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으나 오지 않았다.
봄이다. 봄.
길가에도 봄이오고 우리집에도 꽃들로 봄이 왔는데 나는 아직 기모로 된 티셔츠를 입거나 두툼한 가디건을 입고 출퇴근하고 있다. 여름이 빨리 온다더니 봄은 건너뛰고 여름만 올건 가 보다 아직 겨울 같다.
길가에 핀 벚꽃이라도 아이와 구경하러 가려고 했더니 토요일에는 또 비가 온단다. 올해 벚꽃 구경은 끝이겠구나 싶다...
봄을 느낄 다른 방법을 고민하다가 봄나물을 떠올려 본다. 엄마는 늘 계절에 변화에 맞게 밥상을 차려주셨던 것 같다. 봄에는 봄나물, 여름에는 무더운 날씨를 이겨낼 복달임 음식을 가을에는 영근 곡식이 풍성한 식탁을 선물해 주셨다. 겨울에는 따뜻한 군고구마와 귤이 한 가득 배를 채워주었던 기억...
우리 아이도 계절이 달라지면 음식도 달라진다는 풍류를 배우고 제철음식 먹고 기운 듬뿍 나라고 제철음식을 가득 올린 상을 차려본다.
냉이향 가득하게 문어와 냉이 넣고 솥밥도 하고 겨울을 이기고 자란 쪽파로 파김치도 담고.
향긋한 미나리 넣고 돌돌 말아 미나리 김밥도 쌌다.
아낌없이 주는 마늘로는 풋마늘무침, 나물도 하고.
한 입 머금는 것만으로도 봄이 물씬 느껴진다. 밖은 춥지만 따뜻한 밥 한 그릇으로 따뜻한 내 엄마의 마음을 느끼고, 내 아이도 느껴보라고. 오늘도 부지런히 밥상을 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