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케로 Oct 22. 2023

이렇게 하면 필수의료는 무조건 살릴 수 있다


최근 들어 필수의료 관련된 논의가 정말 뜨거운 것 같다.

이제 모두들 필수의료 진료과목 –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내과 등이 인기가 없고 지원자가 줄고 있으며 그에 따라 진료를 보기 힘들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의술의 가장 근본이 되는 소위 사람 살리는 진료 과목들이 가장 인기가 없고 진료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 정말 황당한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연일 나서 필수의료를 살리겠다고 앞다투어 얘기한다.


하지만 소위 필수 진료과에서 일하는 의사 입장에서 드는 생각은 필수 의료과는 앞으로도 좋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하지만 현 틀 안에서는 필수의료과는 절대 좋아질 수가 없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인구는 줄고 있다고 하고. 무엇보다 시내 가면 병의원 간판은 넘치는데 소아과 진료는 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 이유는 모두들 알지 않는가. 필수의료를 점점 의사들이 안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정책은 과거와 바뀐 것이 없는데 왜 이제 와서 점점 더 문제가 커지는 것일까.


필수의료과라는 것은 소위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되고 반드시 필요한 과이다. 바꿔 말하면 거의 대부분의 처방, 시술이 나라의 보험 정책의 테두리 안에 있고 나라의 가격통제를 받는다. 그래서 필수의료과들은 나라의 정책에 따라 돈벌이가 다르다. 나라에서 환자 한 명당 1만 원이라고 정해주면 1만 원만 받는다. 의사는 원하는 만큼 자신의 치료에 가격을 부를 수 없지만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생명과 직결되는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치료 (미용, 성형 시술 등) 은 나라에서 아예 관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쌍꺼풀 수술은 의사가 환자에게 돈을 100만 원을 받든 1000만 원을 받든 심지어 1억 원을 받든 나라에서는 상관하지 않는다. 비보험 치료를 주로 하는 의사들이 인기가 있고 떼돈을 벌 수 있는 이유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은 아주 오래되었는데 왜 갈수록 핵심 진료 과목들이 비인기과들이 되어가는가. 그건 바로 소위 필수의료 VS 비필수의료( 대표적으로 미용)의 벌이 격차가 점점 더 커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소위 필수진료과의 대표 격인 소아과를 전공하고 레지던트 과정을 끝내고 전문의로 열심히 일하면 의과대학만 졸업하고 미용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일반 의사와 벌이가 큰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더 나름 자부심이 있고 존경받는 소아과 전문의를 사람들이 더 희망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는 내 느낌상으로 소아과 전문의와 미용을 주로 하는 의사의 벌이 차이는 2-3배가 난다. 왜? 소아과는 나라에서 가격을 통제했고 미용 시술 가격은 수요에 따라 끝없이 증가했기에… 과거에는 점 빼고 쌍꺼풀 수술만 했지만 이제는 정말 별의별 미용 기술들이 다 나오기 시작했다.


누가 똑같이 공부했는데 2-3배 적게 버는 직업을 선택하겠는가.. 의과대학만 졸업하고 레이저 시술 배우면 바로 2-3배 벌 수 있는데 왜 힘들게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서 적게 버는 소아과를 지원하겠는가. 사람들이 소아과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많은 젊은 의과대학생들이 과거와 달리 힘든 인턴, 레지던트를 하지 않고 피부미용 시장에 들어가게 된다. 설사 수련을 한다고 하더라도 필수 진료과목을 선택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다. 필수의료 과목은 공산주의 가격 통제를 받고 있고 피부미용 시장은 자본주의 아래에 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우리 모두 공산주의가 자본주의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안다.  사람은 배고픈 것은 참지만 배 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 똑같이 공부하고 똑같이 노력하는데 어떤 사람은 훨씬 더 여유 있고 풍요로운 삶을 살고 어떤 사람은 적게 번다고 하면 누가 그렇게 하겠는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대 정부에서 내놓은 해법은 크게 2가지인데

하나가 필수의료의 수가, 즉 통제하고 있던 받는 가격을 올려준다는 것이고

둘째가 의대 정원 확대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정책 모두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지금 소아과와 미용 전문의의 벌이는 2~3배 차이가 난다. 그러면 격차를 줄이고 소아과에 지원하게 하기 위해서는 소아과 의사가 받는 돈을 2배는 올려줘야 한다는 말이 된다. 즉 10000원 받을 것을 12000원 받는 것이 아니라 2만 원을 받게 해 줘야 한다. 찔끔 올려서는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필수진료는 대부분 국민건강보험 재정으로 나라에서 가격을 정해주고 상당 부분 지원해 준다. 따라서 수가를 2배로 올려주려면 국민들의 건강보험료를 2배 올려야 한다. 당연히 시행하기 불가능하다. 그리고 설사 올려줘도 금방 다시 벌이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두 번째가 의대 정원 확대인데…  의대생 100명 중 1명이 소아과를 지원한다고 한다면 200명으로 정원을 늘리면 2명이 지원할 테니까 의대정원을 확대하면 분명히 필수진료 인력은 늘어날 수밖에 없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소아과 지원자는 정원의 16% 정도이다. 현재 구조에서 16%를 100%로 만들려면 정원을 7배는 늘려야 한다. 의과대학을  지금보다 7배는 더 지어야 소아과 필요 인력을 맞출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의대정원 확대도 당연히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내가 생각했을 때 해법은 하나이다. 극단적인 방법이고 현실성도 높진 않다. 하지만 이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다. 나라에서 수가를 2배 올려줄 의지도 돈도 없다. 아래를 못 올리겠다면 위에를 내리찍는 방법 밖에 없다. 격차가 줄면 자연스레 과거처럼 필수 의료로 지원자들이 몰린다.  


지방과 서울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점점 사람들이 점점 더 서울로 몰리게 되었다. 그럼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정책을 쓰면 될까? 지방 살리기? 그것이 가능했으면 지금처럼 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을 살기 힘들게 만들면 된다. 실제로 서울의 집값이 폭등해서 서울이 살기 힘들어지면서 서울에 쏠림 현상이 다소 완화되었다고 한다. 


의료도 마찬가지이다. 필수의료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미용으로 대표되는 비필수의료 시장에서 적게 벌게 만들면 된다. 어떻게? 예를 들면 전 국민에게 레이저 피부 미용 을 할 수 있는 자격증을 부여하는 것이다. 전 국민이 레이저 피부미용샵을 열면 자연스럽게 의사들이 피부미용시장에 진입을 안 하게 되고 그 인력이 저절로 필수의료 쪽으로 가게 될 것이다.  솔직히 점을 빼거나 레이저로 기미 없애기 위해서 의대에서 10년 동안 공부하고 나라에서 의사를 키우는데 돈을 쓸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훨씬 더 자극을 주는 문신도 거의 전 세계가 비의료인에게 할 수 있게 허용해 주었다. 기미 없애기 위해서 왜 심장과 폐의 순환구조를 이해해야 하는가... 피부 미용하는 의사들을 낮춰보는 것이 아니다. 피부과도 엄연히 의학의 한 갈래고 중요한 의학 학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근본인 필수진료과가 무너지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젊고 능력 있는 의사들을 레이저기계 직원들에게 레이저 사용법을 배우게 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의학에 매진하게 하는 것이 나라 발전에도 옳다고 본다. 


나도 한 명의 의사로서 당연히 위를 찍어 누르는 것보다 아래를 올리면서 격차를 줄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까지도 안되었고 앞으로도 안 될 것이다. 분명히 얘기하는데 이런 극단적인 방법 외에는 현재의 상황에서 필수의료가 좋아질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