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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규리 Oct 29. 2024

팬덤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발표지원 선정작

팬덤들



최규리



환호하는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악을 쓰며, 비명을 지르며. 아이들이 차례로 쓰러진다. 밟히고 밟으며, 서로를 밀고 서로를 안으며. 내일은 없는 것처럼. 열광하는 그들 앞에 슈퍼카가 정차하고. 아이돌은 아기를 안고 내린다. 아기가 담요에 싸여 있다. 아기는 웃고 있을까. 함성을 지르는 아이들은 점점 몸이 작아진다. 고체에서 액체로. 


냉동실에서 울음소리가 난다. 얼음으로 태어났던 아기는 녹는점이 다르다. 따뜻한 물에 씻어도 녹지 않는다. 박스에 들어가야 비로소 녹을 수 있는 아기. 


서랍에서 배고픈 아기가 볼펜을 빨고 있다. 무엇을 쓰고 싶었나. 백지 같은 이름은 불리지 않는다. 한 번도 호명되지 않는 이름은 끝내 돌에 쓰였다. 환호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굿즈를 안고 잠이 들 수 있을까. 잠이 오지 않을 때는 빗방울 소리를 들어야 할 텐데. 자기 것이란 인증샷 하나밖에 없는데. 빗방울 같은 웃음소리가 동영상에 담긴다.


우리 함께 행복해야지. 

행복이란 이렇게 가까이 있는걸.

내 말 좀 들어봐


걱정 인형에게 속삭인다.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수면제처럼 탁탁 털고 눈을 감는다. 사자 떼를 따라가다가 모기떼처럼 피를 먹고 싶어진다.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서로를 안아 줄 수 없다. 서로의 함성을 들을 수 없다. 날개가 돋는다. 프레디의 친구들은 하나씩 피자 가게로 모여든다. 살아있는 것은 쇼를 준비해야 해.


눈빛만 번뜩이는 아이들은 고요하다. 담요에 갇힌 아기들이 박스에 탑승하는 동안 새 떼들이 날아간다. 나비들은 날아오지 않는다. 꽃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카메라 셔터에도 놀라지 않는 강심장이 되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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