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터칼

10대들의 물건 탐구: 힘들고 아픈 마음

by 초코파이
죽으려고 자해하는 게 아니고 살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몇 년 전 정말 유행처럼 중고등학생 학생들 사이에서 자해를 많이 했던 때가 있었다. 요즘 자해가 많다 적다 하는 것은 현장에서 느끼는 나의 느낌일 뿐이다. 나는 사실 모른다. 요즘 아이들이 자해를 많이 하는지 많이 줄었는지. 말하지 않으면 잘 모른다. 누군가에게 말을 해야 한다면 그게 상담 선생님이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나의 욕심일 것이다. 어른들 생각엔 우울해 보이는 학생들이나 무슨 일이 있는 아이들, 죽을 것 같이 힘들어 보이는 아이들이 자해를 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학교에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정말 건강해 보이는 경우도 하는 학생이 있다. 흔히 자해를 하면 손목을 칼로 긋는 것을 생각한다. 그게 가장 흔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허벅지를 칼로 자해하는 학생들도 있고, 주사기로 피를 뽑는 사혈이라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또한, 때리기, 목조르기, 머리카락 뽑기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자해 파우치라는 것도 있다. 자해를 하기 위한 도구(잘 소독된, 또는 새 면도칼 등)와 소독약품(알콜스왑 등) 등이 든 파우치이다. 뭔가 전문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도구들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 어른들은 충격을 받는다.


흔히 어른들은 자해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꾸지람을 하기 쉽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소중한 몸을 그렇게 상처를 내면 되겠냐고, 나약한 생각은 집어치우고 그런 정신으로 공부나 한자 더해라, 그런 행동은 나쁜 행동이며,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앞으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말라. 그런 약해 빠진 생각으로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겠냐"라고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해하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자해행동에 대해서 죄책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행동이 자신에게 좋지 않은 행위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몰라서 자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해는 단순히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이 아니다. 자해는 나쁜 행동이니 앞으로는 하지 말아야지. 다짐한다고 바로 그만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해에는 그들만의 사정과 힘든 감정이 얽혀 있다. 어른들이 볼 때는 그냥 풀면 되는 것이지만 풀려고 몇 시간 동안 뒷목이 뻐근하게 당겨보고 풀어보아도 풀리지 않는 실타래, 정말 포기하고 싶을 만큼 복잡한 매듭과 같은 것이다.


내가 상담실에서 만난 대부분의 자해하는 청소년들에게 자해하고 하기 전의 느낌, 자해하고 난 뒤의 느낌, 자해하고 나서 드는 생각 등을 물어본다. 그런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자해는 흡연자가 매일 금연을 다짐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참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자해는 전염이 잘되고, 중독성이 있다. 패턴은 이런 것 같다.

A라는 학생은 자신의 친구가 자해하는 모습을 보거나(실제로 동영상, 사진 등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자해 흔적을 발견을 했다. 처음에는 별 감정 없이 지나갈 수도 있고, 그것이 부적절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친구에게 그러지 마라고 충고할 수도 있다. 자신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지 않을 때는 그런 행동을 자신이 자해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A에게 아주 외롭거나 우울하거나 불안한 정서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A는 자신이 너무 힘들다고 느끼는 순간 친구가 자해한 모습을 떠올리고, 자신도 필통 속에서 칼을 꺼내어 손목을 한번 그어보기로 한다. 칼로 손목을 그었는데 생각보다 아프지 않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힘든 감정들이 조금은 사라지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그런 편안한 감정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자신의 팔목을 가족들이나 학교 선생님들이 본다면... 그런 생각을 하니까 걱정되기 시작한다. 팔을 잘 소독하고 상처를 감추기 위해서 날씨기 더워지기 시작했지만 긴팔 옷을 입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아실까 봐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후회되고, 왜 그랬을까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 때문에 더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하고 힘들어진다. 그래서 다음날 다시 팔목에 칼로 한번 더 그었다.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지만 오래가지 않고, 계속해서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 그렇게 자해에 중독되는 것이다.

정말 상담실에 오는 자해하는 아이들은 자해하고 나면 그 순간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괜찮아진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다. 사람의 몸에는 고통이 느껴지면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엔도르핀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나오는데, 이런 신경전달물질 때문에 편안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그 학생들은 자해를 한 것이 죽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 자해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것 같아서 한다고 말한다. 죽지 않기 위해서 자해를 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렇다고 그래 죽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자해를 하게 되어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 없다. 그저 상처를 소독해주고, 그때의 기분이 어땠는지, 지금은 좀 어떤지, 요즘 어떤 문제로 힘든지 물어봐주는 수밖에 없다. 자해를 하지 말라는 말보다 너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한 번의 고개 끄덕임이 그 학생들에게 더 힘이 될 수 있다. 상담실에서 자해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함께 버텨 주는 것이다. 자해하는 학생들이 나약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다 힘들다.", " 나약한 마음을 버려라. 너 말고도 힘든 사람이 얼마나 힘든데, 고작 이런 일로..., ", "요즘 애들은 너무 편하게 살아서 그래. 먹고사는 게 힘들면 그런 맘을 어떻게 먹어." 이런 말은 참 쉽다. 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힘들다. 외롭고, 우울하고, 불안함을 느낀다. 자해를 하는 학생들이 요즘 힘든 일에 대해서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자해를 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뭐 때문에 자해를 할 만큼 힘들었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 상처를 들여다보려고 애쓰자. 함께 버텨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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