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고르기

요가하러 양양 가다

by 아무말

"나 이번 주말에 양양 가."

"누나, 외로워?"


양양 간다니까 외롭냐니, 무슨말인가 했다. 요즘 양양은 젊은 남녀가 모여 헌팅하고 노는 곳이란다.

에효 좋을때다, 하고 늙은이 같은 말이 새어나온다.

나의 이번 여행은 몇 주 전부터 고대하고 고대하던 - 1박 2일 요가 여행이다.


덴마크에 살 때 우연한 기회에 요가를 꽤 꾸준히 다녔었다. 모든 것이 비싼 그 나라에서 학생인 내가 그나마 저렴하게 할 수 있었던 운동이자 수련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끈기가 없어지는 걸 느끼는데, 요가를 하면서 조금 힘들 수 있는 상황을 스트레스 없이 흘려보내는 연습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필라테스를 주로 했는데, 요즘 들어 내 몸이 다시 요가를 찾는다. 우연히 양양 요가 프로그램을 발견하고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첫날 오후에는 해변 요가와 서핑, 저녁 식사 후 와인 요가, 그리고 다음날 일출 요가가 이어진다.


요가 여행은 서두르지 않는다. 프로그램을 함께할 선생님, 참가자 분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쉬엄쉬엄 해변으로 걸어간다.


해변요가는 모래사장에서 서핑보드를 요가매트 삼아 진행한다. 보드 위에 앉아 몸의 모든 감각으로 바닷바람과 파도소리를 느낀다.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평안하다. 온화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전하는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서투르지만 동작을 이어가본다. 움츠려 있던 몸 구석구석을 쭉쭉 펼친다. 내 작은 근육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평소에 스트레칭 좀 하지, 원망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원망의 소리를 나의 숨소리, 바람 소리, 파도 소리에 흘려 보낸다. 소리에 좀 더 집중해본다.


가볍게 첫 요가를 마치고 간단한 간식으로 허기를 달랜 후, 생애 첫 서핑에 도전한다. 원래 겁이 잘 없는 편인데, 바다는 언제나 조금은 두려운 대상이다. 저 아득한 곳에서부터 해변까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파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리 큰 파도가 아니어도 그 기운 자체에 압도될 때가 있다. 휘뚜루마뚜루 서핑 이론 수업이 끝나고, 난 준비가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바로 실전이다. 강사님이 파도에 맞춰 보드를 밀어주시면, 연습했던 일어나기 동작을 시도한다. 으아악 소리를 지르면서 찔끔찔끔 몸을 일으켜보는데 이내 물 속으로 떨어진다. 물에 빠져보니 그리 나쁘지 않다. 해보니 두렵지 않다. 잘 안되어 흥미를 잃다가도, 한 번만 더 해볼까 스스로를 격려한다. 결국 제대로 일어나보지도 못했지만, 두려운 마음이 불쑥 올라올 때, 떨어져도 좋으니 그냥 한번 더 해보는 그 과정 자체가 좋았다. 실패가 기분 좋은걸 보니, 그동안 실패할까 긴장했던가 싶다.


이틀동안 요가를 세 번이나 하지만, 할 때마다 새롭다. 내가 느끼는 감정도 다르다.


저녁식사 후 와인요가는, 동요하지 않는 연습이었다. 와인이 담긴 잔을 들고 동작을 하면, 나의 내면이 와인 표면에 투영된다. 쏟을까 두려운 마음이 커질 수록 와인은 더 심하게 요동친다. 욕심 내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만큼 조금씩 동작을 해 나간다. 와인잔이 흔들릴수록, 동작보다는 마음에 집중한다. 생각을 비워내는것에 집중한다.


일출요가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연습이었다. 아침 6시, 올빼미형 인간이 비몽사몽 몸을 일으켜 테라스로 향한다. 발갛게 하루가 밝아온다. 발끝이 조금 시리지만, 그것에 마음을 뺏기지 않기로 해본다. 차가운 것은 차가운대로, 있는 그대로 느껴본다. 밤사이 닫혀있는 관절 사이사이를, 서서히 여는 동작이 이어진다. 뻣뻣해 잘 열리지 않지만, 힘을 풀고 중력에 몸을 맡긴다. 뻣뻣하면 뻣뻣한대로,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몸이 편안한 만큼만, 조금씩. 조급하지 않게.


요가를 하면서, 인생을 대하는 마음자세를 가다듬는다. 숨 고르듯, 마음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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