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이 영양제 먹어도 되나요?" "이 병에는 이 영양제가 좋은가요?"
병원에서 진료를 보다 보면 남녀노소, 질환에 관계없이 흔하게 받는 질문이다. 보통 그럼 환자분들에게 대답한다.
“드셔도 됩니다. 하지만 효과는 없을 겁니다”
환자들이 본인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어떻게든 더 좋은 것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당연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주위로부터 ‘~가 좋다 카더라’를 듣고 불필요하게 돈을 낭비하는 모습은 다소 안타깝다. 내가 볼 때 광고되는 영양제 (건강기능식품)의 절대다수는 간, 신장에 큰 문제가 없는 사람이 먹었을 때 별 부작용은 없다. 설사 부작용이 있어도 아주 소수에만 나타날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효과도 없다는 점이다.
환자분들이 그럼 왜 효과가 없을 것으로 단정 짓는지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한다.
“그렇게 좋은 영양제라면 왜 약으로 신청해서 팔지 않습니까, 약으로 팔면 나라의 보험 혜택도 받고 엄청나게 더 많이 벌 수 있을 텐데요. 치료가 아니라 예방 목적으로도 약으로 신청가능한데요.”
잘 팔리는 약은 조 단위로도 팔린다. 일반적인 영양제가 벌어다 주는 돈에 비할바가 아니다. 좀 안 팔린다고 해도 수백억은 거뜬하다. TV 광고 하나 없이 말이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은 신약 후보물질을 발견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닌다. 무엇이든지 효과가 있다고 하면 전부 시도해 본다. 장 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기생충도 치료제로 개발한 것이 제약회사들이다. 그런데 왜 그토록 많은 영양제나 건강기능식품은 약으로 안 만들고 TV 광고를 통해서나 사람들에게 사도록 유도할까. 당연히 가장 큰 이유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약으로 만들 수가 없다.
물론 영양제로도 사용되고 약으로도 만들어서 파는 물질도 있긴 하다. 대표적인 것인 오메가 3인데, 오메가 3 같은 것은 영양제로도 널리 잘 사람들이 복용하고 있고 병원에서 약으로도 처방하기도 한다. 이는 오메가 3이 심장 질환 예방 효과도 어느 정도는 인정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효과만 있으면 회사는 무조건 약으로 만든다. 당연하지 않은가. 큰돈을 벌 수 있는데..
광고하는 대개의 영양제들도 ‘논문이 있다. 연구가 되었다’ 고 주장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닌 동물 실험 혹은 아주 적은 수의 시험자들을 대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그럼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안 하느냐고… 여러 사람을 대상으로 하면 효과가 없게 나올 가능성이 높기에 그렇다.
그리고 영양제가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툭하면 유행하는 영양제가 바뀌기 때문이다. 희한하게도 환자분들과 얘기하다 보면 좋다는 영양제는 끊임없이 바뀐다. 영양제가 무슨 패션 스타일링도 아닌데 트렌드가 있다...
과거에는 클로렐라, 알로에, 녹차 추출물, 로열젤리 등이 유행하더니 최근에는 크릴오일, 글루코사민, 흑염소즙 등을 물어보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하지만 영양제가 효과가 좋다고 한다면 계속적으로 그 영양제가 널리 팔려야 되는데 왜 끊임없이 유행을 타면서 시장을 선도하는 새로운 영양제가 생기는지 모르겠다. 내가 처방하는 대다수의 약들은 나온 지 수십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어마어마한 매출을 내면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데 말이다.
나는 그래서 영양제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환자분들 한 명 한 명에게 돈 아까우니까 먹지 말라고 설득은 굳이 하지 않는 편이다. 몸에는 효과가 없어도 마음에 안정감을 주면서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간혹 부작용이 좀 걱정되기도 하는데 영양제 만드는 회사들에서도 부작용 논란은 큰일이기에 어느 정도 관리는 하는 것 같아서 대개는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그와 관련해서 어떤 교수님이 우스갯소리로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K교수, 우리나라에서 영양제 부작용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그 영양제가 문제가 될 즈음이 되면 사람들은 새로운 유행의 영양제를 먹고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