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by 은령




아무 걱정 없이 창밖을 봅니다.

온 세상에

빗금을 그어지고 있습니다.

다 틀렸다고, 틀려먹었다고

작대기를 그어 댑니다.

이러지 말자고

창밖으로 내민 손을 휘젓다

아프게 매질을 당합니다.

젖은 손에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가 세상 순찰을 합니다.

콘크리트를 움켜쥔 가로수는

절기를 견디며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 아래

떨어지는 빗방울이

크고 작은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줌 흙 위에 누운 지렁이를 피해

수많은 동그라미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제야 집에 들어와

동그랗게 김치전을 부치다가

지렁이는 집에 잘 돌아갔을까 걱정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비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