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by 은령




하얀 곽에

작은 몸이 아무렇게나 누워 있습니다.

은빛 머리카락이

부옇게 녹아가고 있습니다.



식구들을 씻기고 입히느라

닳는 줄도 몰랐다고

흘러내립니다.



통증만 남은 무른 살에

주사 바늘이 또 들어갑니다.

신음 소리를 듣지 않으려

내 팔뚝 모기 물린 데

손톱으로 십자가를 만들고

비눗물을 바르다,

눈을 비비고 말았습니다.



거칠게 세수를 하다

하수구로 쓸려 내려가는

비누 거품을 바라봤습니다.



어디로 가십니까.

매운 향만 남겨두고

자꾸 어디로 흘러가십니까.






어머니가 편찮으십니다.
병원 침대 위의 어머니는
희끄무레한 알뜨랑 비누처럼 보입니다.
그녀는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언젠가부터
대화가 불가능해진 우린
작은 병실에서 잠시 연결됩니다.
작은 목소리로 내게
'착하다'라고 말씀 하십니다.

어쩌면, ‘착해라’ 였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뒤돌아서
“진짜 ㅈ같네."
작게 읊조리며
좀 착하게 살아볼까-
잠시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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