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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Jan 06. 2024

2024년 1월 5일 식도락 음식 일기

딸에게 먹이고 싶은 묵은지 돼지갈비찜

"오늘은 뭐 해 먹을까?"

"뭐 해 줄 수 있는데?"

"음, 갈치구이, 김치볶음밥, 가지덮밥"

"갈치는 왜 자꾸 해 줘?"

"갈치가 얼마나 맛있는데"

"어, 김치볶음밥으로 부탁해요"

"오케이"

매일  뭘 해 먹을지를 놓고 오가는 딸과의 대화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딸은 대학생활 1년을

온라인수업으로 인해  집에서 함께 지냈다.

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생활을 했고

대학은 아예 서울로 가버려서

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을 기회가 적었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음식을 해 먹을 때마다

먹는 것을 좋아하고  복스럽게 먹는 딸의

볼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다.

뭘 해먹을지 물어보는 습관이.


새해가 시작되면서

딸은 다이어트를 한다고 밥을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서운했다. 이 한 겨울에 무슨 다이어트를 한다고.


나는 딸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참 좋아한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걷기 좋은 곳에서, 햇살이 좋은 곳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눈다. 

다만 MZ세대와 X세대 간의 

충돌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딸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움푹 파인 내 마음이 평지가 되고,

'고민'은 '생각'으로 방향을 바꾼다.


딸과 대화를 하다 보면

우쭈쭈를 잘해주는 딸 덕분에

내가 조금은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희망을 꿈꾸게 되고,

딸의 응원을 받고 또 다른 도전을 하게 한다.


때로는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이제는 내려놔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간절한 마음을 담아 엄마를 설득한다.


어떤 때는

'하자'라는 용기를 끝없이 주고

어떤 때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로 씨름하고 있는 나를 향해

과감하게 '그만두자'라고 말해주어서

못 이기는 척 물러설 때는 참 고맙다.


오늘은 딸의 다이어트를 흔들고 싶었다

넌지시 딸에게 다가가

"맛있게 보이는 돼지갈비를 사 왔는데  

묵은지 김치찜을 해 먹을 거다.

엄마가 고기 잘 고르는 거 알지? 

정말 맛있을 것 같지 않니?"

"아, 나 유혹하지 말아요"

"고기만 먹으면 되잖아. 한 끼 밥 먹는다고 살찌겠어?"

"안 돼요"


부엌으로 내려와서

냉장고에 있는 고기를 꺼내어 찬물에 담가두면서

"지가 냄새에 어떻게 배겨"

확신에 찬 혼잣말을 했다.


<묵은지 돼지갈비찜 만들기>

지난해 담근 묵은지 김치다

김치 속에 든 부재료들은 대충 털어내고

너무 시면 물기도 한 번 짜 낸다.

요리할 냄비에 김치를 담고

김치 사이사이에 들기름과 신김치에 필수인 설탕을 뿌려둔다

양념 소스는

야채수 1과 1/2컵, 양파 1/2개. 사과 1/2개. 마늘 6알. 고춧가루 3스푼, 설탕 1스푼을 넣고 갈아준다.

간 후에는 진간장으로 간을 맞추는데 김치가 있기에 강하게 간을 하지 않는다.

돼지갈비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 핏물을 빼주는데

이때 소주 1스푼을 넣어주면

잡내 제거에 도움이 된다.

밑간 해놓은 김치 위에 물기 뺀 돼지갈비를 올리고

양녕을 부어준다.

채 썬 양파 1/2개, 대파 1대. 정양고추 2개, 후추를 넣고 끓인다

센 불에 놓고 고기가 익으면 약불에 놓고 30분 정도 더 끓인다


시간이 여유가 될 때는 센 불에서 고기를 익혔다가

약불 10분으로 마무리하고 불을 끈 후 

먹기 전에 중불, 약불로 김치가 뭉근하게 익을 때까지 조리면 

김치, 돼지갈비, 양념이 어우러진 맛있는 찜요리가 된다.

딸은 냄새를 따라 식탁 근처에까지 도착했다.

식탁에 놓인 딸의 숟가락, 젓가락을 확인하고

'아, 참'하면서 못 이기는 척 식탁에 앉는다.


맨 나중까지

갈비와 묵은지 김치를 오가며

먹고 있는 사람은 묵도리 딸이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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