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을 올리라는 병원장님의 특명을 받았다’
솔직히 말해서 대학병원 의사 입장에서 매출을 올리는 것은 매우 쉽다.
대학병원에 환자는 항상 많다. 더 많이는 볼 수가 없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냐고. 한 사람당 더 많이 뽑아내면 된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검사를 더 하면 된다. 아니면 환자들을 입원을 더 많이 시키면 된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정말 대학병원 의사로서의 양심 오로지 그것 하나 때문이다.
사실 의술이라는 것은 특별하다. 의사가 소위 장사꾼과 다른 점은 장사꾼은 고객에게 물건을 권하면 고객이 거절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어떤 환자도 의사가 강하게 권하는 검사를 거절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어떤 검사를 권하고 어떤 약을 처방할 것인가… 교과서에 다 쓰여있으면 좋지만 안타깝게도 의학교과서에 모든 것이 쓰여있지 않다. 교과서 외의 부분은 순전히 그 의사의 마음에 달려있다.
나는 한 달에 수백 명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다. 그리고 환자들은 피검사 소변검사 등의 검사들을 하곤 한다. 사실 환자들이 올 때 하는 검사 항목들은 전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이 검사를 하는데 그 이유는 안타깝지만 매출 때문인 것이 크다. 단순히 혈압약 타러 오는 환자의 다수의 검사는 불필요하다. 콜레스테롤 약을 타러 오는 환자는 콜레스테롤 피검사도 매번 사실할 필요 없다. 약만 잘 먹고 있으면 콜레스테롤은 거의 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안타깝게도 정말 나도 매출 압박을 받기 때문에 많은 불필요한 검사들을 처방한다. 수가지의 검사를 매번 처방한다. 그래도 옆방의 저 교수보다는 내가 양심적이지 않냐고 스스로 위안하며….
수백 명의 환자들을 진료하기에 1만 원짜리 피검사 하나씩만 더 처방하면 나는 다음 달 수백만 원의 매출이 오를 것이고 병원장의 칭찬을 받게 될 것이다. 참 양심이 걸리는 부분이다. 내가 무슨 TV에 나오는 명의도 학계의 대가도 아니고 대학병원에서 평범한 가짜 교수인 내가 진짜 교수로 무사히 승진하는 방법은 매출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매출을 올리는 또 한 가지 방법은 환자 입원을 많이 시키는 것이다. 환자들이 입원하면 당연히 매출이 오른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점은 대부분 경우 입원환자들은 병원 입장에서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매출은 오르지만 환자 한 명이 입원 오면 내는 비용이 간호사 등의 인건비와 상쇄된다. 오히려 입원하면 입원할수록 마이너스 구조가 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장기 재원환자들이 그러하다. 마치 카페에서 커피 한잔 시켜놓고 자리만 죽치고 있으면 오히려 카페사장에게 손해인 것과 똑같다.
대부분 병원의 핵심치료나 검사는 입원하고 나서 수일 내로 다 끝난다. 마치 카페에서 초반에 주문하고 그 뒤로는 잘 주문하지 않는 것과 똑같다. 핵심 치료가 끝나고 나면 그 뒤로는 병원입장에서는 수익을 갉아먹기만 하는 것이 장기재원환자가 된다. 그래서 환자들이 많이 몰리는 대학병원일수록 환자를 수일 내로 퇴원시키고 입원을 꺼리고 웬만하면 집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진료 보는 것을 권유한다. 오래 있을 것 같으면 요양병원으로 전원을 보낸다. 그곳은 당연히 대학병원보다 관리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환자가 오래 있어서 부담이 없지만 대학병원은 인건비나 관리비가 훨씬 더 많이 든다. 환자를 입원시키는 것이 매출 자체는 증대시키지만 막상 순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정 위에서 매출압박이 오면 좀 입원을 자주 시키는 편이다. 병원 측이 나에게 순수익을 올리기를 바라는지 매출을 올리기를 바라는지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고 의사의 양심이 있기에 아무나 입원시키는 것은 아니다. 명백히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입원치료를 해야 하고 명백히 불필요한 환자는 돌려보낸다. 문제는 그 사이에 애매한 회색지대가 있다는 것이다. 누구는 입원하고 누구는 입원이 불필요하냐의 문제는 교과서에도 명확하게 와있지 않다. 물론 어느 정도의 기준은 있지만 입원이 애매한 사람을 입원시키고 말고는 다소 저속한 표현이지만 의사의 그날그날 기분이 어떻게 당기냐에 달려있기도 하다. 그만큼 입원이 애매한 경우도 많다. 그러면 그 경우 당연히 매출도 고려하면서 입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어떻게 하냐고. 아무리 매출이 중요하다지만 양심을 팔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나름 양심도 지키고 매출도 지키기 위해 그냥 이렇게 한다. 입원하기 애매한 경우는 환자에게 이렇게 물어본다. 참 어떻게 보면 의사로서 무책임하지만 나름 최선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하면서
‘환자분, 입원하고 싶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