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얼굴이 어둠을 그러안고 아무 말이 없다
발길에 짓밟히고 세상 악취에 시달려도
무쇠처럼 그대로다
녹물을 흘리며 어쩌자고 저러는가
무엇을 지키려고 저토록 버티는가
흔해 빠진 이름으로 양각된 낯
사는 도시, 소속 회사, 용도의 낙인
그리고 Made in Korea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명함을
핸드폰 사진첩에 구겨 넣고
내 갈 길을 간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흑백사진을 정리하다 비로소 알게 된다
틈새에 자라난 질경이가
아버지의 경직된 얼굴을 하얀 혀로 핥고 있었음을
아버지 얼굴은 사랑에 취해 붉었다
일 년 전에 무슨 생각으로 이런 사진을 찍었을까. 기억이 안 난다. 이유를 모르면 지울 수가 없다.
오래된 사진첩 속, 흑백 사진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가족사진. 아버지는 젊고 자식들은 어린.
별로 예쁘지 않은 딸을 옆구리에 끼고 미스코리아 깜이라고 설레발을 치는 아버지는... 몹시 취해 있었다.
질경이 꽃을 닮은 딸은 볼뽀뽀로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