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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Jan 16. 2023

'수에즈' 운하와 '시나이' 반도

어느 군사외교관 이야기 (이집트, 제9화)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끊임없는 분쟁지

기독교도의 성지 순례지

관광지에 상존하는 테러 위협

맑고 투명한 홍해바다 



수에즈 운하와 기독교도 성지 순례지 시나이 반도

'카이로'에서 시나이 반도로 가려면, ‘카이로’ 동쪽 방향으로 고속도로로 한 시간쯤 달리면 수에즈 운하(폭 80m, 길이 162Km)에 도달한다. 여기서 남쪽으로는, 홍해 바다에서 스킨 스쿠버(다이빙)로(다이빙) 유명한 ‘후르가다’ 휴양지로 가고, 그냥 동쪽으로 가다가 운하 밑 ‘지하 터널’을 통과하면 시나이반도로 들어간다. 


수에즈 운하 양쪽은 사막이다

시나이반도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가교적인 역할을 하는 삼각형 모양으로, 수에즈 운하에 의해 본토로부터 분리되어 있다. 면적은 남한보다 약간 작은 6.1만 평방 킬로(동서 210Km, 남북 약 385Km)에 이른다. 아프리카를 벗어나 아시아 지경으로 이어진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을 만나는 그곳이다. 시나이 반도 동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과 접경하며, 서쪽은 수에즈운하, 북부는 지중해 연안을 따라가면 ‘라파’를 거쳐 팔레스타인 난민촌이 있는 ‘가자’ 지구로 연결된다. 중앙에는 ‘기디’령(패스), ‘미틀라’령 등으로 이스라엘과 연결되고, 남쪽으로는 홍해와 접해 있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 멀리서 보면 사막을 항해하는 배처럼 보인다.

시나이반도로 들어가서 뒤돌아보면 좌, 우로 평탄하게 펼쳐진 메마른 모래사막 사이에, 어느 순간 커다란 배의 '마스트'가 보이면서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인데 마치 신기루처럼,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구경거리였다. 참고로, 최근 사우디가 발표한 수천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미래형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NEOM) 시티’도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다.


시나이반도는 기독교도에게 잘 알려진 성지 순례지이다. 구약성경 '출애굽기'에서 '모세'가 유대민족을 이끌고 파라오의 이집트를 탈출하여, 갈라진 홍해(홍해로 부르는 것은, 홍해 연안의 벌거숭이 흙산들이 석양에 바다에 비친 모습이 '붉다'해서 유래되었다 한다) 바다를 건너 39년간 광야 생활을 하였던 곳이다. 시나이반도 중앙에는,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시내산, 모세산 혹은 호렙산으로 불리는 '시나이산‘이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불꽃 떨기나무'가 있었다는 '성 캐서린' 수도원이 있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이집트 공군 비상주 비행장이 있다. 


시나이 반도의 성 캐서린 수도원

미국이나 서방국 무관이 많아서였을까? 이집트 국방부는 이곳에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성지에 다녀오라고... 이런 성지 때문에 많은 한국인 성지순례단은 몇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와서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이 외딴곳에 찾아와 수도원을 둘러본다. 그리고, 모세가 여호와로부터 '십계명'을 받았다는 '시나이'산에서 해돋이를 보려고 한밤중에 당나귀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기에 많은 현지인이 놀라워한다.



관광지에 상존하는 테러 위협

’옥에 티‘랄까? 여기에도 테러분자는 도사리고 있다. 언젠가, 시나이반도 상공을 비행하던 러시아 항공기가 원인 미상으로 격추되었다. IS(이슬람 국가)가 자신의 소행이라며 주장하고 나서자, 러시아 최선호 관광지 이집트는 관광객이 급감하였다. 관광이 국가 주요 산업이라, 정부는 경찰력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보호하지만, 국가적 신인도에 타격을 가하려고 정정 불안을 노리는 테러분자는, 외국인 관광객을 테러 대상으로 삼는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았다는 시나이산

과거, 한국인 관광객도 ‘시나이’ 산(시내산) 성지 순례와 이스라엘 국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두어 차례 테러를 당했다. 그렇지만, ‘시나이’ 지역은 그렇게 위험을 느낄 만한 분위기는 아니다. 물론, 직감적으로 지역 주민의 낯선 방문객에 대한 호, 불호의 감은 조금씩 느낄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다만, 테러가 이미 있었던 곳이라, 언제든 테러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두고 늘 긴장하고 조심해야 한다. 안전 문제는 어떤 경우든 허용하지 않으니, 여행객은 항상 우리 외교부나 여행국의 경보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필자는 ‘카이로’에서 근무하는 동안, 휴가 때마다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여 한적한 지역인 ‘시나이’ 반도, 홍해바다, 혹은 지중해 연안 해안 도시를 찾았는데, 이런 조그마한 도시 어딜 가든 필자의 차만 나타나면 무장한 이집트 경찰차가 따라온다. 아마도 필자가 이집트 국방부가 요청(카이로를 벗어나면 행선지를 통보해야 한다) 한대로 방문 지역을 미리 알려주어서인지, 아니면 자신의 구역에 불쑥 들어온 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서인지 모르지만, 경찰이 계속 따라다닌다.


외국인 관광객을 보호하려는 경찰의 서비스지만, 더운 날씨에 무장 지프차를 달고 다니니 가족들의 마음이 편할 리 없어서, 그냥 “돌아가라”라고 해도, 악의 없이 웃고는 계속 따라온다. 서너 번씩이나 괜찮으니 돌아가라”라고 하면, 여행객이 비교적 많은 ‘시나이’ 반도나 홍해 쪽 경찰은 지역 내 초소에 연락하고 그냥 돌아가는데, 테러위험으로 여행객이 별로 없는 리비아 접경 지역의 경찰은 오히려 호텔로 돌아갈 때까지 고집스럽게 보호해주었다. 먼 이국땅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호젓하게 즐기려는 의도에 비해 다소 귀찮기는 하지만, 외진 곳일수록 불순분자에 의한 테러 위험이 높으므로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려는 저들의 노력과 호의가 고마웠다. 


휴양지 시나이 반도

 

'샤름 엘 세이크'에서 본 맑은 홍해바다

시나이반도 남쪽 끝부분에는 이집트 최대의 해양 휴양도시인 ‘샤름 엘 세이크’가 있다. '샤름 엘 세이크'는 1968년 제3차 중동전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도시로 개발한 이래, 전혀 아랍답지 않은 분위기와 풍경이다. 중동평화회의 등 이집트가 주관하는 주요 국제회의는 거의 이곳에서 개최하며, 미국, 이스라엘, 유럽, 러시아 등지의 수많은 휴양객이 해안선을 따라 산재한 고급 호텔에 찾아와 홍해의 아름다움을 즐긴다. 호텔 바로 앞 백사장에서 시작되는 맑은 홍해 바다 물속의 산호초 주위에는 형형색색 온갖 물고기들을 손으로 잡을 듯 가까이서 볼 수 있고, 가까운 곳에서는 '스킨 스쿠버'(스쿠버들이 손꼽는 세계적인 3대 명소), 스노클, 요트 등이 가능하여 1년 내내 관광객들로 붐빈다.


스킨스쿠버. 홍해는 다양한 어족이 풍부하다.

휴가중 스노클링만하던 필자 가족도 너무도 아름다운 바다 속을 내려다만 보다가 어느 순간 '스킨 스쿠버' 강습을 받고 바다 속 체험을 경험하였다. 아이들은 2박 3일 수강을 완료하여 수심 80m까지 내려가고, 우리 내외는 당일 코스 교육으로 수심 10m에서 1시간 정도... 다만, 줄잡고 내려갈 때 귀의 고막에 가해지는 수압을 조절하기 위해 "코를 눌러라"라는 교관의 말대로 계속 코를 눌러대는 바람에 "코가 빨개졌다"고 가족들의 놀림을 받았지만, 비다 속에서 느끼는 상쾌함과 뿌듯함은 미지의 세계에 다녀온 덕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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