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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로 Oct 13. 2023

환자 옆에 MM은 무슨 뜻인가요? 말이 많다는 뜻이다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대학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된다. 그래도 대학병원은 가짜지만 그래도 교수 타이틀 권위 덕분인지 이상한 진상 환자들은 동네보다 더 적다고 얘기한다. 대학병원에서는 아무래도 환자들이 컴플레인하기가 쉽지 않다. 대학은 환자 한 명 한 명이 아쉽지 않기에 그러한 진상에 대해서 불친절로 응대하는 경우도 많다.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데 가라는 식으로라는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 동네의원에서 별로 보고 싶어 하지 않은 환자는 대학병원으로 진료를 권유하기도 한다.  


나도 병원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보았는데 정말 환자들의 병도 다양하지만 진상 또한 다양하다.

톨스토이의 말을 빌리자면 좋은 환자는 대부분 비슷한데, 진상 환자는 그 이유와 행동이 제 각각인 것 같다. 다행스러운 점은 대개의 큰 병원들은 그러한 환자들을 대응하는 고객만족팀이 있고 그에 따른 프로토콜이 잘 정립되어 있다. 그리고 여기는 내 가게가 아니기에 굳이 내가 기 써가면서 그 사람을 상대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고객만족팀에게 맡길 수 없는 쉽지 않은 환자, 바로 말이 많은 환자이다…


의사로서 당연히 환자의 말은 다 듣고 싶고 중요하다. 환자들이 무심코 얘기하는 과정에서 병명의 진단에 힌트를 얻기도 하고, 치료과정에 도움이 되는 점이 있다. 환자들의 가족력, 직업, 활동 습관, 언제 먹는지 언제 자는지 등의 정보는 모두 치료하는데 참고가 되고 도움이 된다. 사실 환자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여기에서 정보를 얻는 것은 인공지능도 대체 못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항상 문제는… 그냥 다 듣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안녕하세요. 검사 결과는 이러저러합니다. 약은 잘 드셨나요. 앞으로 치료는 이런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약을 변경하겠습니다. 변경하는 약은 이런 부작용이 있으니 알아두세요……."


위와 같은 진료를 하는 과정에서 치료에 상관없는 이야기가 나오면 환자의 말을 자르기 일쑤이다. 절대 다수의 환자분들도 대기가 많음을 알고 있기에 대부분은 의사의 시간을 많이 뺏지 않으려고 하며 정말 필요한 궁금증만 해결한다.


하지만 꼭 그러하듯이 남의 기다림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들도 있다. 질문을 쉴 새 없이 한다든가 아니면 정말 본인의 삶의 이야기를 계속적으로 풀어놓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면 정말 그냥 지나치게 말이 많은 환자들이 있다. 그런 환자들은 정말 대응하기 난감하다. 딱히 화를 내거나 소란을 피우는 것도 아니기에 내보내기도 어렵다. 이 진료 한 번을 위해 예약시간 넘게 그 환자가 기다린 시간을 생각하면 딱히 뭐라 하기도 그렇다.


문제는 이런 환자들이 시간을 많이 뺏고 나면 그다음 환자가 씩씩거리면서 들어오면서

“앞에 환자는 왜 이렇게 진료를 오래 동안 봐준 건가요. 나도 오래 봐주세요”라고 말한다.

정말 폭탄을 한번 맞으면 쉽지 않다.


그런 시간을 많이 뺐는 환자들은 의사들도 미리 대비를 해놓아야 하기 때문에 대게 차트에 본인이 아는 표시를 해놓는 경우가 많다. 요새는 다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차트라서 차트에 직접 기록해 놓는 경우는 드물고 메모장 같은 것을 사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과거의 교수님들은 아예 의무기록 차트에 직접 표시를 해놓기도 했다. 예전에 어떤 노교수님 차트에 MM이라는 표시가 보여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교수님 이 환자는 MM, 그러니까 다발성 골수종(multiple myeloma) 환자인 것인가요?”

“아니, MM 즉, '말이 많다'는 뜻이다”

“………….”


과거나 지금이나 이런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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