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

by 조용한 망상

그날의 태양은, 지지 않았었다.
분명 하늘은 맑고, 높았었다.
‘맑은’이라는 단어와 ‘세상’이라는 단어의 조화.
하지만 나는 그 조화 속에서 단 하나를 깨달아야 했다. — 위화감.

사건은, 한순간에 일어났다.

맑은 들판 위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그것은 기분 좋은 산들바람이 만든 그림자가 아니었다.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히 다가오는 어둠이었다.

‘폭풍 전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한마디.
하지만, 이미 늦었다.

고요한 어둠 뒤로, 더 거대한 어둠이 다가오고 있었다.
먹구름의 어둠 아래, 세상은 천천히 지배당하기 시작했다.
그런 어둠 속에서, 세상은 고요함의 두려움에 휩싸였다.

순간, 고요한 번개가 작렬했다.
찰나의 정적.
그리고, 정적인 세상이 마침내 강렬하게 부서지기 시작했다.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순간의 고요한 감싸임, 그리고 세상을 찢어발기는 음향.
그런 혼돈 속에, 세상은 갇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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