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거의 매일 7시 54분에서 7시 58분 사이에 학교에 도착한다. 출근시간은 35분에서 40분 정도 걸린다. 출근 수단은 자가운전이다. 출근 거리는 자동차로 약 52Km 정도다.
2. 나는 출근시간에 주로 오디오북을 듣는다. 나는 오디오북을 좋아한다. 전자책을 TTS(Text To Speech)로 들을 때도 있지만 성우들이 읽어주는 오디오 북이 더 좋다. 그건 당연하지만, 하지만 내가 정말 읽고 싶은 책이 오디오북으로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TTS로 듣기도 한다. 초반에 집중만 잘하면 나중에는 문제없이 잘 들린다. 나는 오디오 북은 주로 소설을 읽는 편이다. 인문학 서적 들은 텍스트를 보면서 생각을 많이 해야 될 때가 있는데, 운전 중에는 소설이 더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출근을 하며 오디오 북을 듣는 시간은 힐링의 시간이다. 그래서 출근을 여유 있게 하는 나는 차 안에서 오디오북을 더 듣다가 내릴 때도 있고 걸어서 건물까지 가면서도 오디오북을 듣는 날도 있다. 그렇게 출퇴근 시간에 합쳐서 한 달에 4~8권 정도의 책을 읽는 것 같다. 나의 출근길 친구는 오디오 북.
3.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오디오 북을 듣는 것은 아니다. 오디오북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있다. 학교에 큰 행사가 있거나 학교에서 엄청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을 때이다. 그냥 아무것도 듣지 않고 출근을 한다. 그렇지만 그 40분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운전을 하기 때문에 지루하거나 하지는 않다. 그렇게 생각만 하는 시간은 다행히도 생산적이다. 나의 출근길에는 신호등이 거의 없고, 출근길이 복잡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그런 잡념들과 일생각을 하는 날은 어떻게 학교로 도착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생각에 집중한다.
4. 이렇게 나는 출근길이 먼 것에 대해서 전혀 불만이 없다. 교통비가 좀 많이 들거나 혼자 차를 타고 다니니까 탄소배출을 많이 하게 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 정도이다. 출근길이 나의 하루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다.
5. 한 때 나는 매일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한 달 정도만 입원하는 것이 소원이었던 적이 있었다. 사회 초년 성이었던 그때, 일과 사람이 어렵고 무서웠던 때였다. 특히 무서운 상사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했다. 그때는 주말만 기다리고 살았고, 일요일 저녁 개그콘서트를 보면 웃으면서도 가슴속이 답답해져 왔다. 너무 출근이 하기 싫어 일요일 저녁에 눈물이 났던 기억도 있다. 정말 스트레스가 많았던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기를 잘 버틴 나에게 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잘못한 게 없음에도 상사에게 지적받고 혼나야 했던 시절이었다. 지금 같으면 그런 상사를 만나도 당차게 대처할 수 있겠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잘 모르는 신규였다. 그 한 사람 때문에 출근이 너무 하기 싫었지만, 우리 졸개들끼리 서로 위로를 하며, 결국 우리가 더 오래 남을 것이라고 말했고, 결국은 내가 더 오래 남아 있다. 결국 우리가 이겼다. ㅋ
6. 한겨울이 되면 아침 일찍 출근하러 나오게 되면 해가 뜨기 전에 나온다. 그 새벽바람을 좋아한다. 추운 건 싫지만 새벽에 아무도 마시고 내뱉지 않은 듯 느껴지는 새 공기가 좋다. 여름은 해가 길어서 아무리 일찍 나서도 해가 떠 있는데, 겨울에는 한밤에 출근하는 기분이 든다. 예전 고3 때 달보고 학교 가서 달보고 집에 온다며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을 훈장처럼 말했는데, 겨울에는 달 보며 출근하며 달 보며 퇴근하는 날이 많다. 그러니까 겨울은 더 열심히 사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겨울에 더 열심히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겨울에는 움츠려 들고 싶고 이불 밖은 위험하지만 그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는 출근을 하는 것이니까.
7. 임용고사를 공부하던 시절에는 달나라를 보내줘도 출근을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출근이 하고 싶었는데, 막상 이루고 보니 출근이 그렇게 간절하게 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내가 교사만 되면 당연히 출근길이 꽃길처럼 아름다울 것 같았는데, 너무 신이 나서 춤이라도 추면서 출근할 것 같았는데, 막상 이루고 보니 그 길은 꽃길이 아닌 것이다. 그때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커리어 우먼처럼, 아니면 내가 알고 있는 뉴요커처럼 한 손에는 커피와 다른 한 손에는 서류가방(전문직처럼 보이는)과 신문을 들고 활기차게 출근을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시험만 합격하면 멋진 전문직의 교사가 되는 것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월요일이 싫은 평범한 직장인이 정상임을 합격하자마자 눈치챘다. 내가 만약 아침에 에너지가 업되고 미친 듯이 신난다면 나는 조증일 수도 있다. 내가 16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환상을 가진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겠지. "15년 후 너는 아침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수액처럼 출근하자마자 커피를 빨고, 돌덩이 같이 다리를 끌며 학교 교문을 들어설 것이야. 가끔은 눈 밑에 다크서클이 진하고 오후가 될수록 그 다크서클은 더 진해지겠지. 어떨 때는 학교가 가기 싫어서 양말을 신으면서 3분 동안 멍을 때릴지도 몰라. "
8. 지금은 출근길을 감사하게 여길 줄 알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출근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된 것은 아마 육아휴직 후일 지도 모른다. 나의 출근은 집안일과 육아로부터의 퇴근을 뜻하기 때문이다. 집에서는 정신없지만 그래도 출근을 하면 오히려 더 편안해진다. 아무리 바빠도 커피 한잔을 할 수 있고, 직업적으로의 일은 집안일보다 변수가 작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나 같은 워킹 맘들은 출근했을 때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경우도 많다. 직장에서 해방감을 느끼기도 한다. 엄마가 되고 나서부터는 출근하는 것이 신나다 이런 것보다는 일요일 저녁에 우울감이 중화되는 기분이다.
9. 김광민의 '학교 가는 길'이라는 곡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봐서 제목은 몰라도 멜로디를 들으면 누구나 "아~!" 할 수 있는 음악이다. 경쾌한 피아노 곡인데, 나는 이곡을 가끔 피아노로 친면서 생각한다. 이렇게 학교 가는 길이 즐거운 학생이 있을까? 그렇게 되길 바라고 이곡을 쓰셨나? 이렇게 생각을 한다. 정말 즐겁고 경쾌하고 가볍고, 상쾌한 음악의 제목이 '학교 가는 길'이다. 그래서 이곡을 좋아한다. 학교 가는 길이 이렇게 즐거우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출근길이 이렇게 가볍고 신나고, 경쾌하고, 상쾌했으면 좋겠다.
10. 하루하루 출근을 하고 하루하루 쌓이는 것이 정말 무섭다고 생각한다. 하루하루가 모여 1년이 되고 그렇게 15년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출근만 했을 뿐인데 말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출근을 하고 퇴근까지 몇 시간이 남았는지 본능적으로 계산하게 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