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는 일
1.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상담교사라는 직업은 공부가 끝이 없다. 따로 상담 교육학과가 없어서 심리학과에서 교직 이수로 교사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교육대학원에서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석사는 기본이고 박사까지 한 상담 선생님들도 많다. 상담은 사람의 마음과 관련되어 있다 보니 복잡하고 새로운 이론과 기법들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또 상담을 하고 나서는 슈퍼비전이라는 것을 받아서 더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이렇다 보니 월급의 상당 부분을 공부하는 것에 투자를 해야 하는 직업이다.
2. 나는 원래 기술가정으로 교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문상담교사라는 교사라는 제도가 새로 생겼고, 우연한 기회에 전문상담교사가 되었다. 처음 심리학에 대해서 공부했을 때 깜짝 놀랐다.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다니... 이 세계는 모두 나와 연결되어 있는 공부였다. 전문상담교사 임용고사 준비를 할 때도 공부가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이렇게 이론과 실제가 똑같은 학문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3. 지금도 나는 공부가 좋다. 이 말이 얼마나 이상하게 들릴 수 있을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공부를 좋아한다.
4. 교사가 공부를 좋아하는 것은 제법 괜찮은 일있은 것 같지만 학생들의 공감을 받기는 힘들다. 반대로 나도 공감하기는 힘들다. 부모님들이 그때로 돌아가면 진짜 공부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나는 매일 느낀다. "아무 걱정 없이 공부만 하면 너무 좋겠다.", " 밥 먹고 공부만 하라 하면 진짜 잘할 수 있겠다.", " 이렇게 재미있는 공부를 왜 하지 않지?" 이런 말이 너무 하고 싶다. 하지만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나는 그냥 평범한 꼰대가 되는 것이다. 평범한 꼰대는 되지 않기 위해서 공감하려고 노력해본다. 나도 그때를 겪어 봤으니, 나의 중.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서 생각해본다. 그리고는 기억의 바닥에 있는 낯설지 않은 느낌들을 끌어올려본다. 공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 공부를 뺀 세상의 모든 일이 재미있다는 것을...
5. 공부는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들이 일생에 거쳐서 다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새로 배울 것과 탐구할 것이 널려 있다. 사람의 삶은 탐구와 배움으로 가득 차 있다.
6. 아마 내가 공부를 좋아하는 이유는 몰입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 몰입은 또 나의 첫사랑과 연관이 있다. 나의 사랑은 공부를 아주 잘하는 친구였다. 내가 고3 때였고, 그 친구는 카이스트 1학년을 다니던 때였다. 그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이 시험기간에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는데, 공부를 하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해가 뜨고 있었다고... 첫사랑이 그런 말을 하면 얼마나 멋있는지 전국에 있는 남자 고등학생들이 기억하길 바란다. 아무튼 그 이후로 나도 그런 몰입이 너무 궁금해서 몇 번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 몰입하는 동안은 그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공부를 하기 전에는 하기 싫고, 공부를 하는 동안은 아무 무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 몰입 이후에 오는 느낌이 진짜다. 나 스스로가 첫사랑과 마찬가지로 대견하고 멋있게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내가 그 애를 좋아했던 것은 내가 공부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던 것 같다.
7. 공부는 하라고 하면 공부가 하기 싫다. 지금은 나에게 공부를 하라고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재미있을 수도 있다. 나는 그것을 알지만 나의 자녀와 학교 학생들에게 "공부 좀 해!"라고 말한다. 역시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8. 사람 마음에 대해서 공부하는 것, 심리학을 공부하는 것은 치료의 효과가 있다. 심리학을 공부하면 나를 이해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기 때문에 답답하고 힘든 것이다. 나를 이해하는 순간 나에 대한 연민이 생기고 사랑도 생긴다. 모든 사랑은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힘들거나 용서하는 것을 힘든 사람들은 심리학을 공부했으면 좋겠다. 치유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 문제가 많은 사람들이 자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심리학을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9. 나는 카공(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집에서 보다 카페에서 공부가 더 잘 된다. 백색소음이 좋은 건가? 사람들에게 내가 공부하는 것을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관종인가? 집에 의자가 더 좋은 것이고, 집이 더 조용해도 카페가 더 잘 된다. 아마 다른 신경 쓸 것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가요가 나오지 않는 카페를 골라야 한다. 여름에는 카페가 너무 춥기 때문에 겉옷을 꼭 챙겨야 한다. 또한 공부를 하기 위해 빠트린 것이 없게 준비물도 잘 챙겨야 한다. 카페에 도착하면 온전히 나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시작된다.
10. 어쩌면 나는 공부를 해야 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체면을 걸고 있은 것일 수도 있다. 어차피 해야 하는 것이니까 재미있어하라고 말이다. 엄청난 공부 덕후처럼 말했지만 그 정도 내공은 아니다. 공부를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앞으로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된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나에게 말하고 있다. 아직 멀었다고,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