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 쑥으로 만든 달콤하고 고소한 통팥 쑥떡
봄에는
자라는 쑥에서조차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것을 눈으로 느낄 수 있다.
일주일 새에 훌쩍 자란 쑥은 벌써 키를 키우고 자리를 넓혀 가고 있었다.
이른 봄에 때를 맞춰 쑥을 캐는 행운은 시골에 사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야말로 쑥은 어느 날 갑자기 쑥!! 하고 올라오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오며 가며 눈여겨보지 않고서는 여린 쑥을 놓치기 쉽다.
초봄 햇 쑥을 즐기는 순서는,
맨 처음 땅을 비집고 나온 어린 쑥으로는 대합을 넣어 시원한 쑥국을 끓이고
조금 더 자라서는 쑥차를 만들고
나중이 된 요즘 캔 쑥으로는 쑥떡으로 봄의 향연을 두고두고 누린다.
쑥 향기가 솔솔 나는 맛있는 쑥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찹쌀 한 되 1.8kg에 데쳐서 꽉 물기를 제거한 1.5kg의
많은 양의 쑥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어린 쑥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고
어느 정도 자란 쑥이 되어야 그 많은 양을 채울 수 있다.
저녁마다 쑥을 다듬는 일에 꽤 시간이 걸리지만
점심으로 쑥떡을 싸갈 정도로 좋아하는 딸내미를 위해
남편도 기꺼이 동참을 한다.
세척한 후 끓는 물에 소금 1T를 넣고 30초 정도만 데쳐 바로 찬물에 헹구고
다시 찬물에 담가 열을 식혀서 색을 잃지 않게 해야 한다.
이곳 시골에는 떡집이 여럿 있다.
떡을 잘한다고 소문이 나서 타 지역에 있는 사람들도
이곳으로 떡을 하러 오기 때문에 요즘 같은 시기에는
떡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쑥 인절미 속에 넉넉하게 달콤한 통팥을 넣고
볶은 콩고물을 묻혀 만들어서 랩으로 싸서 냉동실에 두면
1년 동안 먹을 수 있다.
오래 두고 먹을 떡은 뜨거울 때 바로 냉동실로 직행해서 보관하고
먹기 반나절 전에 꺼내어 두던지
아니면 밥솥에 보온 재가열기능을 활용하면 갓 만든 떡처럼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이때,
여분의 콩고물을 사서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먹을 때 콩고물을 추가해서 먹으면 더 맛있는 떡을 먹을 수 있다.
팥은 더운 날에는 쉽게 상해버리기에
쑥마리를 해서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전날 꺼내어 둔 말랑말랑해진 떡을 먹기 좋게 잘라서 콩고물을 묻히면 된다.
<딸의 쑥인절미 도시락>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작은 소쿠리와 손에 맞는 칼을 가지고
친구들과 함께 둑으로 쑥을 캐러 다녔다. 그때 쑥을 캐는 것은 우리들에게는 놀이였다.
쑥을 캐다가 더 흥미로운 생기면 소쿠리며 칼은 내팽개치기가 일쑤였다.
흥미로운 일이란 잠자던 개구리가 우리들의 칼끝에 놀라 튀어 오르 던 지,
아니면 이상하게 생긴 식물을 누군가 발견했을 때 우리들은 거침없이 머리를 맞댔다.
쑥만 깨끗하게 캘 정도로 여문 손끝이 아니기에 소쿠리에는 쑥보다 쑥뿌리며 마른풀 등이
더 많았다.
엄마는 그런 쑥을 잘 다듬어서 그늘진 항아리에 보관하셨다가 쑥국을 끓여 밥상에 올리셨다.
내가 캐고 엄마가 다듬어서 맛있게 끓인 쑥국을 먹으며
우리 가족들은 봄에 대한 희망를 품지 않았을까?
엄마와 나의 합작품 햇 쑥국, 참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