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dom in life
월요일 아침 출근길은 항상 긴장감에 휩싸이기 쉽고 심장은 평온하지 않다.
집 문을 조용히 열고 나가서 새벽 5시 15분에 엘리베이터 호출 버튼을 눌렀다.
1층에 있던 엘리베이터는 우리 집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는 우리 집 층을 넘어서 아파트 꼭대기층까지 올라갔다.
새벽이라서 모두가 잠들어있기에 17층에 도착해서 들려오는 엘리베이터의 안내 소리가 또렷이 들렸다.
"1층. 내려갑니다. 문이 닫힙니다."
새벽 5시에 출발을 했어야 하는데, 개켜야 하는 건조기 안에 있던 빨래의 양이 많아서 출발이 늦었다.
심야시간에 엘리베이터의 속도는 소음을 줄이고자 더 천천히 움직이기에 8층을 넘어 17층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시간을 기다리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8층을 넘어서 12층까지 올라가는 숫자를 보고, 뛰어서 내려갈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나 6월의 중반에 1층까지 뛰어 내려가면 등에 땀이 족히 생길 정도의 후덥지근한 날씨가
답답한 마음을 억누르고 나의 발을 붙잡아 두었다.
엘리베이터가 이 시간에 17층까지 올라가면 어떤 사람이 엘리베이터 안에 있을지 짐작이 갔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아침 산책을 가시는 연세 지긋하신 할아버지께서 타고 계실 것임이 분명했다.
드디어, 8층에서 기다리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전동휠체어의 그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인내의 한계점에서 나는 할아버지께 "안녕하세요." 무뚝뚝하게 굳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할아버지께서는 "아..."라는 짧은 탄식과 함께 홍삼캔디 두 개를 전동휠체어 옆 주머니에서 꺼내어 나에게 손을 내미셨다.
나는 "아.. 네.. 감사합니다."라며 할아버지께서 주신 사탕 두 개를 넙죽 받았다.
사탕 두 개로 신기하게도 불과 수십 초 전의 그 답답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려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나의 마음은 간사했다.
여든이 넘으셔보이는 할아버지께서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을 배려해 주시고 공감해 주시는 마음과 여유로움을 갖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 삶의 지혜이구나', '이것이 삶의 관록이구나'.
'이렇게 넛징(Nudging)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성을 들여야겠구나',
'나도 저 나이에 저렇게 멋지고 싶다.'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다음 주 월요일 아침 다섯 시경에 엘리베이터가 17층까지 올라가도, 더 이상 나쁜 감정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소중한 홍삼 캔디 두 개를 나누어주신 할아버지께 다음에 만나게 되면 어떤 따뜻한 말을 건네드려야 할까, 나는 나의 어떤 것을 드려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