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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즈 4

by 구십

로스쿨을 합격하고, 회사에 말을 했다. 조만간 퇴사일이 나올 것 같다. 원래 했던 수학 강의는 이제는 그만두려 한다. 그 부분도 원장님께 이야기했다. 외주형식으로 들어오던 일도 최근에 마무리가 되어 당분간은 잠잠할 것 같다. 수학학원 외 다른 강의도 지금은 쉬는 기간이다.


전체적으로 올해 또는 그 전해에 시작했던 일들이 마무리되었다.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서 이제는 해왔던 일들을 마무리 짓고 있다. 마치 삶이 내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 같다. 아 참. 기존에 연락하고 잘 지냈었던 사람과도 시원섭섭한 안녕을 하였다. 정말로 새로운 시작이었다.


문득 지금이 인생의 4번째 페이즈인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까지의 시절-대학교에서 자격증을 공부하던 시절-자격증 이후의 직장인으로서의 삶-그리고 지금. 평생 노력할 것을 스스로에게 약속하고 다짐했었지만, 지금 돌아보니 이렇게 각기 다른 스타일의 인생을 살게 될 줄은 몰랐다. 특히 지금과 같이 학교를 다시 들어가게 될 줄은 몰랐다.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끝에 가봐야 안다는 게, 나에게는 맞는 말처럼 느껴진다. 다음 페이즈가 있을 수 있음을 어렴풋이 느낀다.


다시 생각해 보면 각각의 페이즈마다 최선을 다해 노력했었다. 스스로 부끄러운 인생을 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 노력만으로 모든 게 이루어지진 않겠지만, 그래도 그 노력이 각 페이즈를 실패하지 않게 도와주었음을 믿는다. 그리고 이번 페이즈도 무사히 넘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회사에 인사를 돌았다. 그래도 나와 연결고리가 있었던 분들에겐 누군가를 통해 내 소식을 전달하기보다는, 내 입으로 전하고 싶었다. 그게 그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많은 선배들이 좋은 말을 해주셨다. 물론 좋은 말을 해줄 것 같은 친분이 있는 분들만 찾아간 것도 맞긴 했다.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고, 그리고 열심히 하라고 해주셨다. 회사를 떠나가는 이에게 회사 입장을 말해주지 않아서 좋았다. 그들이 회사의 일원이 아닌 한 때는 연결되었었던 사람으로 보여, 좋았다.


나와 친했던 동료들과는 조만간 술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합격의 기쁨 뒤에서 제일 아쉬웠던 건 친했던 동료를 이제는 많이 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아마도 그 자리에선 아쉬움을 나눌 것 같다. 매일을 보며 웃었던 그리고 많은 추억을 공유했던 친구들이 그리울 것 같다.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잘 해내는 거야 잘 해낼 것이라 믿지만, 학교 생활동안 버텨야 하는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벌써 머리가 아프긴 하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싶은데, 과연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고민이 되긴 한다.


오늘 눈을 문득 뜨며, 문득 할 일이 없어진 하루를 보았다. 이렇게 하루를 통으로 쉴 수 있었던 게 언제 있었는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건 새로운 시작을 하기에 잠시 생긴 여유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새로운 시작. 나의 새로운 시작에 행복한 일들이 가득하길 스스로에게 축복을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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