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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법

by 구십

타인의 조언이 그렇게 받고 싶지 않아 졌다. 왜 이렇게 된 걸까.


결혼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모두가 집안도 보고 상대방의 학벌도 보고 직장의 수준도 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인생이 행복해진다고 했다. 수준에 맞는 상대를 만나야 행복하다고 나에게 조언을 했다. 문득 이게 맞는 길인가 의문이 들었다.


세상 모든 건 상대적이어서, 더 좋은 길이라는 것은 그와 비교되는 길보단 좋은 길이라는 의미이다. 그럼 그런 조건적인 것들을 챙겨가면서 보는 것은 조건을 보지 않는 것보다 나은 결혼 생활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조건을 보지 않는 배우자를 선택해 본 적이 없었다. 난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그건 그 상황에 대하여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직접 경험을 해봐야만 느낄 수 있는 디테일이 생각보다 그 경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실제 내가 추상적으로 알던 것들도 경험해 보니 달랐던 것을 생각하면, 경험하지 않은 채 듣거나 생각만으로 말하는 건 모르는 상태에서 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조건을 보아야 한다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은 조건을 보지 않고 결혼 생활을 하지 않았다. 이혼을 경험하고 재혼을 하며 그런 선택을 한 사람만이, 그리고 그 결혼에서 행복을 느낀 사람만이, 더 나아가 그 행복이 상대의 개인적인 특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그 선택에 의한 절대적인 영향을 받은 것인지 구분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게 조언하는 사람 중엔 그런 사람이 없었다.


그런 조언들은 나를 생각해서 한 말이었을 것이다. 정말 좋지 못한 태도는 그런 조언을 받는 나의 태도였다. 무분별하게 하나하나 영향을 받았다. 나 자신을 아낀다면, 그리고 위와 같은 생각을 했다면, 그저 지나가는 말로 취급할 줄도 알아야 했어야 한다 생각한다. 세상 모든 말에 주의 깊은 관심을 주어야 한다는 말은 말하는 사람을 위한 말일뿐이니까. 나는 나를 위한 행동을 했어야 한다.


비단 결혼에 대한 이슈뿐이 아니라, 모든 일에 대한 조언은 반대되는 측을 경험하고 또 그와 반대되는 측을 경험한 사람의 것만이 의미 있지 않을까. 흔히 말하는 뇌피셜은 디테일을 놓치기 마련이니까. 타인의 말에 대한 나의 반응을 조절할 필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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