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먹이고 싶은 묵은지 돼지갈비찜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딸은 대학생활 1년을
온라인수업으로 인해 집에서 함께 지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생활을 했고
대학은 아예 서울로 가버려서
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을 기회가 적었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음식을 해 먹을 때마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복스럽게 먹는 딸의
볼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딸은 다이어트를 한다고 밥을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서운했다. 이 한 겨울에 무슨 다이어트를 한다고.
나는 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참 좋아한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걷기 좋은 곳에서, 햇살이 좋은 곳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눈다.
다만 MZ세대와 X세대 간의
충돌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딸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움푹 파인 내 마음이 평지가 되고,
'고민'은 '생각'으로 방향을 바꾼다.
딸과 대화를 하다 보면
우쭈쭈를 잘해주는 딸 덕분에
내가 조금은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희망을 꿈꾸게 되고,
딸의 응원을 받고 또 다른 도전을 하게 한다.
때로는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이제는 내려놔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간절한 마음을 담아 엄마를 설득한다.
어떤 때는
'하자'라는 용기를 끝없이 주고
어떤 때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로 씨름하고 있는 나를 향해
과감하게 '그만두자'라고 말해주어서
못 이기는 척 물러설 때는 참 고맙다.
오늘은 딸의 다이어트를 흔들고 싶었다
넌지시 딸에게 다가가
"맛있게 보이는 돼지갈비를 사 왔는데
묵은지 김치찜을 해 먹을 거다.
엄마가 고기 잘 고르는 거 알지?
정말 맛있을 것 같지 않니?"
"아, 나 유혹하지 말아요"
"고기만 먹으면 되잖아. 한 끼 밥 먹는다고 살찌겠어?"
"안 돼요"
부엌으로 내려와서
냉장고에 있는 고기를 꺼내어 찬물에 담가두면서
"지가 냄새에 어떻게 배겨"
확신에 찬 혼잣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