알라” 그뿐이었다. 초청된 인원이 행사 직전에 취소하거나 갑자기 참석하지 않는 경우를 이집트에 오기 전까지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미국 유학까지 한 국제업무 담당관이지만, ‘인샤 알라’로 모든 것을 해결하였다. 세속적인 인사가 자기 편의적으로 이 말을 사용하여 ‘알라(신)의 뜻’을 왜곡하는 듯하여 씁쓸하였다. 


그런데, 그가 정작, 자기 상급자의 '방한 초청'이라는 이해관계가 걸리자, 필자에게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접근해 왔다. 우리 국방부는 매년 말, 다음 연도에 한국에 초청할 대상자를 추천받는다. 필자도 이집트에 같은 질의를 하였으나, 이 친구가 한국에 '고위급 인사를 보낼 계획이 없다'라고 회신하여, 국방부에 종결 보고를 하였다. 그런데, 이듬해 1월 하순, 이 친구가, 전화로 전에 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좀 보자”라고 한다. 

이집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겨울연가' 한 장면

그를 찾아갔더니, 이집트가 그간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어 오던 양국 간 ‘정보교류회의’를, 조만간 한국에서 개최하자고 정중히 요청하며 ‘군사 정보국장’의 한국 방문을 주선해 달란다. 군사정보국장은 우리의 국정원장 격이었다. 그리고, 방문단에는 이례적으로 “국장 부인도 공식으로 동행하고 싶다”라고 요청하였다. 그 부인은 드라마 ‘겨울 연가’ 등 한류 팬이었다. 남편은 때때로 부인의 성화에 견디지 못한다. 그해 여름, 이집트 대표단은 한국을 방문하였고, 몇 가지 협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인샤 알라’ 외에도 유사한 개념의 말로써, ‘부크라(Bukra)’, ‘말리사(MallIsha)’라는 표현도 즐겨 쓴다. ‘부크라’(내일을 의미)는, 내일 해도 되는 일이면 내일 하자”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릴 적부터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말을 무수히 듣고 살아왔으니, 이들이 무작정 ‘부크라’라고 말하면 우리로서는 견디기 힘든 노릇일 것이다. 


이처럼, 이집트에 체류하는 많은 외국인은 ‘인샤 알라(Insha Ala)’, ‘부크라(Bukra)’, ‘말리사(MallIsha)’의 영문 첫자를 딴 IBM에 일종의 공포증(?)을 갖고 있다. 무슨 협력관계나 협상안이 잘 나가다가도 이 말들이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 그 일의 운명이 갈리니까 그럴 만도 하다. 그게 문화충격이고 우리가 어렵게 느끼는 일들이다. 하지만, ‘인샤알라’라는 말에 많이 당했다면, 알라()께 맹세코?”라는 질문을 다시 던져 보라. 갑자기 진중해지고, 감히 어쩌지 못한다. 알라(신)를 속이지는 못하니까.    

  

진실성과 정직의 무게

하지만, 신의 뜻에 모든 걸 의지한다며 자신의 의지를 슬쩍 끼워 넣는 무슬림과 달리, 서구는 개인의 심성과 인성과 관련되는 ‘Integrity(진실성)’를 최우선 자질로 고려한다. 

integrity를 형성하는 여러 요소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등 서방 승전국이 창립한 유엔은 합리적인 '개인주의'가 바탕인 서구적 가치관을 따랐다. 유엔이 모든 직원에게 요구하는 ‘핵심적 가치(Core Values)’에 ‘Integrity(진실성)’이 먼저 나온다.

'진실성(Integrity)'의, 사전적 의미는, ‘소명의식과, 신실한 마음가짐’으로 누가 보든 않든 도덕적, 법적으로 ‘옳은 일’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도덕성(Accountability)’등 개개인의 정직, 청렴, 성실, 명예 등 여러 인성이 함축되어 있어 그 성숙도에 따라 개인주의적 합리성이 좌우되는 듯하다. '바른 가치'가 존중받고, 상호신뢰하는 ‘건전한 사회’는 '진실한' 마음이 바탕이다. 


이처럼, ‘정직’을 포함한 ‘Integrity(진실성)’는 합리적이고 건전한 '개인주의'의 기본이다. 도덕성과 ‘진실성’은 신사도(紳士道) 최고의 가치로, 이미 ‘국제사회의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정직이 최선이다('Honesty is the best policy')”라는 ‘밴자민 플랭클린’의 말처럼, 미국에서 ‘정직’의 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굳이, '닉슨 게이트'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대통령이든 누구든, ‘부정직’하면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는다. 


이처럼, ‘정직’에 대한 서구의 평가는 매우 무겁다. 한국은 부정직해도 우물쭈물 지내지만, 국제사회는 정직이 체질화되어야 산다. 한 때,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과, BMW의 화재사건으로 ‘기술과 신뢰’라는 독일 회사들이 곤욕을 치렀다. 작은 불신이 쌓이면 여지없이 '양치기 소년'의 효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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