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묻혀
썩어진 줄로 알았던
서른 살 여자가 돌아와
서러운 숫자를 센다.
서른.
이제 막 태어났어.
서른의 세상이 궁금해.
서른하나.
고운 길 옆에 두고 곱은 길로 갔어.
그 길에만 꽃이 피었거든.
발자국 많은 길엔 꽃이 자라지 않아.
서른둘.
꽃 위에 쓰러질까 두려워
두 손으로 내 뺨을 후려쳤어.
정신 차려, 정신 똑바로 차려.
엄마야, 넘어지면 안 돼.
서른셋.
굽은 길 끝에서
잠시 쉬려 했는데 그럴 수 없었어.
그다음은 가시밭길이라.
서른넷.
가시에 찔린 두 발에서 피가 났어.
핏방울은 작은 꽃봉오리가 되었지.
서른다섯.
피지 못한 꽃봉오리가
바닥에 떨어졌어.
불쌍한 것이 피어나보지도 못하고.
서른여섯.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엔 갱티고개.
십 년에 한 번씩,
세 여자가 저기서 죽었다지.
서른일곱.
정수리에서 난
두 가닥 흰머리로 땅을 짚으며
고개를 넘다 더듬이가 잘렸어.
서른여덟.
팔다리까지 다 잘라주고
겨우 몸통을 지켰어.
서른아홉.
온몸으로 흙바닥을 구르다
구덩이에 빠졌어.
함정을 판 건 버림받은 내 팔다리였어.
이를 갈며 무덤을 팠대.
이제 곧
마흔의 여자가
배웅 나올 거래.
회사 후배 샘.
워킹맘, 샘은 고단한 삼십 대를 고스란히 머금고 있습니다. 앳된 얼굴에서 흘러나오는 표정과 몸짓이 고이는 자리를 보고 있으면 십여 년 전의 어떤 여인이
샘 안에 어른어른 비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