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건시와 곶감 만들기
가을이 오면
나는 두 감나무 사이에 서서 이쪽저쪽을 바라보며 감을 헤아린다.
한쪽이 많이 열리면 다른 한쪽은 해거리를 하여 적게 열린다.
수돗가를 가운데 두고 좌측과 우측에 나란히 한 그루씩 서 있는
대봉감나무 아래에 서서 주황색으로 익어가는 감을 보고 있노라면
어릴 적 고향집 단감나무가 떠 오른다.
그 단감나무가 서 있던 자리도 바로 수돗가 옆이었다.
단감나무 아래는 우리들의 안전한 놀이터였고.
심심한 입을 행복하게 해 주는 따뜻한 나무였다.
단감나무를 떠올릴 때면 늘 생각나는 추억이 있다.
큰언니는 유독 단감나무에 잘 올랐고, 큰언니보다 두 살 위 오빠는 그러지 못했다.
언니가 오빠를 약 올리고 도망가는 장소가 바로 단감나무 위였다.
단감나무 사이에는 긴 장대가 감을 따기 위해 세워져 있었는데
화가 난 오빠는 그 긴 장대로 감나무에 매미처럼 붙어 있는 언니를 쑤셔댔다.
결국 그날 언니가 땅으로 떨어지면서 이마를 찧었고,
일흔이 넘은 큰언니의 이마에는 아직까지 흉터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 집 대봉감은 선물용으로는 선뜻 나누기가 어렵기에
농사짓는 실력을 아는 지인들에게 나눔을 하고
나머지는 깎아서 곶감을 만든다.
홍시로도 먹지만 너무 빨리 홍시가 되어버리기에 조금 손이 가더라도
껍질을 깎아서 곶감을 만든다.
완전 곶감 상태보다는 반건시가 맛있는데,
20일 정도 말리면 겉은 쫀득하고 속은 잼이 가득한 반건시가 된다.
1. 감꼭지를 아래 우측과 같이 깨끗하게 정리한 후
식초 1/2컵을 넣은 물에 감을 깨끗하게 씻는다.
2. 직접 따서 곶감을 만들 때 유용한 팁인데
감꼭지와 가지에 연결되어 있는 부분을 'T'자로 잘라 곶감 전용 걸이에 끼우게 되면
떨어지지 않는다.
곶감 전용 걸이가 없을 때 이런 방식으로 잘라서 굵은 무명실에 걸어서
곶감을 만들었다.
껍질을 깎을 때 꼭지 부분은 깨끗하게 정리를 해야 먹을 때 편하다.
3. 각종 벌레들이 단맛을 알고 기웃되기에 시장에서 모기장천을 사 와서 완전히 감싸야한다.
비가 오면 김장용 비닐(대) 가장자리를 자른 후 뒤집어 씌워 물기를 차단해야 곰팡이가
생기지 않고 맛있는 곶감이 된다.
4. 올해는 11월 초부터 비가 내리지 않아 반건시와 곶감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5. 대봉감은 약 20일 정도 지나면 말랑말랑한 반건시가 되기에
먼저 먹고,
걸어둔 채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곶감이 된다.
6. 보기만 해도 맛있게 보이지만 먹으면 더 맛있다.
쫀득한 식감이 먼저 미각을 사로잡고 속에 들어있는 홍시는 아주 단 잼 같다.
딸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반건시 2개를 도시락과 함께 넣어 주었더니
'엄마, 오늘 그거 엄청 맛있었어'
"내일도 넣어 줄까?"
"어"
시간과 자연이 함께 만들어낸 합작품에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