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의 바다에서 피어오른 잡념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면,
짙은 해무 속에서
차라리 눈을 감고,
뻗은 손을 앞세워 걷는다.
닿지 않는 생각,
잡히지 않는 감각을
손끝으로 더듬으며
한 걸음씩 내딛는다.
습기 먹은 소매 끝엔 이슬이 맺히고,
축축한 바짓단엔 눈물 자국이 어리면.
그제야 만져지는
단단한 머리,
둥근 어깨,
뺨에 올린 손,
왼 무릎에 오른 다리를 걸친
반가사유상.
그 옆에 조용히 앉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기울어지는 몸
뒤틀리는 마음
풀어지는 다리
곱아드는 손
구부러지는 어깨
관세음보살을 닮으려 했지만,
시커먼 로댕이 되버린
기이한 꿈처럼
눈 뜨면 사라질
부질없는 두려움이 여전허다.
도로아미타불.
딱히 뭐가 되라고 태어난 것은 아닐 텐데
뭐라도 좀 그럴듯한 존재가 되고 싶은
중생들은 애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