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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원 May 19. 2024

'시'에서 비유법 표현

시 내용을 분석하고 시를 써봐요

중딩 교과서를 들여다보며

           

1. 봄길/ 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은 떨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이해와 감상

나태주 시인은 정호승 시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시로 <봄길>을 꼽기도 했다.  

<봄길>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봄‘에서 희망의 느낌을 표현한다. ’길‘은 미래, 가능성의 의미를 내포하며, 긍정적, 희망적 가치를 표현한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일 것이다.

-(정호승 산문집 )발췌-




2. <두꺼비 파리를 물고> / 작자 미상   

  

두꺼비 파리를 물고 두엄 위에 치달아 안자

것넌산 바라보니 백승골이 떠 있거늘 가슴이 섬뜩하여 풀떡 뛰어 내닫다가 두

엄 아래 자빠지거고

모쳐라 날랜 나일망정 어혈 질 뻔하여라.

         

이해와 감상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로, 「청구영언」(진본)을 비롯하여 10여 종의 가집에 수록되어 전한다.

이본에 따라 일부 시어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주요 소재인 ‘두꺼비’(탐관오리), ‘백승골’(중앙의 고위관리 외세)의 계층을 통해서 권력 구조의 비리를 우회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다.

두꺼비를 통해 당시 사회의 부조리를 들추어내고 지배층의 비리를 폭로하는 작품이다. 두꺼비로 대표되는 부정적인 대상을 깎아내려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리고 있다. 이처럼 부정적인 대상을 향한 조롱은 문학이 부조리한 세상을 바라보고 그려내는 오래된 방식 중의 하나이다.           

-판소리 <적벽가>는 이러한 조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작품이다. 소설「삼국지연의」가 영웅 중심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과 달리, <적벽가>에서는 지배층을 향해 조롱을 쏟아내고 있다. 적벽대전에서 크게 패하여 도망가면서도,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경박한 언행을 일삼는 조조의 회화화된 모습에서 부정적 대상을 향한 조롱의 실제를 만나볼 수 있다.      

-<고전시가작품론> 염은열. 류수열. 최홍원 지음- 발췌   

    


   

3. 산유화(山有花) / 김소월     


에는 꽃 피네

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이 좋아

에서

사노라네     


에는 꽃 지네

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시집 「진달래꽃」, 1925)       

   

이해와 감상

달래꽃 함께 소월의 대표 시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기. 승. 전. 결의 완벽한 구성과 평범하면서도 함축성 있는 시어을 구사하여 서정시로서의 정수를 보여 주고 있다. 먼저 제목으로 쓰인 산유화는 ‘산에 피어 있는 꽃’이라는 뜻으로 ‘산’과 ‘꽃’을 함께 제시하는 조어(造語)이며, 모든 생명체를 대표하는 대유로서의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는 ‘인간’을 제외시킨 채 다만 ‘꽃’과 ‘새’와 ‘산’으로 대표되는 자연만을 노래하는 서경시가 아니라 꽃이 피어 있는 공간으로서의 자연과 생명을 가지고 있는 존재로서의 꽃을 포괄하는 수준 높은 존재론의 서정시이다.      

첫째 연은 산이라는 자연의 질서 속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사실을 제시한다.

‘산에는 꽃이 피네 / 꽃이 피네 / 갈 봄 여름 없이 / 꽃이 피네.'라는 시행 속에서 산과 꽃, 즉 자연과 생명이 공간적 질서와 시간적 질서의 결합 위에 놓여 있으며, 순환의 원리에 근거한다는 소월의 깨달음이 나타나 있다.      

둘째 연에서는 '산'이라는 공간 속에서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은 실존적 존재성을 표상한다. '저만치'는 실제의 공간적 거리라기보다는 꽃을 바라보는 시적 화자의 심리적 거리이자 꽃과 꽃, 인간과 인간, 즉 고독한 모습을 상징한다      

셋째 연에서는 '새'는 꽃이 좋아 / 산에서 살지만,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는 꽃'으로 인해 '꽃'과 '새'는 모두 고독한 존재로서  모습을 보여 준다.      

넷째 연은 첫째 연과 호응하면서 주제를 제시한다. 그는 '갈 봄 여름 없이' '피었다 지는 꽃'을 통하여 인생의 무상함과 자연의 원리를 깊이 깨닫게 된다.      

          


4. 고향(故鄕) / 백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醫員)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如來)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平安道) 정주(定州)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氏)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씨(氏)를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쓸는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삼천리 문학」, 1938.4) 한국 현대시 500선 양승국. 양승준 지음 발췌-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여우난 곬족」의 연장선에 선 작품으로 백석 특유의 고향 정서가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이 시가 환기시키는 정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그 고향이 불러일으키는 따스한 정이다.

연 구분이 없는 전 17행의  구조의 이 시는 내용상 4 단락으로 나누어진다. 이 시는 시적 화자가 타향인 '북관'에서 병을 앓아 '의원'을 찾아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첫째 단락인 1~2행은 외로운 타향살이를 하는 화자가 병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각별해진 향수를 느끼게 해 준다. 둘째 단락은 3~4행으로 화자가 의원을 찾아가 첫 대면한 '의원'의 풍모와 인상을 시각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5행~15행까지의 셋째 단락은 '의원'이 화자인 '나'를 진맥 하는 상황을 서술하고 있다.

넷째 단락은 16~17행으로 화자의 내면세계를 보여 주는 독백 부분이다. '의원'에게서 부드럽고 따스한 정을 느끼게 된 화자가 마침내 그에게서 고향과 아버지를 느끼게 되었다는 감정의 토로는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는 평범한 서술로 나타나 있다.        

   


5. 별 헤는 밤 /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 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 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한국 현대시 500선 양승국. 양승준 지음 발췌-   

        

이해와 감상

아름다운 이상에 대한 동경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난해함이 없는 산문체의 질서적 표현 기법으로 친근감과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이 시는, 가을 하늘과 별과 시인의 고향이 되어 버린 북간도(北間島)의 이국정조오 망국(亡國)의 민족의 비애와 함께 어울려 애잔한 감동을 느끼게 해 주고 있다.

'별'은 이 작품의 중심 소재로서 윤동주가 즐겨 사용하는 이상적 세계의 이미지이다.

별을 헤며 불러보는 아름다운 말들은 '추억'[소학교 때- 이국 소녀들의 이름], '사랑'[벌써 계집애들의 이름], ’쓸쓸함‘[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 '동경'[비둘기, 노루],' 시'[프란시스 잼’-시인의 이름]로 상세화되어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시인이 추구하는 별[이상]처럼 멀리 존재할 뿐이다.

밤을 새워 우는 벌레가 되어 어머니를 부르면 흙으로 덮어버린' 자신의 이름에 절망한다. 그 '부끄러운 이름'은 창씨개명(創氏改名)으로 더렵혀진 한국인 모두의 이름이자 자신의 이름에 절망한다. 그가 꿈꾸던 이상은 마침내 실현되고,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 그의 무기력했던 삶도 소생, 부활할 것임을 굳게 믿고 있다.          


7. 먼 후일 /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 (해법문학 현대시) 발췌-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의 ’당신‘은 화자의 의식 속에 있을 뿐이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당신의 모습을 기억하고 떠올린 상태에 불과한 것이다. 즉,’당신‘은 기억 속’의 당신이며, 이별하기 전까지의 ‘당신’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화자는 과거의 당신과 대화를 하는 셈이 된다.

‘잊었노라’라는 반어적 표현으로 잊을수 없는 그리움을 강하게 표현하며 1연~3연까지 ‘~면~잊었노라’라는 통사 구조를 대응하여 그리움을 더욱 강조한다.

동일한 시어인 ‘당신’,‘잊었노라’,‘먼 훗날’을 반복하여 의미 강조와 운율이 나타낸다.


"시 내용을 살펴보고, 시 창작을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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