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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Dec 22. 2023

2023년 12월 19일 식도락 음식일기

겨울 속의 별미 - 동치미

시골 살이를 시작하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계절음식과 건강에 좋은 

소위 자연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5월 초순에 이사 왔을 때는

이웃집 소나무 아래에서 자라는 표고버섯이

한창인 때라 한 동안은

표고버섯 소금부터 시작하여

온통 표고버섯이 들어간 요리에

심취해 있었다.


김장철이 되어

그해 밭농사를 짓지 못한

나는 이웃에서 보내온

무에 시장에서 사 온 무를 보태어

생애 처음 동김치를 담갔다.

자매들이 모두 아파트생활을 하다 보니

직접 동김치를 담지는 않았지만

친정엄마가 담그는 과정을 지켜본

언니가 일러준 대로 담가 보았는데

맛이 괜찮았다.


무 수확철이 되면

동치미 무 선발대회를 거쳐서

20개 남짓 선별한다.

기준은 푸른 부분이 많은 무 중에서

크기가 한 번 썰어서 반찬통에

담기가 용이한 사이즈,

그리고 모양이 예쁜 조건으로 고른다.


<톡 쏘는 맛, 속이 뻥 뚫리는 동치미 만들기>

선발대회를 거쳐

선택된 무는 무청은 잘라내고

꼬리는 그대로 둔 채 솔로 깨끗이 씻은 후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천일염에 꼭꼭 누르면서

소금 분장을 시킨다.

미리 준비한 장독에 차곡차곡 쌓아서 3일을 그대로 둔다.

2일째 되는 날,

동치미에 사용할 물을

팔팔 끓여서 식힌 후 물 1L에 소금 50g을 넣어

국물로 사용할 소금물을 만들어 둔다.

3일 후

절여진 무를 끄집어낸다

장독에 남아 있는 무가 졸여진 물은

하루 전에 끓여서 식힌 소금물과

섞어준다.

2시간 정도 두면 바닥에 소금에서 나온

이물질이 보이는데

나중에 장독에 소금물을 부을 때

조심해서 붓고 바닥에 있는 이물질은 버린다.

이때 염도를 맞추는데 

싱거우면 무도 물러지고 하얗게 골마지가 생기기에

짜지 않을 정도의 간을 해야 한다.

시원한 동치미 국물을 만들기 위한

부재료들을 준비한다.

끝물 고추를 따다가 포크로 구멍을 내고

약간 간간한 소금물에 삭혀 둔 고추와

불려서 빡빡 씻은 청각을 준비한다.

그리고

사과, 배, 마늘, 쪽파, 사진에는 빠진 생강도( 엄지크기 3개) 준비한다.

부재료들을 큼직하게 썰어서

베주머니에 차곡차곡 담아

항아리 맨 아래에 둔다.

부재료를 넣은 주머니 위에

절여 둔 무를

굵은 크기가 아래로 가게 해서

차곡차곡 넣어 준다.

무 위에

깨끗이 씻은

부드럽고 연한 무청에

소금 한 줌을 넣고 버무려서 올려 준다.

무청 위에

깨끗이 씻은 대나무 가지를

올려서 무가 물 위로 떠오르지 못하게 한다.

대나무 가지를 넣으면

동치미의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깔끔하다.

마지막으로 준비해 둔 소금물을 붓고

기다리면 시간이  동치미를 만들어 낸다.

비닐을 덮어 봉한 후

12월 22일 동지쯤에 개봉하면 알맞게

맛이 든 동치미를 만날 수 있다.

맛이 든 동치미를 통에 담아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살짝 살얼음이 언,

시원한 동치미를 겨울 내내 밥상에 올릴 수 있다.

*부재료들은 김치냉장고에 같이 넣지 않고 버린다.

며칠 전

뒤꼍에 갔다가 우연히 열어본

동치미 장독, 아뿔싸!!

올해는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벌써 맛이 들었다.

노란 빛깔도 맛있게 보이고,

아삭아삭한 무의 식감과

무엇보다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국물이 식도를 타고 내려갈 때

머리가 시원해진다.

밥상에 올리니

동치미에 숟가락과 숟가락이 부딪힌다.

교통정리가 필요할 정도로 인기다.


이 맛에 동치미를 담는 거지 ㅎㅎㅎ


**동치미에 얽힌 추억 하나

시골의 겨울은 해가 빨리 떨어지기에

저녁을 일찍 먹는다.

농한기가 시작되어 몸이 덜 피곤한 어른들은 

이 집 저 집으로 동네 마실을 많이 다니셨다.

어른들이 늦게 잠자리에 들다 보니

우리도 덩달아서 늦게 잠에 든다.

일찍 먹은 저녁에, 잠자는 시간이 늦어지다 보니

대체적으로 소화가 잘 되는 시골 음식으로 인해

빨리 허기가 찾아온다.


우리 집 큰방에는

저녁마다 출근 도장을 찍으시는 큰어머니,

작은방에는  자주 놀러 오는

사촌 오빠와 언니들이 차지했다.


문고리에 손이 쩍쩍 달라붙을 정도로

바깥 추위는 매서웠지만,

방 안은 지핀 군불로 뜨끈했고

펴 놓은 이불 밑으로 발을 넣고

이야기 꽃을 피웠다.


배가 고플 때쯤

친정엄마표 동치미가 등장한다.

독에서 막 건져낸 서걱서걱한 얼음 동치미에,

불을 지펴 밥을 한 후

남은 불씨가 있는 아궁이에

묻어 둔 고구마를 내어 주셨다.

꿀물이 줄줄 흐르는 군고구마에

시원한 동치미 국물은

우리들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이야기꽃은 그 이후로도 계속 피어났다.


세월이 흘러 나는 변했지만

동치미는 변하지 않고 대를 이어

여전히 밥상에 올라오고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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