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65일, 8760시간을
시간 통장에 넣고 꺼내 쓰다 보니
오늘로써 다 써버리고 0이 된다.
내일이면 또다시 넉넉하게
채워질 시간 부자가 되겠지만.
예년 같았으면
살아낸 세월을 돌아보며
부족한 부분을 붙들고 씨름을 했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용기를 낸 것에 대해 '거봐, 할 수 있을 거라고 했잖아'라고
응원을,
잘한 것에 대해서는 '잘할 줄 알았어!'라는
칭찬을 해주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쓰담쓰담한다.
나이로 세상에 밀렸지만
끊임없이 엄마를 응원해 주는 딸,
그리고 미약한 나의 재능을 일깨워주고
성장하도록 불쏘시개 역할을 해 주는 고마운 분 덕분에
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세상으로부터 '작가'라는 명칭을 얻게 될 줄이야!
미흡한 내 글에 세대 공감을 해 주시고
댓글로 응원해 주시는 여러 독자들 덕분에
때론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면서 쓰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친정엄마와의 33년의 시간을 펼쳐보게 되었고
그 상황 속으로 들어가 멈추어 느껴 보기도 했다.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드리지 못한 것에
가슴에 큰 얼음덩이를 얹어 놓은 것처럼 시리고 무거웠지만,
자식들을 위해 애쓴 엄마의 마음을 돌아보게 되어 감사했다.
무엇보다,
제철 음식으로 우리들을 따뜻하게 키워 주셨던
엄마의 사랑을 글로 표현할 수 있어 더욱 고맙고 감사하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봉사할 곳을 찾다가 남편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보은의 마음으로
장인, 장모님 산소에 댜녀오자'라고 했다.
딸, 아들을 데리고 부모님 산소에서
크리스마스 캐럴도 불러 드리고,
준비해 간 꽃으로 다시 꽂아 드리고,
가족 각자의 소원도 빌고 돌아왔다.
남편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엄마를 떠올릴 때면
맛있는 음식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내가 좋아하고 자주 해 먹는
엄마표 잡채는 기억에 없다.
분명 해먹이셨을 텐데...
오늘은
엄마의 딸인 내가 좋아하고,
자신 있게 만드는 잡채를 만들어
엄마와 마주 앉아
함께 먹으면서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잡채 만드는 과정>
대파 2대, 당근 중간 크기 1개, 양파 1개를 준비한다.
파프리카는 그냥 먹으면 맛있지만 왠지 잡채에 넣으면 먹음직스럽게는 보이지만 씹을 때 입 안에서 따로 노는 느낌이고, 시금치도 그냥 나물로 먹으면 달큼하고 건강한 맛이지만 잡채에서는 걸리적거리는 것 같아서
특별한 날이 아니면 생략한다.
준비한 재료들은 모두 채로 썰어둔다.
*물, 진간장, 다진 마늘, 매실청, 후추, 설탕 약간, 참기름을 넣어 소스를 만든다
*1.5cm 너비로 길게 썬 소고기와 채 썰어서 말린 표고버섯을 소스에 조물조물해 둔다.
*2시간 정도 절여주면 표고버섯과 소고기에 양념이 입혀져서 고기와 버섯 특유의 부담스러운
맛을 제거할 수 있고 맛도 깊다.
* 깊이가 있는 팬에 기름을 두르고
* 양파, 당근, 대파 순으로 소금 살짝, 후추 살짝 뿌려 1분 정도 따로 볶아 식힌다.
* 소고기와 표고버섯을 함께 익히는데 소고기가 익으면 삶아놓은 당면을 넣어 뒤적인다.
* 진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맞춘 후 볶아 놓은 야채를 넣어 서로 어우러지도록 한 번 더 뒤적여
주면 된다.
* 마지막으로 통깨와 후추로 마무리한다.
(당면 삶기 ㅡ당면이 잠길 정도의 찬물을 붓고 한가닥 먹어보아서 바로 먹어도 될 정도로 삶으면 됨)
사랑하는 엄마에게,
한 해 동안 살아내느라 수고하고 성장한 나에게,
맛있는 잡채를 대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