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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마찰

지침서들이 백지로 환원되기를

by 최규리

구름마찰



최규리




내게 다가오는 거미

끊임없이 토해내는 선들

반대의 길을 걷는 빗금

비와 비들이, 비들을 몰고 와서

물의 저항으로 나아가려는 발들

건축물의 기울어짐과

바닥의 마음과

섬광은 획을 긋지

거미줄에 떨어져 결박당할 때

우리는 약속한 듯 멈춰서

서로 손을 떼지 못하고

회전해야 하는 길 위에서

폭풍의 무질서들

서로 선을 떼지 못하고

불규칙한 표면을 지날 때

오직 짧은 대화로 마주하기를

빗나간 틈새를 금빛으로 메우고

반짝이기를

지침서들이 백지로 환원되기를

너를 기다리는 밤

금지된 세계로 가는 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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