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어스름에 시장으로 향했다. 가로등 불빛 아래 황금열매 나무 밑을 지나갔다. 여름내 파랗던 은행이 추석을 앞두고 누랗게 익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길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오른쪽 발밑에서 미끌미끌거리다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 느낌이 이상해서 길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구두 발에 짓밟힌 은행알들이 비명을 질렀다. 좁은 도로를 점령하고 난장판이 되어 악취까지 진동을 했다.
갑자기 가슴이 싸한 측은지심이 발동했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라 누가 말했던가. 은행나무가 봄에는 잎을 밀어내고 꽃을 피우고 파란 열매가 주렁주럼 달렸다. 뜨거운 태양 을 온 몸으로 받고 익어가는 동안 바람을 견뎠다. 뿌리 째 뽑히지 않으려고 태풍과 맞서 흙을 끌어안고 씨름하는 동안
인고의 시간을 또 얼마나 몸부림쳤을까.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황금알처럼 매달렸다. 아, 이 은행나무 엄마도 자신이 낳아 길러낸 열매들이 가을에 바람에 후두득 떨어질 때 마다 흙이 많고 좋은 땅에 떨어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래야 내년에 뿌리를 내리고 입과 가지를 뻗을 것이 아닌가.
도시의 가로수에 은행나무를 심은 놓은 이유는, 다른 나무와는 달리 공해와 병충해에 강하고, 도시의 매연을 흡수하는 자정작용으로 뛰어나기에 많이 심게 된 것이라 한다. 특히 이나무는 추위나 더위에는 물론이고 오염, 건조 등에도 강해서 관리가 편하다고 알려진다. 그런데 은행나무는 동물들이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열매에 악취를선택하지 않았을까? 때문에 사람들이 많은 곳에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자기가 뿌리를 내 릴 수 있는ㅈ터전을 스스로 선택하지도 못할 뿐더러 원하든 원하지 않던 사람들이 가로수로 심어 놓았다. 천덕구러기가 되어버린 은행열매가 길바닥에 떨어졌다. 온 몸이사람들의 구두 발에 사정없이 뭉개지는 아픔에 찌직,찌직,비명을 지르는 듯. 환경미화원 아저씨들도 가을이 되면 청소하기에 골치거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힘겹게 상처투성이로 쓰레기로 버려질 것을 생각하니 열매들이 태어나서 한번도 꽃피워보지 모한 열매들이 자식같은 동질감에 측은해졌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길 건너 김싸 아저씨의 아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들어갔단다. 또는 판검사되면 개천에서 용이 났다고 온 동네 사람들을 불러 모아 큰 잔치를 베풀었다. 요즘은 개천에서 용은 고사하고 이무기도 없다고 한다. (용이 되려다 못되고 물속에 산다는 전설상의 큰 구렁이를 말한다.) 인간사도 은행나무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모든 부모는 자신은 가난에 뒹굴망정 자식들 만큼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환경에서 두툼하게 받혀주는 학년, 지연 스펙을 쌓아가며 잘 살기를 간절한 염원으로 빌고 빌면서 그럴 날을 고대하면 꿈을 꾸었을지도 모를 일아닐까 싶다.
" 은행나무는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말한다. 오래된 나무로 강원도 영월의 은행나무는 나이가 1,000~1,200년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높이 29m, 둘레 14, 8m. 하송리 은행나무는 영월 엄 씨의 시조 엄이 모의가 심은 것으로 천연기념물 76호로 지정되어 있다.
도로를 오가는 사람들이 은행멸매가 악취를 풍긴다고 이마살을 찡그렸다. 나도 지금 고약한 냄새세 코를 막았지만, 내인생의 자갈밭에서 힘들때마다 선의로 포장한 거짓말,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파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앞만보고 달려왔다. 오직 내 지식 잘 뒤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이었다. 어쩌면 은행 열매 보더 더 심한 악취를 풍기는 동안 남들이 코를 막고 외면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의 스승같은 은행나무에게 귀를 기울리며 돌아본다.
이 동네로 이사 온 지 40년이 넘었다. 사철 이 길을 오가며 나무가 나이테를 불리는 성장하는 것을 보 가을에 열매가 땅에 떨어지면 ㅂ닐봉지를 가지고 다니다가 한 됫밖어 주워와서 삶아먹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도시의 은행나무 열매는 길바닥에 떨어져 굴러다니다가 청소미화원 아저씨들이 빗자루로 싹싹 쓸어 부대세 담아 멀리 갔다 땅속에 파묻거나 쓰레기기와 함께 불에 태운다는말을 들은적이있다.
굶주림에 허덕이던 몇십 년 전에는 은해이 좋은 영양식간식이었다. 가을이 깊어질 무렵 은행열매에서 악취가 진동을 해도사람은 신경씌지 않고 몸에 좋다는 말에 먼저 털어가는 사람이 임자였다. 구청 직원들에게 은행나무털다가 들키면 벌금을 많이 냈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지런 아낙들은 얇은 이불과 등산 가방을 메고 한밤중에 가로수 은행을 싹쓸 해 왔다. 시장에 내다팔기위해 코에 솜을 막고 껍질을 벗겼다. 고무 통에 물을 한통 받아 은행을 자루에 넣어 물에 넣고 며칠 두면 고약한 악취가 온 동네에 퍼졌다. 공동 수돗가에서 은행 자루를 발로 지근지근 밟으면 다 걸러지고 뽀얀 알맹이만 남았다. 딱딱한 껍질을 뺀 찌로 꾹, 누르면 파란 속살이 나왔다. 후란이 펜에 약한 불로 살짝 볶으면 쫀득쫀득 쌉쌀한 맛이 일품이었다. 약밥과 잡곡밥에 넣어 먹고 볶아서 간식으로 먹었다.
그런데 십년전쯤 과학자들이 은행나무 열매오염농도 성분 검사를 했다. 도시의 가로수를 질주하는 차들과 각종공장에서 무작이 내 보낸 매연을 뿜어냈으면 오염농도가 심해 사람이 먹을 수 없다는 보고가 나왔다.
그러나 사람사는 세상에는 그뵤다 더 심한 악취를 풍긴다. 부정부폐가 피라밋 바닥에서 꼭대기까지 탐욕으로 얼룩진 현실을 매일 직면하고 살아간다. 티비나신문을 볼 때마다 섴어버린 악취 때운어 길바닥어 뒹굴며사는 소시민들은 허탈한 마음에 희망을 잃고 얼굴을 찌푸리게 만든다. 황열매가 열매가 행 구두발에 짓밟혀 비명을 지른다. 하지만 은행나무는 도시의 오염을 정화시켜주었고, 사람들을 위해 시원하도록 그늘을 드리워 주었고, 삭막한 거리에 푸른 숲이 우거지도록 사철 수액을 뽑아올려 새생명을 키워냈다. 나는은행나무처럼잘 살지 못한 악취를 품고 살지않는가. 도시에서 반평생 자식들을 키우며 욕망에 불탔고,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살아왔지 않았나. 이기적 마음은 비워도 다시 비운만큼 채워졌다. 은행나무에 등을 기대고 가만히 비법을 물어본다. 길바닥에서 사람들에게 짓밟혀 비명을 지르던 은행들이 빗물에 깨끗하게 씻어지고 쓸려나갔다. 내 마음에도 소낙비가 내려 깨끗하게 씻겨지고 세상을 정화시킬 수 있는 사랑의 향기를 풍길수 있도록 간절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