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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로 Oct 05. 2023

교수님 약값이 너무 비싸요

환자분이 얘기했다. “교수님 약값이 너무 비싸요. 어떻게 해주세요.”

 

약값, 진료비, 비보험 … 

이런 말들은 사실 의사로서 가장 안 들었으면 하는 얘기들이다.

대학병원에 있으니 고고하게 환자에게 최선의 처방과 치료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데 또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내 돈이 소중하듯 환자에게도 돈이 소중하다.

 

 

가짜 교수로서 병원의 매출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왠지 약값이 비싸다는 등의 얘기를 들으면 왠지 내가 장사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환자들이 돈 얘기하는 것이 당연히 중요한 일이지만 나는 대학병원의 고고함에 젖어 있어서 그런지 돈 얘기는 내키지가 않는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중요한 얘기인 것은 잘 안다.

 

한 가지 환자분들이 대다수 모르는 것은 (나도 의사 되고 나서야 알았지만), 진료실에서 더 비싼 약을 처방한다고 해서 병원의 수익에는 1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병원에 수익이 되는 것은 오로지 환자가 병원에서 결제한 금액만 해당이 된다. 그렇다면 약국에는 도움이 되느냐고 하면 놀랍게도 약국의 수익에도 1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약국도 몇 명이 약국을 방문해서 약을 조제받는지가 수익에 중요하지 무슨 약을 처방받는지는 그렇게 수익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비싼 약은 오로지 그 약을 파는 제약회사들만 좋아한다.

 

그럼 도대체 왜 대학병원 약은 비싼 것일까. 우선 가장 큰 이유는 대학병원에 있으면 아무래도 최신 의약품이 먼저 들어오고 또 외국계 제약회사 약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약도 전자제품과 똑같아서 가장 최신의 약은 당연히 더 비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 약품들이 나오면서 가격이 조금씩 떨어진다. 정말 전자제품과 똑같다. 그리고 최신의 약은 아무래도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먼저 개발하는 약품들이 많다. 아무래도 대학병원에 있다 보니 환자들에게 최선의 처방을 하기 위해서 가장 최신의 좋은 약을 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비싸다.

 

문제는 이제 경쟁약, 특히 제네릭이라고 불리는 복제약이 등장하는 경우이다. 복제약 (제네릭)은 대개 약 30퍼센트는 약값이 더 싸다. 문제는 과연 이들이 원래의 약과 동일한 효과인지 확실히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당연히 환자들을 위해서는 이왕이면 가격이 더 싼 약을 처방하고 싶다. 어차피 무엇을 쓰든 병원 수익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에…


복제약을 생산한 제약회사들은 뻔질나게 방문해서 효과가 동일하다는 데이터들을 들이밀면서 복제약을 써 달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대부분 복제약을 생산한 제약회사들은 다국적 제약회사의 규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우리 나라 제약회사는 다국적 제약회사처럼 자체약으로 거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능력이 없다. 따라서 가지고 온 자료도 신뢰가 100 퍼센트 가지를 않는다. 하지만 값이 싸다. 효과가 100퍼센트 같은지는 모르겠으나 또 효과가 없는 것 같지도 않다. 약을 처방할 때 이러한 고민들은 정말 나를 머리 아프게 한다.

 

 

나는 내가 처방하는 대다수의 약들의 가격을 대략적으로는 파악하고 있다.

그럼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처방하냐고.. 처음에는 ‘그래도 대학병원인데’ 하면서 모두 제일 비싼 최신 약을 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환자들은 확실히 치료에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접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말하지 않아도 분명히 느껴지는 분들이 있다. 고민하다가 내린 결론은…. 

 

‘기본적으로는 비싼 오리지널을 주고 행색이 많이 어려워 보이면 복제약을 주자.’

 

이게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병원이 무슨 명품샵도 아니고 환자의 행색에 따라 약을 차별한다는 것이…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환자들한테 대뜸 비싼 오리지널을 원하나요. 값싼 복제약을 원하나요. 물어보기도 어렵다. 그렇게 물어보면 왜 그런 것을 물어보냐는 환자들도 있다..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것이 말은 좋지만 쉽지 않다. 무엇보다 3분 30초의 진료시간 동안 약값을 가지고 환자와 열띤 논의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라리 어떨 때는 환자들이 비싼 약 원함. 싼 약을 원함. 등을 표시해서 진료실에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최선의 진료를 한다는 것이 꼭 모든 환자에게 최상의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도 진료를 보는 것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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