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이유로 정말 많은 술자리가 있었다.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약속이 있었다. 그 자리마다 매번 듣는 질문은 왜 로스쿨을 준비했냐는 것이다.
나도 전문직을 가지고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주변에 있는 친구들은 대부분 전문직이었다. 우리가 술자리를 가지면, 현재 우리 환경이 가지는 한계를 이야기하며, 어떤 길을 향하여 가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곤 했다. 단순히 돈을 적게 번다는 사실을 넘어, 현재 우리가 자격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라는데 다들 공감을 했었다. 그러나 그런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중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행동하는 사람들에겐 관심이 쏠렸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무언가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려고 했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물었다. 나도 이제는 그런 질문을 받게 되었다.
처음에 대답할 땐 내가 왜 로스쿨을 선택했는지 명확하다 생각했다. 나는 직업적인 한계에 부딪혀 행동을 했다고 생각했다.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나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 선택했다고 말했었다. 변호사 일은 그런 기회를 넓혀주는 것이라고 대답했었다. 그러나 대답을 계속하다 보니, 더 자세한 질문을 듣다 보니, 조금 더 자세한 답을 해야만 했다. 이게 스스로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자세히 알게 했다.
지금 생각으로는 아마 로스쿨이 아니었어도 어떤 것을 선택했을 것 같다. 현재에 마물러 있다는 그 기분, 압력밥솥 안에서 쪄지고 있는 걸 아는데, 그걸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했다. 어쩌면, 그 답답한 상황에서 내게 가까웠던 다른 길이 로스쿨이었다고 생각한다. 내게 누군가 개업을 말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냥 평온한 현실을 견디지 못하는 나의 기질이 내 선택을 이끈 것이라 생각한다.
잠깐 동안은 스스로가 멋있는 선택을 했었다고 취해있었다. 사실은 그냥 기질에 의한 선택에 불과했을 뿐인데 스스로를 너무 과대평가했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현재 나의 상황을 극복하려 노력하려 한다. 나는 나의 기질에 따라 환경에 따라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길을 가는 것뿐이고, 그 길이 맞는지에 대한 판정은 선택의 순간이 아니라 최종적으로 보여주었냐에 따라 다른 것이니까.
반성한다. 다시 온 새로운 시작에 겸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