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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로 Feb 24. 2023

갑상선 환자는 미역이나 김 같은 것 먹으면 안 되나요



"선생님, 갑상선으로 약 먹고 있으면 미역이나 김 먹지 말라고 하던데요"


갑상선 질환이 있는 환자들을 진료 보다 보면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갑상선 질환 때문에 약을 먹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저하증 환자 가리지 않고 모두 미역이나 김에 대한 질문은 빈번한 편입니다. 해조류는 건강에 매우 좋은 식품 중 하나입니다. 해조류는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를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해조류가 갑상선 질환 환자들한테는 왜 안 좋다는 얘기가 있는 것일까요?


해조류는 요오드 (아이오딘)가 굉장히 풍부한 식품인데 갑상선은 우리 몸에서 요오드 (아이오딘) 대사의 핵심 기관입니다. 갑상선은 우리 몸의 요오드의 대부분을 흡수해서 요오드를 통해 갑상선 호르몬을 생성해 냅니다.

잘 알려진 사실이긴 하지만 방사선 피폭이 우려되는 지역에 요오드를 제공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뉴스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될 우려로 그쪽 지역 사람들에게 요오드를 예방적으로 공급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방사능 오염사고로 발생한 요오드 131은 몸에 흡수되면 갑상선으로 가서 갑상선 기능 이상, 암 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전에 안정적인 요오드 127을 사람들에게 복용하게 함으로써 갑상선을 안정적인 요오드 127로 채워서 위험한 요오드 131 흡수를 막는 것입니다.



이러하듯이 요오드는 우리 몸에서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데 필수 재료입니다. 산간 지방 등 해산물을 잘 섭취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요오드 결핍으로 인해서 갑상선이 커지는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이전에는 많았습니다. 몸에서 갑상선 호르몬을 생산하라고 자꾸 갑상선에 자극을 주는데 재료인 요오드가 없어서 생산을 하지 못하니까 갑상선만 자꾸 커졌던 것이지요. 다행스럽게도 그런 지역은 이제는 국가적으로 소금에 요오드를 첨가해서 보충시킴으로써 세계적으로 요오드 결핍 지역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요오드 결핍이 있는 지역들이 있습니다. 그 결과 그들은 갑상선 호르몬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해서 여러 문제들을 일으키는데 대표적인 것이 태어나는 아이들이 선천적인 정신지체를 가지는 것입니다. 아직도 요오드 결핍으로 인한 갑상선 저하증은 예방할 수 있는 선천성 지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밖에도 요오드 결핍은 갑상선 암의 위험인자이기도 합니다.



이러하듯이 요오드 결핍은 큰 문제를 일으키지만 과도한 요오드도 갑상선에 나쁜 역할을 합니다. 과도한 요오드 또한 갑상선에 독성이 있다는 보고들이 상당히 있었습니다. 이것이 근거가 되어 미역 김 등의 해조류 섭취는 갑상선 환자에게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입니다.


요오드가 풍부한 지역에서 요오드결핍지역에 비해 자가면역갑상선질환이 증가하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많은 무증상 갑상선 기능저하증도 요오드 섭취가 우리나라에서 풍부해서 그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인당 해산물 소비가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입니다. 그래서 해산물에 많은 요오드 섭취도 무척 많은데 우리나라의 요오드 섭취량은 권장 섭취기준의 3~5배가량 됩니다. 일상적으로 미역 김 등을 무척 많이 먹어서 요오드 섭취량이 높습니다.



과도한 요오드 섭취는 분명히 갑상선 기능에 이상을 일으킬 가능성은 높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과도하다는 표현이 애매한데 사실 정확하게 어느 정도 먹으면 문제를 일으키는지는 잘 밝혀져 있지 않고 사람마다 다릅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미역국 정도로는 크게 악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리고 설사 영향을 준다 하더라도 치료가 필요 없는 미미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나 갑상선 질환 때문에 약을 이미 먹고 있는 환자들은 이미 훨씬 더 강력한 작용을 하는 약물을 복용 중이기에 일상생활에서 미역 김 등을 먹는 것이 큰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또한 갑상선 암 환자들 중 대다수인 갑상선을 절제해서 없는 사람들은 이미 요오드 대사할 갑상선이 없기에 자유롭게 먹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간혹 갑상선암은 요오드를 피해야한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갑상선암은 치료 후 방사선요오드 치료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과거에는 이 치료 전에 저요오드식이를 권장했고 이 내용이 와전된 것으로 보입니다. 방사선요오드 치료가 예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요오드를 피할 필요가 없습니다.



갑상선 질환으로 약을 먹는 환자들에게는 그래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매일 하루 3끼 미역국을 먹는다는 것이 아니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먹으면서 생활하셔도 됩니다. 단지 다시마환 같은 해조류를 농축시킨 건강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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