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 다닐 때 책가방을 무겁게 메고 다녔다. 집에 가서 결국 공부를 하지 못할 테지만 그렇게 가방을 쌀 때는 집에 가서 15시간은 공부할 것처럼 가방을 무겁게 지고 다녔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미련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우리 엄마는 나의 무거운 가방을 보고 책 재미 태워 주나?(책 데리고 집에 왔다가 바로 학교에 가니까 책 세상 구경시켜 주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라고 말하셨다. 키가 작은 사람들의 흔한 핑계처럼 나도 책가방이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면 5센티는 크지 않았을까 하는 망상을 가지고 있다.
나 때는 정말 책가방에는 책밖에 없었다.라고 생각하면 기억의 왜곡일까? 그렇게 말하는 어른이 있다면 거짓말일 확률이 98% 정도 된다. 책 말고, 공책도 있고 볼펜도 있었을 테니...... 그런데 진짜 사실 보통 대부분의 학생들의 가방에는 책, 간식, 물, 필기구가 전부였다. 야간 자율학습도 자율이 아니라 무조건 해야 되는 시절이었다. 집에는 잠깐 잠만 자고 오는 곳이었다. 주말 말고는 집에 그렇게 들고 다닐 것이 없기도 했다. 아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온갖 잡동사니들이 있었던 것 같다. 구겨진 가정통신문부터 시작해서 쓰레기들도 들어 있었고 그 당시에 cd플레이어, 카세트 플레이어, 막 나오기 시작한 노래 4곡 정도 들어가는 MP3, 다이어리, 연예인 사진엽서나 굿즈, 지갑이나 핸드폰, 삐삐, 만화책(만화책도 책이지만 압수 물건이었다.) 등 그 당시에도 책 보다 더 많은 것이 들어 있었다. 책을 넣고 다니지 않아도 학생들이 메고 다니는 가방을 책가방이라고 부르는 게 신기하다. 학생들은 다 책을 가지고 다닐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요즘 아이들의 책가방을 나는 유심히 본다. 아이들의 물건은 유심히 볼것들이 참 많다. 아마 요즘 10대들의 가방에는 더 많은 물건들이 차지하고 있을 것 같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우리의 필수템들은 늘어나는 것 같다. 육아는 템빨이라고 하듯이, 모든 인생의 순간이 다 템빨이 아니겠는가? 나도 꽤 미니멀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내 책상과 내 가방만 봐도 알 수 있다. 100년 전에는 책상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이 문방사우 정도였을 테고, 한 달 넘게 떠나는 길에도 봇짐 하나만 메면 해결되었다. 학생들도 공부하려면 템빨이 아니겠는가? 문구점만 가봐도 수천 가지 색깔의 형광펜과 볼펜, 문구류들이 넘쳐나고, 화장품들은 무슨 종류가 그렇게 많은지 모른다.
책가방 안을 볼 수는 없지만, 요즘은 소지품 검사도 못해서 그 가방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당최 알 수가 없지만 책가방의 겉만 봐도 특이한 점들이 많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검은색 가방이다. 때가 타지 않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브랜드는 한정적인데, 전교에 똑같은 책가방은 거의 없는 같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보다 조금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 20년이 넘게 지났는데, 책가방은 그대로이다. 요즘에도 무거운 가방을 들고 다니는 학생들도 있지만 가벼워 보이는 가방이 더 눈에 많이 들어온다. 그 무게를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물어보면 걸을 때 '가방의 진동?'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요즘에도 물론 가방을 나무 지게처럼 책을 듬뿍 담아 이고 지고 다니는 학생들도 있다. 나도 무겁게 이고 다녀서 안다. 그 무게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을.
이 글을 읽는 분들이 만약 책가방을 메고 다니지 않는 학생들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나는 자주 마주친 적이 있었다. 꼭 필요한 물건과 손만 주머니에 넣고(물건이 별로 없어 소지품뿐만 아니라 손도 들어간다.) 가방 없이 슬리퍼를 끌고 오는 그 극강의 미니멀 리스트들. 그들의 소지품은 다 주머니에 들어가기 때문에 가방이 필요 없다. 그들의 소지품은 단출하다. 보통 스마트폰, 지갑 정도이며, 거기서 흡연자가 있다면 담배 라이터가 추가된다. 여학생들은 그래도 소지품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학생 미니멀리스트 들은 종이가방을 들고 다닌다. 그것도 얼마나 썼는지도 모르게 너덜너덜해진 빈티지 종이가방을 말이다. 미니멀리스트 아니면, 기후위기와 환경보호를 위해서 일회용을 나온 종이가방을 너덜너덜 떨어질 때까지 다회 사용하는 환경운동가이다. 나는 사실 그 종이가방이 제일 신기하다. 책을 안 들고 다니니 책가방은 필요 없겠지만, 책가방이 없는 것도 아니고(집에 책가방이 있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 종이가방처럼 터질 걱정이 없는, 길에서 흩어진 화장품, 헤어롤, 핸드폰, 거울, 빗, 지갑, 동전 등을 주섬주섬 주워 담을 필요도 없는, 심지어 어깨에 메면 두 손도 자유로워지는 책가방을 나 두고 너덜너덜한 종이가방을 들고 다닌다는 게 신기한 일이다. 단지 물건을 직관적으로 꺼내기 쉽다는 장점을 제외하면 단점밖에 없는데 말이다.
나는 책가방을 좋아한다. 어떨 때는 뒷모습을 가려주기도 하고, 어떨 때는 뒷모습을 더 부각해주기도 하는 신기한 물건이다. 책가방이 없었다면 등 하굣길이 너무 뻘쭘하지 않았을까? 허전하고 다른 사람들이 내 뒷모습을 보게 된다면 너무 부끄러울 것 같기도 하다. 또 힘이 없거나 우울한 날에는 어떻게 책가방도 그렇게 축축 처질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그 가방이 유달리 무거 워보이는 날이라면 그 학생에게 아마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책가방을 좋아한다. 책가방은 학생의 가면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사회적 지위와 감정까지도 표현해주는 학생들의 가면(페르소나)라고 생각한다. 책가방 하나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책가방은 그만큼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니 책가방을 안 메고 다니는 학생들이 있다면 책가방을 메자. 오늘 하루 너무 힘들었다면 가방에 책 몇 권을 빼서 가방 무게를 줄이자. 나의 물건들을 잘 챙겨서 야무지게 지고 다니자. 그렇게 하루하루 지고 다니는 것이 학생이 숙명인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