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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Feb 19. 2024

2024년 2월 18일 식도락 음식 일기

가래떡으로 만드는 음식들

예전에는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는 날이 최고였고

먹을 수 있는 날은

가족생일, 명절 정도였던 것 같다.


요즈음에는

밥을 지을 때

찹쌀 현미, 찹쌀, 불린 귀리, 불린 서리태 정도를 넣고

밥을 짓다 보니

소비하는 쌀의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먹다 남은 쌀과

지난해 묵은쌀로 가래떡을 뽑았다.


가래떡을 뽑아오면


첫 번째 하는 작업은

긴 가래떡을 이등분해서

힘껏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한입 베에 문다.


베어무는 가래떡맛은 추억이다.


쌀에 소금만 넣고 익힌 것뿐인데

쫀득함과 씹히는 맛이 가히 일품이다.


두 번째 하는 작업은

따뜻할 때

7센티 정도의 길이로 잘라

소분해서 냉동실로 직행시킨다.


세 번째 하는 작업은

비닐을 깔고 앞뒤로

뒤집어가며 가래떡을 썰기 좋을 정도로

린다.


말린 가래떡을

떡국용 떡으로 썰어서 냉동실에 보관하는 것으로

작업을 끝낸다.

                                     <뽑아온 가래떡을 말리는 풍경>


가래떡을 활용해서 만들어 먹는

우리 집 음식들이다.


**첫 번째 음식 :떡국

일요일이면 아침 겸 점심으로 먹는 떡국이다.

일 년 내내 거르지 않고

일요일에는 무조건 먹는 떡국이지만

누구 한 사람도 질려하지 않고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다.

남편과 아들은 두 그릇씩, 딸은 국물 많이,

나는 한 그릇을 비운다.


한여름에도 일요일에는

떡국을 즐긴다.


참기름에

찧은 마늘과 다진 소고기를 넣고 볶다가

고기가 익으면 야채육수를 붓고 끓인다.

위에 뜨는 불순물은 걷어내고

냉동실에 있는 만두를 같이 넣어준다


다시 끓어오르면,

계란 한 알 넣고  휘~익 저어준 후 익으면

대파, 국간장, 후추를 뿌려 간을 맞추면

간단하면서도 맛있는 떡국이 뚝딱 완성된다.


각자의 그릇 위에 김가루 솔 솔~

반찬은 김장 김치, 무말랭이 무침이면 훌륭하다.


** 두 번째 음식: 떡국피자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살짝만 바르고

계란물에 묻힌 떡국 떡을 빈틈없이 올린 후

약불에 올린다.


토핑은

토핑들이 떡 밖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양파를 반달로 썰어 가장자리에 두르고

볶은 소고기, 총총 썰어 양념한 고사리, 시금치,

집에 있는 것들을 올린 후

피자치즈를 듬뿍 올린다.


프라이팬의 뚜껑을 덮고

치즈가 녹으면 끝!


피자 도우가 떡국 떡이라 고소함과 쫄깃함,

고기와 나물이 어우러진 토핑으로

세상에 없는 맛이다.


굽기가 바쁘게

입으로 들어간다.


**세 번째 음식: 스위트 떡뻥

입은 심심한데

마땅히 먹을 게 없을 때 딱이다.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넉넉하게 붓고

떡국 떡을 튀기듯이

앞뒤로 구워낸 후

키친타월로 기름기를 제거한다.

그릇에 옮겨 담고

굵은 원당을 뿌려 먹으면

적당히 씹히는 원당의 식감과

떡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끝없이 입으로 들어간다.


**네 번째 음식: 가래떡구이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중불에서

돌려가며 구워낸다.


그야말로

겉바촉,

겉은 바사삭, 속은 쫀득 그 자체다.


입으로 베어무는 순간

바사삭 소리와 고소함이 쏘~옥 들어오면서

세상 시름 다 잊게 하는 맛이다.


가래떡과 조청은 

최고의 궁합으로 환상적인 맛을 낸다.


가래떡에 조청을 찍어 한 입 베어 물고

천장 한 번 쳐다보고

또 한 번 찍어 입에 넣고

천장 한 번 쳐다보게 하는 맛이다.


우리 식구들은 가래떡보다

조청을 더 많이 먹는다.



***엄마와 가래떡


설을 앞두고는

가래떡을 엄청 많이 뽑으셨다.


가래떡이 마르는 순서대로

아버지께서는 떡국을 써셨고

썰은 떡은 큰 소쿠리에 널어 말리셨다.


한 뼘  길이로 자른 가래떡은 꾸덕하게 말려 두셨다가

석쇠에 올려

밥을 지은 후 남은 불씨에 올려

석쇠를 앞뒤로 뒤집어 가며

노릇노릇 구워서 조청에 찍어 먹게 해 주셨는데

요즘 팬에서 굽는 맛과는 또 다른 맛이 우리를 홀린다.


어떤 재료의 나무 불씨로 굽느냐에 따라

훈제 가래떡의 맛이 다르게 입혀지기 때문이다.


떡국 떡의 마지막 변신은

'떡뻥'이다.

바싹 말린 떡국 떡이

뻥튀기 기계에 들어갔다 나오면

크기와 모양이 완전 메머드급이 된다.


떡국 떡만 넣고 뻥튀기를 하면

떡끼리 서로 붙어 

고온에서 새까맣게 타버리기에

항상 쌀을 조금 넣고 뻥튀기를 한 것 같다.

우리는 뻥튀기한 쌀을 '박상'이라고 불렀다.


정월대보름까지 이어진 설날이 끝나고

봄방학이 될 때까지 

떡뻥이 들어있는 커다란 비닐봉지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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