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향한 여정
당신을 향한 여정/ 20150707 /Versailles궁을 나서며 만난 비
그대, 어디 먼 길을 돌고 돌아 여기 당도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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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힘과 사랑을 그대에게 돌려준다.
어디든 갈 곳이 없다면 마음의 길을 따라 걸어가 보라.
그 길은 빛이 쏟아지는 통로처럼 걸음마다 변화하는 세계,
그곳을 여행할 때 그대는 변화하리라.
내가 지나온 모든 길은 곧 당신에게로 향한 길이었다.
내가 거쳐온 수많은 여행은 당신을 찾기 위한 여행이었다.
내가 길을 잃고 헤맬 때조차도 나는 당신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당신을 발견했을 때, 나는 알게 되었다.
당신 역시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는 사실을.”
لالالدین محمد رومی 잘랄루딘 루미(1207 ~ 1273)
내리는 비 속에서 나는 찬란한 베르사유 궁전 밖 거리에 서 있었습니다. 나를 태운 버스는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신호에 걸려 도로 위에 정차했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한적한 횡단보도를 우산을 든 한 노파와 노인이 서로 엇갈려 마주 지나쳐 지나갔습니다.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그 어느 때부터 우주의 저 반대편으로부터 걸어와, 바로 지금 여기 내 눈앞에서 천천히 마주쳐 지나가고 있는 듯했습니다. 순간이 영원으로 이어지고, 마치 영원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이 마법 같은 순간, 버스의 앞 유리창 위로 빗방울과 함께 루미의 시가 계시인양 흘러내렸습니다.
루미(Rumi)라고도 알려진 잘랄루딘 루미(Jalaluddin Rumi)는 13세기 페르시아 시인, 이슬람 법학자, 신학자, 수피교 신비주의자였습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시인이자 영적인 인물 중 한 사람이며 문학, 철학, 영성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1207년 현재의 아프가니스탄에 위치한 발흐(Balkh)에서 태어난 루미의 정식 이름은 Jalal al-Din Muhammad Rumi였습니다. 그의 가족은 몽골의 침략을 피해 현재의 터키에 있는 코냐에 정착했습니다. 이후 코냐는 루미의 삶과 일의 중심이 되었지요. 루미는 이슬람 법학, 신학, 과학에 대한 종합적인 교육을 받았고, 종교 교사이자 법학자의 직책을 맡았으며 존경받는 이슬람 학자였습니다.
그러다가 방황하는 신비주의자이자 학자인 샴스 알딘 타브리지 Shams al-Din Tabrizi를 만나면서 루미의 삶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샴스는 루미의 영적 멘토이자 가까운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그들의 깊고 변혁적인 우정은 루미의 영적 여정과 그의 시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 루미는 이슬람의 신비로운 분파인 수피즘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습니다. 수피즘은 신에 대한 내적 탐구와 신성과의 개인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강조합니다. 그의 대다수의 시들은 사랑, 헌신, 영적 깨달음에 대한 탐구 등 수피 주제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루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신비로운 시와 이야기 모음집인 "마스나비 Mathnawi" 또는 "영적 댓구Masnavi-ye-Ma'navi"입니다. 페르시아 문학의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간주됩니다. 그의 시는 '가잘 (ghazals)'과 '콰트레인 (quatrains)'의 형태로 쓰였으며 심오한 영적 통찰력과 시대를 초월한 지혜로 유명합니다. 아랍시에서 유래한 송가의 형태인 가잘과 콰트레인은 모두 시적 형식이지만 구조, 운율 체계 및 문화적 기원이 상이합니다. 가잘은 종종 사랑, 상실, 갈망, 신비주의의 주제를 탐구하며, 깊은 정서적, 철학적 내용으로 유명합니다. 가잘이 주로 페르시아 및 남아시아 시와 관련이 있는 반면, 콰트레인의 기원은 보다 보편적이며 다양한 주제와 목적을 가진 여러 시적 전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튀르키예에서 루미는 "메블라나 (Mevlana)"로 불리며, 그곳에서 그의 추종자들은 숭배의 한 형태로 독특한 회전 춤, 사마(Sama)로 유명한 소용돌이 춤(Whirling Dervishes)으로도 알려진 메블레비 교단(Mevlevi Order)을 설립했습니다. 루미의 가르침과 시는 사랑의 보편성과 모든 존재의 통일성을 강조합니다. 그의 작품은 종교적, 문화적 경계를 초월하여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루미는 1273년 12월 17일 튀르키예 콘야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루미의 무덤인 메블라나 박물관 Mevlana Museum은 그의 작품과 가르침을 존경하는 사람들을 위한 순례지가 되었습니다.
루미의 시는 수많은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문학과 영성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적인 지혜, 사랑, 관용, 화합에 대한 그의 메시지는 종교적, 문화적 경계를 초월하여 다양한 배경과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루미의 시는 속삭이는 우주의 비밀처럼 내가 탄 버스의 유리창 위로 흘러 내려왔고, 그 신비한 대본은 빗방울의 흔적으로 남았습니다. 마치 신비주의 시인이 자신의 지혜를 전하기 위해 이 순간을 선택한 것처럼 수백 년의 무게를 담고 있는 듯했습니다.
내 주변의 세상은 마치 다른 영역에 들어간 것처럼 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루미의 시는 나를 물리적 세계를 넘어 내 마음 깊은 곳으로의 여행으로 초대했습니다. 평범한 것이 비범해지고 모든 발걸음이 계시되는 곳이었습니다. 그것은 나를 존재의 본질로 안내하는 지도였습니다.
마치 가을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시대를 초월하고 보편적인 루미의 가르침은 영혼에 속삭이며, 육체를 뛰어넘어 마음과 정신의 영역을 초월하는 여행으로 나를 손짓했습니다. 그것은 먼 땅을 횡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존재의 핵심을 향한 성찰적인 여정을 시작하라는 초대였습니다.
인생은 고정되거나 정체되어 있지 않다고 속삭입니다. 인생은 역동적이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여정입니다. 혼란스럽고 불확실한 순간에도 나는 사실 자기 발견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내가 걸어온 모든 길, 모든 우여곡절이 나를 이 정확한 순간으로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모든 경험은 자기 이해와 자아실현을 향한 디딤돌이었습니다.
빗속에서 나는 깊은 연결감을 느꼈습니다. 우주는 외부의 실체가 아니었습니다. 우주는 내 안에 있었고 나도 그 안에 있었습니다. 나는 자아를 향한 여정과 신을 향한 여정이 밀접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 즉 존재의 본질을 향한 신성한 순례라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온 세상이 내리는 빗소리로 아득하고 나는 압도적인 평온함을 느꼈습니다. 한때 매혹적인 광경이었던 베르사유 궁전의 웅장함은 이제 내가 만난 보물, 즉 마음의 길, 자아를 향한 여정에 비하면 무색해졌습니다. 부드러운 비 속에서, 루미의 지혜가 담긴 시구 속에 물리적인 장소가 아닌 마음 깊은 곳에 도착했습니다. 궁극적으로 나는 심오하고 지속적인 사랑, 즉 자아에 대한 사랑과 신에 대한 사랑을 향해 여행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었습니다.
그대, 어디 먼 길을 돌고 돌아 여기 당도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