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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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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령 Oct 27. 2024

그대에게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갓 틀어 온  목화솜처럼  빈 껍데기 같은  세상을  밤새도록  채워가고 있다.  불을 지피지 않은  방에   혼자 누운 원천댁은  함박눈 내리는  밤  정애가   했던 말들을 떠올린다.    


"엄마. 눈 내리는 밤은 깜깜허지 않아서 좋아. 어디에 있어도 무섭지 않을 것 같어. 변소  갈 때도."


원천댁이 눈을 감은채 솜이불을 끌어당기며  정애를 등지고 누워  졸린 듯이 말을 흘린다.


"변소 갈 때 엄마 깨워라이이."


"아니어. 괜찮어. 이런 밤엔 누군가 지켜주는 것 같어. 엄마의 엄마가."


"엄마의 엄마?  외할머니?"


"응. 외할머니의 엄마."


"그건 또 뭔 소리여."


"엄마. 목말라."


"잠자리에서 말을 많이 허니까 목이 마르지. 떠다 먹어."


"무서워."


" 오믄 안 무섭다면서."


원천댁이  툴툴대며  떠다 준 물 한 대접을 다 들이킨  정애는 새벽 변소 길에  엄마를 깨우곤 하였다.



이부자리에 몸을 일으켜  주인 없이 방치되어 있는  정애의 방,  안방  건넌방  문을 연다.  대수가 만들어 준  앉은뱅이책상 위에 책 한 권이 놓여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읽으려고 펼쳐두고 갔었나 보다. 무슨 책이었는지 궁금해 겉표지를 보니 안회남의 '불'이다.


"정애가 이런 책을 읽었었나."


무슨 내용인지 읽어 보고  싶어 책을 들여다보려는데 마당에서  눈 밟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반가운 마음에  마루로  나가 눈 쌓인 마당을 둘러보니  아무도  없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마루에  오래 서서  정애와 귀화가 묻힌 산등성이를 바라보며  정애가 했던 말을 되뇐다.  

 

"엄마. 눈 내리는 밤은 깜깜허않아서 좋아. 어디에 있어도 무섭지 않을 것 같어."

 

찬 바람을 맞아  언 볼에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     정애와 귀화의   주검을  마주했을 때도  광목천에 감싼 두 사람을  차가운 땅에  묻으면서도 나오지 않았던 눈물이  시절을 만난 듯 끝도 없이  쏟아진다.   어깨가 들썩이고 허리가 꺾이며    온몸이 떨려온다.     윗니가  아랫니가   부딛히며  다닥닥 소리를 낸다.   맨발로 눈 쌓인 마당에 내려가   눈을  밟다가   허리를 숙여  두 손으로  눈을 담는다.   빨간  손바닥에 소복하게  담긴  하얀 눈이  금세 녹아내린다.  다시    손에  눈을  가득 담고  입맞춤을 한다.    입술 닿자  물로 변한 눈이 턱을 타고 목을 따라  가슴까지 흘러내린다.


"엄마. 눈 내리는 밤은 깜깜허지 않아서 좋아. 어디에 있어도 무섭지 않을 것 같어."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자고   정오가  가까운 시간에 눈을 뜬 원천댁은  정애와 귀화의 사십구재를 지내기 위해  홑 겹 옷을  입고 빈 손으로 집 밖에  나온다.   자신을  제물로 사십구재를  지내고  딸과 귀화가  간 곳으로  갈 작정을 한 것이다.



눈이 녹아 없어진  산길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누군가 보따리를 들고 마을 어귀 새암 앞에서 서성이다가  동네를  한번 둘러보더니 자신의 집 쪽으로 걸어온다.  낯선  얼굴이다.  예순 살 정도  되어 보이는  부인이  두리번거리며  원천댁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와 말을 건다.


"저그요. 이 집에 사시는가요?


"예."


"이런 말 허면 뭐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것는디요.  저는 신태인에서 왔는디요.  꼭 할 말이 있어가꼬요.  혹시  안복순이라는 사람을  아는가요?"


"예. 왜 그러시는디요?"


"허어... 한 열흘 전에  외손지가  우리 집에 왔다가 뭣 때문에 그런가 동티가 나가꼬  경기를 일으켜어  죽을 뻔 했당게요.  갑자기  눈이 뒤집히고 입에 거품을 물고 사지가 뻣뻣해짐서. 그때만 생각 허면. 어후.  어찌나 겁이 나든가.  엄매.  근디 그때 어떤 아주머니가 우리 집 앞을 지나가다 우리 집에 난리난 것을 보고 들어왔다니까요.  손지는 다 죽게 생겼고  딸내미는 애기를 끌어안고  울고 불고 허는데  나는 무스 와서  벌벌 떨고만 있었어라. 내 원체 간이 작어라우.   근디 그 아주머니가  바가지에서 물을 떠 갖고  처마에  뿌리더니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서 우리 손지한테 먹였당게요. 긍게 우리 손지 입에서 시꺼먼 핏덩이 같은 것이 나오면서 살아났지라이.


하도 경황이 없어서 고맙다는 말도 못 허고  천치같이 보고만 있는디. 그 양반이 나를 보고 빙그레  한번 웃고 그냥 가실라고 혀서.  얼른 따라 나갔지라잉.  밖에 나가본 게 그 양반 옆에  얼추 스물대여섯 살 되어 보이는  요렇게 볼에  흉터가  있는  딸도 서 있습디다.


그 양반한테  어디서 오신 누구시냐고 물으니까  그분이  연월리 새암에서 오른쪽 두 번째 집이  동상 집이고  바로 그 앞 집은 자기 딸 집이라고 허믄서  혹시  찾아오려면  거기로 오라고.  그리고 올 때 양초 두 개, 술 한 병을  갖고 오라고 했당게여.  알겠다고 대답허고 집에 들어가믄서 생각해 본 게 이름을 안 물어본 것이어라우.   다시 나간 게  아주머니는  사라지고 처녀만 서있습디다.


그래서 그 처녀한테  어머니 이름을   물어봤더니 그 처녀가 대답 허길.   우리 어머니 이름은 세상에서 제일 이쁜 이름, 안복순이라고 헙디다.   그 부인이 복순이처럼은 안 생겼던데.  왜 그 복순이는  키도 아담허고  얼굴도 자그마하고 눈은 땡글땡글할 것 같잖어요.  근디  그  영반은  호리호리 허고   얼굴이 갸름하고 눈은 깊고 가느다래서 복순이는  아닐 것 같은디.   그리서 안 복순인가.  복순이는 꼭 집이처럼 생겼을 것인디.


그리서 집에 들어와서 딸내미한테 괜찮냐고 힜더니  딸내미가 허는 말이 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라."


여자가 코를 한번 훌쩍이고 자기 팔을 감싸 안은채 몸을 부르르 떤다.  


"집에 들어왔더니 딸이 나한테  어디서  방편 하는 것을 배웠냐고 묻는것이어라우. 나는 아무것도 헌 것이 없고 그냥 멍청하게 서 있었을  뿐인디 말이요.   금방 왔다간 부인이 다 한 것을  뭔 소리냐고 했더니.   딸내미가 허는 말이  손지가 쓰러진 게  내가  바가지에 물을 떠서 처마에 뿌리고  그 물을 받아서  외손지한테 먹였다고 안 허요.  내가 말이오.


별 생각이 다 듭디다. 내가 미쳤는가. 귀신이 씌었는가. 그렇지만 손지를 살렸응게 말도 못 하게 고맙지라잉.  그리서 딸이랑 손지를 지 집에 보내놓고 여기를 와야지 와야지 했는데 계속 집에 일이 생겨가꼬 이제야 왔당게요.  


아직도 이것이 뭔 일인가 싶고.  그 사람들은 뭐신가. 진짜  구신인가.   나는  교회 다니는디..

. 이래 봬도 집사여라.    혹시 그 사람들 누군지 아시오?"





"내 성은 부 씨, 명은 귀화요.  선조는  탐라에서 왔다고 허는데   나는 장성에서 나서  자랐소.   읍내서 제일 큰 기와집.  우리 집을 모르는 장성 사람이 없었지라.   조상님들께선 문무 관직을 두루 거치셨고  아버지는 관직은 안 허셨지만   가을 들판같이 어질고  또 우리  어머니는  오월  봄날 같이 따순  사람이었지라.

내 우로 오라버니들이  다섯이고   막내 오라버니랑 사 년  터울을 두고  생각도 못한 막내딸로  내가 생겼으니까  얼매나 이쁨을 받았것소.  오라버니들도 다 어머니 아버지처럼  나를  귀엽게  여겼당게요.  다들 검소하셨는데도 고운 비단만 보시면  늘 내 몫으로  끊어오고   철마다 꽃신을  맞춰주셨어라.  모든 것이 필요하기도  전에 진작 내 앞에 와있었당게요.  

열여덟 살에  담양으로 시집을 갔지요.  우리 서방님도  성품이나  인품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어서   그 근방에서 소문이 자자한 분이셨지라.
 
결혼해서  삼 년 동안 애기가 안 들어섰어도 걱정 안 했어라. 걱정도 팔자라고 허던 사람이나 허는 것이지 안 허던 사람은 그게 뭔지  모른 게.  그냥 늦어지는갑다  생각을 힜소.  삼 년이 지나고 오 년째 접어든 게  팔자에도 없는 근심이 듭디다이.

간절하게  애기가 갖고 싶었소이.   뭐슬  갖고 싶어서 그렇게 안달을 헌 것은  그때기 처음이었응게 얼마나 애가 닳았겠소. 자식만 생긴다면 뭔 짓이든 못 헐까 싶다 마이.   넘들 없는 것 다 갖췄는데도 넘들이 다 허는 것을 못 헌 게 미칠 것 같았소. 그러다 앓기 시작했소.  입으로 삼킨 물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것이 삼도천 건너는 것 같이  애로웠소.  인자 생각해 본 게  그때가 딱 내 죽을 자리였는가 모르겠소.  그다음은  덤이고.

별 것을 다 히도 결국  죽을 것 같었는지   친정어머니가  나를 친정으로 데리고 가겠다고 힜소. 나도 그러고 싶었고.  내가 떠나는 날  우리 서방님이 얼매나 슬프게 우시든지. 여태 그 사람 얼굴이 잊히지가 않소.  

상여같이 큰 가마를 타고 간 친정집에 가 죽을 날만  기다리는데  나를 받아 준 산파가 와서 나를  살리려면 자기한테 맡기라고 힜지요.  산 밑에  혼자 살는 늙은인디 산파도 허고 무당도 허고 아픈 애기도 봐주고  상갓집에서 염도 허고  여튼 그  근방 대소사 다 관여 허면서 주면 주는 대로 먹고 안 주면  굶는 풍시런 늙은이였는데.  지금 나처럼.



거진 송장이 됐다고 히도  우리 양친이 그런 사람한테 딸을 주것소.   근디  내가 그 말을 듣고 두  눈을  번쩍 뜨고 산파를 따라가겠다고 우겼다니까요.  산파를 따라가면 살 길이 열릴 것 같습디다.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못 삼키고 오락가락하며 누워있는데  뭔 정신에 그런 생각이 들었는가.  어머니 아버지가  절대로 안된다고 헌 게  산파가 열흘 뒤에 올텐게  결정 잘 허라고 하고 갔는디   그날로  내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밥을 먹었응게.

나는 인자 살아났는디  열흘동안 두 분이 얼매나  눈물바람을 허시는지.   산파를 따라가는  날에도  얼마나 우시든지.  내가 가고도 또 얼마나 우셨을랑가.

산파를 따라갔소. 노인네가 뮈시 그렇게 바쁜지 어찌나 걸음이 빠른가,  병후니께 더 그랬을 테지마는 누가 뒤에서  쫓아오는 것 같이  말이요.  모르지요.  뒤에서  사자가 따라왔는지도.  내가 막 울면서 도저히 못 따라가겠다고 힜더니 그 순한 할머니가  뒤를 돌아보더니 평생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욕을 허면서 호통을 쳤으니까.  

"목숨 하나를  손톱 밑에  때만치도 안 여기는 불한당의  눈깔을 뽑아서 잘근잘근 씹어 먹고  다리몽댕이를 똑 분질러서 부뚜막에 쑤셔 넣어 불고  숭악한 주댕이를 찢어서 귀에다 걸어분다.  따라와라. 지발 따라와라."


정신이 없었는디도  그 말을 들은 게 오기가 생겨서  옷 보따리도 다 던져버리고 할머니 치맛자락만 보고 막 뛰어갔어라우.

 
얼매나 갔는가 가본 게  방장산 삼신당이었지. 분명히 처음 와 본 덴디 처음 온 것 같지가 않습디다. 할머니가 나한테 안에  들어가서 나오지 말라고 허고  삼신당 밖에서  문을 걸어 잠가버렸당게요.  자진해서 따라왔응게 도망은 안 할 것인디 뭐슬 이렇게까지 하나 싶어서 서러워 울다가   잠이 들었소이.  일어나 본 게  나물 주먹밥 세 개, 물 한 그릇, 요강 하나만  있습디다. 두 달 가까이를  할머니가 꼭 나 잠든 사이에 들어와  주먹맙 세 개, 물 한 그릇, 새 요강만 주고   얼굴은 비도 않고. 너무 무섭고 외로와서 울다  주먹밥 한 개 먹고 물 한 모금 마시고  오줌 한번 누고 자고  또 일어나면  울다가 주먹밥 한 개 먹고 물 한 모금 마시고 오줌 한번 누고 자고.  그맀소.

그러다 어느 날은  도저히 날이 뜨거서  땀이 비 오듯이 헌 게  문을 쪼깨만 열어달라고 사정을 힜는디도 사람 소리는 나는디   들은 척도 안 헌 게. 하도 비애가 나서   머리로  문을 쿵쿵 박다가  발로 팍 차버리고  나와본 게  한 여름입디다.  

할머니가 땀으로 목욕한 나를 보시고   껄껄 웃으시며   "귀화야. 목욕하러 가자" 였소.   화를 낼 새도 없이 계곡으로 목욕을 허러 갔소. 둘이서  목욕을 허는데 벗은 몸보다 국수가락처럼 밀리는 때가 부끄러서 눈물이 났소. 그맀더니 할머니가 내 엉댕이를  한 대 찰싹  때립디다.  그날 나는 우리 어머니 딸로 새로 태어났소이.

그리고 내내 어머니를  따라다녔소이.  애기도 받고  잔치도 허고 염도 허고 곡도 허고 굿도 허고 제사도 지내고.  주면 주는 대로 먹고 안 주면 굶고 방을 내주면 방에서 자고 정지를 내주면 정지에서 자고. 이도저도 아니면 길에서 자고. 그렇게 허느라 허는대도  천대란 천대는 다 받고. 더러 맞기도 허고. 도중에  너무 고생스르와서 몇 번이나 죽을 라고 힜소. 근디 목을 매면 끈이 끊어져 버리고 물에 빠지면 누가 와서 건져 버리고  약을 먹으면   먹은 것을 다 토해내고. 내 목숨이 아닌 게   내 뜻대로  안 끊어졌겠지.



그런 중에  한 길에서 우리 서방님을 한번  봤소. 여전히  추란 같이 아름다운  서방님이  춘란 같은 어여쁜  사내아이 손을 잡고  마실을 나온 것 같았소이.  하마터번 "서방님" 허고  부르며 뛰어 갈 뻔 힜소.  그랬다면 서방님은 어떻게 허셨을까.  임자 보고 싶었소 허셨을까. 모른 척 허셨을까.   한번 불러나 볼 것을.  품에 포옥 안겼거나  밀쳐졌거나 둘 중 하나였을 텐디.  그랬으믄  잊었을 텐디. 그러들 못 하고 눈에만 담아서 아직도  이렇게 어른거리는가.

십수 년을 어머니를  따라 따라댕겻소.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도 껄껄 웃으시며  "귀화야.  이제 산 너머로 가거라. 산 너머 첫 번째 집이 네 집이다." 그러셨소.  돌아가신 어머니를 방장산에 묻어 드리고 산을 넘어온 게 참말로  빈집이 있습디다.  그리서 거기서 혼자 신당을 차리고 살고 조용히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에  키가 자그마한 꼬마 신랑이 얼굴이 하얘져서  색시가  아기 낳다 죽을 것 같다면서 무작정  나를  막 끌고갔어라우.   그날 난산 끝에 태어난 게 정애고.  연월리 와서  처음 받은 애기가 정애니까  얼마나 내 피붙이 같겠소.    


정애를 한번 받고 난 게 그때부턴 하루도 빠짐없이 누군가 찾아왔고  그 사람들 따라다니다 본게 세월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르고 살았소.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듯 굿도 허고 상도 지내고 애기도 받고 단 하루도 그냥 넘어가는 날이 없었지러.    머리가 이렇게 쇠
도록.


 
어느 날엔  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오셨소. 근디 그 양반이 "귀화야, 아버지 소천하셨다 "라고  말씀을 허시는데.   그 순간  여기  우리 아버지가 계신데  누구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허는 것인가  어리둥절힜소.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라 우리 큰 오라버니였소.    큰 오라버니가 말씀허시길  아버지  임종 전에 막내딸 보시길  소원하셔서  나를 오래 찾았다고 허시며  늙은 양반이  또 얼매나 또  우시는지.    아버지가 내 앞에서 우는 것 같었소.     


오라버니를 따라  집 떠나지 수십 년 만에 친정에 가본 게  기왓장에 풀이 성성한 집에서  늙으신 우리 어머니가  나를 기다리고 계십디다.  나를 보고 또 얼매나 우시는지.  아버지 산소에  제를 지내고  연월리로 돌아오는 길에 방장산에서  애야를 만났소이.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의 선물이었는가.  그 불쌍한 것이  산에서 부모를  다 잃고  나무에  달려서 울고 있는디 한눈에 봐도 내 딸입디다.    드디어 어머니가 되었소이.



인자 가야것네.  방장산 넘어 장성에  가야 헌 게.  오늘은 오랜만에 고향 집에  가는 날이라. 올해 아흔이 되신 우리 어머니가  나를 부르며 울고 계셔라.  이제사  귀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셨으니 우리 어머니한테도 지금  내가 필요하지 않겠소이.   


일생동안 이 몸으로  생산은 못했지만  어째  날 닮은 그대들을  내 치마폭에 품는 것이   일이고 기쁨이여라.

알거나 모르거나  그대들이 눈물 흘릴 때  내가  곁에  있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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