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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Jul 27. 2023

2023년 6월 28일 식도락 음식일기

성장을 거부한 몽땅 오이


가뭄에 애들이 어떤 상황인지 보려고 밭에 내려가 보았다. 염려했던 것보다 잎들이 연꽃잎 크기로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큰 잎 뒤에 짜리 몽땅한 오이들이 숨어 있었다. 

자주 들여다보지 못한 주인에게 섭섭해서일까 성장을 멈추고 잎 뒤에서 숨어 있는 것 같다. 

농작물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성장을 한다고 하는데...

미안한 마음..... 그러나 다음 오이의 성장을 위해 소쿠리에 담아 왔다. 오이무침으로 한 끼 찬을 준비한다.




                                                        밥 한 그릇 뚝딱 오이무침


*만드는 순서

1. 필러로 껍질을 제거한 후 반으로 잘라 속을 숟가락으로 긁어낸다

2. 썰고 싶은 모양으로 예쁘게 썬다

3. 까나리액젓, 고춧가루, 마늘, 빻은 깨, 참기름. 파 송송 - 모든 양념의 양은 내 입맛이 원하는 대로 맞추기


*** 아련한 추억 하나

어릴 적 시골에 살 때 농사일로 늘 바쁜 엄마는 집으로 돌아와서 곧장 부엌으로 가셨다. 밭일을 하시고 돌아올 때 엄마의 옆구리에는 오이, 가지, 고추 등 반찬으로 사용할 야채들이 담긴 소쿠리가 있었다. 딱히 시장을 볼 형편도 아니었기에 때 맞춰 자라주는 야채들로 상을 차릴 수밖에 없었고 그중에서도 제일 쉬운 것이 오이무침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양푼이에 갓 지은 밥을 넉넉히 담고 오이무침을 올리고 비볐다. 일로 피곤한 엄마는 빨리 허기를 달래려고 하신 것 같았다. 엄마의 비빔밥이 맛있어 보여 우리들의 숟가락이 비빔밥으로 향하면 엄마는 아껴 쓰는 고소한 참기름 몇 방울을 더해 쓱쓱 비벼 주셨고 침을 꼴딱이며 지켜보던 우리는 엄마의 비비는 숟가락이 멈추는 순간 달려들어 맛있게 먹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세월이 많이 흘렀다. 

시골에 살면서 이제 내가 우리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오이무침을 상에 올린다. 

맛있게 먹는 딸, 아들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추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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