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건강 음료 아로니아
농사를 짓다 보면
열심히 농사를 짓는다고 지었는데 수확할 때쯤에는
손에 쥐는 게 없어 허탈할 때가 많다.
땅 밑에는 두더지, 뱀이 농작물을
갉아먹거나 터널을 만들어 성장을 방해해서 말라 죽인다.
지상에서는 새, 각종 해충들이
갉아먹고 쪼아서 못 먹게 만들거나
맛있는 열매는 아예 다 따먹어 버려
정작 주인은 새가 먹다 남은 하품들만 손에 쥔다.
결국 새를 먹이기 위해 농사를 짓는 형국이 돼 버린다.
수년 전
왕의 열매라고 칭할 정도로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치솟을 때
아로니아 묘목 몇 그루 심었는데
묘목이 자라서 열매가 달린 시점부터가 문제였다.
덜 익은 아로니아에는 떫은맛의 주범인 탄닌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새들이 덜 익은 아로니아를 먹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기절한다고 한다.
덜 익은 열매를 따 먹다가 목에 걸려 기절한 건지,
아니면 쳐 놓은 그물에 갇혀 죽었는지 모르지만
아로니아 먹겠다고 덤빈 몇 마리가 목숨을 잃었다.
새들과의 싸움에 결국 지고 말았고
7~8년 동안 거의 방치하면서 아로니아 농사를 포기했는데
올해, 유난히도 열매가 많이 달렸다.
탐스러운 열매를 보니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여
지킴이를 세웠다.
아이들이 놀다 버린 독수리가 그려진 연을 장대에 매달아 놓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작은 새들의 눈에도 무서운 독수리가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니
근처에 얼씬도 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밭에 내려갈 때마다
눈앞에 맛있는 먹이를 두고 저만치 감나무에 앉아 짹짹거리기만 하는
새들을 보며 통쾌함을 느꼈다.
독수리연 지킴이 덕분에 단맛이 돌고 열매가 큰 아로니아 수확을 하고 있다.
밭에서 따 온 아로니아는 물로 두 번 씻은 후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푼 찬물에 30분 정도 둔 후 3번 정도 헹군 뒤
소쿠리에 담아 물기를 빼 준다.
어느 정도 물기가 마르면 줄기를 제거하고 알맹이만 모은다.
줄기를 먼저 제거하고 물에 씻으면 보라색 영양소도 빠져나가고
열매 속으로 물기가 스며들기에 씻은 후 줄기를 제거해야 한다.
아로니아는 과육이 단단해서
깨끗하게 씻은 후 물기를 제거하고 밀폐용기에 담아서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면 한 달 정도 생과로 먹을 수 있고,
양이 많아서 냉동실에 보관할 때에는
원당을 한 스푼 정도 넣어서 보관하면 나중에 냉동실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올해는
정식 수확기까지 온전하게 지켜서 단맛이 올라 생으로 먹어도 거부감이 없다.
아로니아를 쥬스로 먹는 방법은
아로니아 20알 정도, 꿀 1 스푼, 얼음 4개, 우유 한 컵을 넣어 믹서기에 곱게 갈아주면 된다.
마당을 몇 바퀴 돌고 땀을 비 오듯 쏟으며 헉헉거리며 들어오는 딸,
"엄마, 아로니아 갈아 주세요"
아로니아 때문인지 확실치 않지만 딸은 건강해 보이고
나는 피로감이 훨씬 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