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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규리 Oct 29. 2024

낭만 리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발표지원 선정작

낭만리뷰



최규리



장미 꽃차를 마시며, 장미 꽃잎을 건져 올리다가 그래, 그날은 콘서트에 갔었다. 작은 북 콘서트는 시집들로 가득했고 낯선 문장들로 가득했다. 


영수증 리뷰 이벤트에 탐나는 서비스가 있다

황도 복숭아는 최고의 안주였다


우리에게 최고의 술안주는 지인들의 뒷담화였던가


빼어난 칼 솜씨로 우스꽝스러운 대결을 벌이는 주방 쪽에서

육회 한 접시가 옆 테이블에 놓였다

최후의 결전이 치러질 모양이다


보통의 언어 속에서 

특별한 문장을 생각한다


외로운 계절에 만난 식탁 위에서 우리는 각자의 말로 각자의 감정을 다스리기에, 가장 완벽하고 가장 안전한 대화를 이어간다 잠시 침묵이 흐를 때, 옆자리에서 육회 한 점이 날아온다 마치 우아한 댄스처럼 사뿐히 장미꽃 차에 빠졌다 


영화적 기법인가 서스펜스 공포물이 된 식탁에서 엽기적인 미술관을 생각한다 그래, 그날은 북콘서트에 갔었지 아름다운 문장을 생각했지


황도 복숭아는 전체적인 구도를 잡아간다 노란색 언어를 소주와 함께 마신다 불닭발이 손가락 욕을 한다


가장 적나라한 기법으로 아름답게 포장하는 문장이면 좋겠다 지독하게 엇갈린 대화는 맛있는 음식을 이길 방법이 없다  


괴로운 계절이 될 식탁 위에서 붉은 장미꽃잎을 우려낸 따뜻한 물은 지루하거나 과도하지 않다 우리의 경험은 어떤 기대와 결과를 요구함에 틀림없다 특별한 문장으로 써 내려 가야 하는 이벤트는 낚시 여행처럼 고요하게 소용돌이친다


“그녀가 무척 좋아해요”


적나라한 흉이 낭만이 될 때까지

탱글거리는 노란색 복숭아가 기회를 줄 것이다 위기의 순간에 가장 확실하게 혀를 사로잡는 비언어, 침묵의 깃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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