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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Jul 27. 2023

2023년 6월 5일 식도락 음식일기

모시옷보다 모시송편

시어머니 생신이 다가와서 모시송편을 해 드리려고 밭으로 모시잎을 뜯으러 갔다. 가꾸지도 않았는데 깨끗하고 부드럽게 잘 자라 주었다.

몇 년 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아침 프로그램에서 관절염에 도움이 되는 식재료로 모시잎과 말린 표고버섯을 소개했었다. 말린 모시잎과 덖은 표고버섯을 우려내 꾸준히 차로  마시면 관절염에 많은 도움이 된다기에 모시를 심어두었는데 이렇게 무성하게 잘 자라 주었다. 꽃이나 식물을 심고 가꾸는 것을 좋아하기에 처음 접한 모시는 신기했다. 

모시잎으로 분말로 만들어 우유에 타서 마시고, 말린 잎과 덖은 표고버섯을 우려 차로 복용하고 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모시잎으로 할 수 있는 나의 원픽은 모시송편이다.  

지금도 냉동실에는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모시송편이 다소곳이 대기하고 있다.

                                                    <모시잎>


**모시잎분발 만들기

모시잎의 어린순은 깨끗하게 씻어 끓는 물에 1분 정도로 데쳐서 찬물에 헹군 뒤 물기를 제거하고 식품건조기온도를 65도로 설정하여 바싹할 때까지 말려 잎차로 활용하거나 가정용 분쇄기에 넣어 분말로 사용하면 된다. 모시잎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분쇄를 해 보면 섬유질이 많아 분말상태가 몽실몽실한 형태다. 모시잎 분말로 수제비 반죽을 할 때 조금 넣어서 반죽을 하면 색깔도 곱고 더 쫀득한 수제비가 된다.


모시잎은 들깻잎과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뒷면을 보면 하얗다. 밭에서 뜯어와서 시간이 지나면서 하얀색이 옅어지기도 한다. 


**모시송편 만들기

찹쌀 한 되에 데친 모시잎 1kg를 넣으면 된다. 송편 속에 들어갈 앙금은 녹두를 사용한다. 모시잎이 없으면 찹쌀, 모시잎 앙금 모두 떡방앗간에서 해 준다. 전화 한 통이면 떡이 내 잎으로 들어온다. 우리 마을 떡집에서 만드는 모시송편이 간도 적당하고 쫀득한 식감이 좋아서 아주 맛있다.

식구들이 모시송편을 좋아해서 일 년에 서너 번은 해서 먹는데 갓 해온 모시송편을 냉동실에 보관하기 전에 둘러앉아서 몇 개씩 집어먹다 보면 몇 개 남지 않을 정도로 쫀득하고 맛있다.

남은 모시송편은 나누어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보온 중인 밥솥에 넣어 두든지, 송편에 물 스프레이를 뿌려서 전자레인지 기능에서 쪄서 먹으면 된다.

                                            <반질반질 쫀득쫀득한 모시송편 자태>


덖은 표고버섯과 말린 모시잎을 차로 우려내면 연한 초록빛깔과 구수한 맛이 마음을 안정되게 하고 좋은 생각을 하게 해 준다.


**엄마와 모시옷

다섯 자식을 키우기에 늘 빠듯하게 사셨던 엄마, 밭일과 논일에 옷차림은 늘 허접한 일복을 입고 계셨다.

괜찮은 옷 한 벌도 없이 지내셨지만 외할머니 제사를 지내기 위해 외갓집에 가실 때에는 가지고 있는 옷 중에 제일 괜찮은 옷을 입고 가셨다. 어느 해인가 아버지에게 모시로 만든 바지와 모시 두루마기를 맞추어서 풀까지 빳빳하게 먹여서 입히시고 집을 나서는데 어머니는 연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셨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 당시 엄마의 나이를 훌쩍 넘긴 지금에서야 엄마의 마음이 읽히면서 마음이 짠 하다. 엄마도 

모시옷 한복을 입고 친정에 가시고 싶었을 텐데. 모시송편을 먹을 때마다 그 장면이 떠오른다.


우리 딸과 아들은 먼 훗날 모시송편을 먹을 때 어떤 추억을 떠 올릴까?

행복한 추억을 떠올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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