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전에 그런 문구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체력이 국력이다" 이런 문구는 국민학교 다니던 시절 운동회 때 달려있던 표어 인가? 아니면 운동장에 달려 있던 것인가? 요즘은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고 그런 문구를 잘 찾아 볼순 없다. 국력을 기르기 위해 체력을 기르는 애국정신이 강조되지 않는 시대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체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2. 나는 체력보다는 사실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학교 다닐 때부터 정신력이 체력을 이기는 독한 학생이었다. 예를 들자면 우리 때는 체력장으로 여학생은 철봉 턱걸이 오래 버티기 종목이 있었는데,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만점을 받았다. 한 번은 얼굴과 팔을 후들 후들 떨면서 1분을 넘게 버틴 적이 있었다. 체육선생님이 그만 만점이라고 내려오라고 했는데, 나 자신과의 싸움을 신청하듯이 나는 계속 버티고 있었다. 후들후들...
체육선생님은 "내가 교사생활 OO 년(몇 년이라고 말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엄청 나이 많은 선생님은 아니었으니까 15~6년 정도로 추정된다.)만에 니 같이 독한 아는 처음 본다."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올라갔을 때부터 온몸이 떨리고 힘들고 내려오고 싶지만 그냥 버텼다.
3. 대학 때 나는 나의 정신력을 믿고 공부도 하고 술도 마셨다. 학부시절도 나는 장학금을 타기 위해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는데, 시험기간 동안 3일 동안 겨우 6시간을 자고 버틴 적이 있었다. 그때는 토할 때까지 공부해도 참고 견디면서 했던 기억이 난다. 술도 잘 못 마시지만 나는 정신력을 버틴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 술을 많이 마셔도 필름이 끊긴 적이 거의 없다. 집까지도 어떻게든 찾아 들어간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정신력에는 정말 자신이 있었다.
4. 출산을 하고 깨달았다. 그 정신력은 체력이 바쳐주지 않으면 얇은 유리처럼 그냥 깨진다는 것을... 그렇다. 출산 전 나는 타고난 체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냥 체력이 좋았기 때문에 정신력도 그나마 있는 것이었다. 철봉에 매달릴 수 있는 팔 힘이 있기 때문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버티는 것이었다. 출산이라는 몸의 큰 변화가 생기고 나의 체력은 온몸을 빠져나가 버렸다. 나는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졌고, 정신력도 잃었다. 그때부터 나는 나의 감정에 지배를 받는 사람이 되었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화나면 폭발해버리고 하루에 100번 짜증내기 횟수를 채워야 되는 사람처럼 이상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심리와 상담을 공부하며 어느 정도 내 감정을 잘 알아채고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바닥난 체력 앞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 따윈 비겁하게 숨어 있다가 하루를 마무리할 때쯤 고개를 들고 나에게 죄책감만 느끼게 할 뿐이었다.
5. 약해진 체력을 올리는 일은 쉽지가 않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는 말이다. 육아 휴직을 하는 동안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서 동네를 배회했다. 하지만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아이 옷을 입히고 밖에 나갈 준비물(이삿짐 보다 조금 적다.)을 챙기고 나면 체력이 방전된다. 그러면 나는 밥풀 묻은 운동복 바지를 입고 머리를 묶고 세수도 못하고 나갈 때도 있다. 약간의 여유가 생겨 거울을 보면 우울해졌다. 하루 종일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청소와 설거지 육아를 하고 나면 사실 따로 운동을 할 필요는 없지만, 체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정신력도 무너지고, 그에 대한 나의 자존감도 무너져 있었다. 지치고 피곤하고 무기력한 일상이 반복되면 자존감도 많이 떨어진다. 체력은 자존감도 떨어뜨리는 것이다. 체력은 가장 기본이다. 체력이 없이는 자존감도, 감정조절도, 정신력도 없다. 이것은 "밥을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다."와 마찬가지로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체력이 가장 기본이다.
6. 체력은 타고나는 것인 줄 알았는데, 변화에 의해서 무너지기도 하고, 노력에 의해서 좋아지기도 한다.
7. 지금은 나는 체력이 좋다. 다행히 나는 체력을 키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운동을 좋아한다. 다행히 나는 긍정적인 편이다. 다행히 나는 책임감과 성실함을 가졌다. 체력을 기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세상 모든 방법들이 다 의외로 간단하다. 다이어트가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되는 것처럼, 체력도 잘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 이렇게 간단한 이지만 실천하는 것은 너무 어렵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난 좀 긍정적이고 책임감이 높은 편이다. 내가 체력을 기르고 싶었던 것은 책임감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무도 나를 책임져주지 않고, 나의 일을 대신해 주는 사람이 없다. 내 일은 내가 다 해야 한다. 그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체력이 필요했다.
8. 나도 다른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낄 때 나도 느낀다. 체력이 좋은 편이라고 해서 피곤하지 않고 쌩쌩한 것은 아니다. 체력이 좋다고 해서 잠을 3~4시간만 자도 활력이 넘치는 것은 아니다. 체력이 좋은 사람도 피곤을 느끼고 몸이 고되다. 다만 내가 피곤할 때 힘든 것을 더 오래 참을 수 있는 것이 체력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왔는데 아들이 찡찡거리며 투정하는 소리를 잘 참고 아들에게 좋은 말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체력이다. 피곤해서 힘들지만 내 감정을 조절하고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체력이다.
9. 체력이 좋은 것은 삶의 질을 향상한다. 뿐만 아니라 일도 더 능률적으로 할 수 있다. 체력이 좋으면 좀 더 행복감을 많이 느끼고, 체력이 좋으면 좀 더 긍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것 같다. 체력이 좋으면 내 일을 좋아할 수도 있다. 이렇게 체력은 나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나는 그래서 내가 상담하는 학생들에게도 잘 먹고 운동하는 것을 많이 강요하는 편이다. 위클래스에서 하는 프로그램 중 운동 프로그램을 꼭 넣는 편이다. 나는 체력의 중요성에 대해서 뼈에 새길 정도록 깊이 느끼고 있지만 10대들을 그렇지 않다. 아직까지 모른다. 그때는 밤새 놀 수 있는 체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밤새 놀 수 있다고 체력이 좋은 것은 아니다. 밤새 놀아도 다음날 짜증도 안 내고 병든 병아리처럼 졸지 않고, 쌩쌩해야 체력이 좋은 것이다. 나도 청소년 때는 공부는 체력이라는 말을 듣고 체력을 기르고 싶지만 운동을 하고 나면 그날은 피곤해서 공부를 못할까 봐 운동을 하지 못했다. 진짜다. 운동을 해서 피곤할 수도 있지만 이건 투자라고 생각해야 된다. 체력을 축적하기 위한 투자이다. 그래서 모든 청소년들이 체력부터 길렀으면 좋겠다.
10. 국가에 크게 헌신하고 싶지 않더라도 체력을 키우는 일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