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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Apr 17. 2023

오늘 아침, 출근길

월요일 도로는 항상 빽빽하고, 그 속에서 내 차선을 놓칠세라 끼어들기도 하고(지금 기필코 들어가야 한다.), 틈을 허용하지 않고(지금 한 대 끼워주면 몇 대가 더 꼬리를 물고 끼어들지 모른다.), 노란불에 전속력으로 달리기도 한다. 버거움과 긴장감이 뒤섞인 월요일 도로를 피하고 싶어 평소보다 10분 일찍 출근길을 나섰다. 버스를 타고 가려다가 아직 쌀쌀한 아침 기운을 느껴 차를 끌고 나온다.


조금 일찍 나섰더니 생각보다 도로가 한산하다. 마치 금요일 아침 출근길 느낌처럼 여유가 느껴지는 오늘이다.

출근길 코스에 자리 잡은 승차구매(drive-through)가 가능한 커피점은 나로 하여금 우측 방향 지시등을 넣게 만든다.


"그냥 지나치면 섭섭하잖아?"

"요 며칠 쌩~~ 하고 도도하게 지나치더라."

"오늘 커피 안 마시고, 과연 괜찮겠어? 버티기 가능해?"


나의 저질 의지력을 다 알고 있다는 듯, 엠블럼 속 인어 공주가 나를 생각해 주는 척, 능글맞게 웃으며 자꾸만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따뜻한 슈크림 라테 그란데 사이즈 한 잔에 샷 추가, 시럽은 한 번하고 반 만 넣어 주세요."


결국 나는 넘어가버렸다. 

 한 잔을 컵 홀더에 끼우고 유유히 떠나는 내 차 뒤꽁무니를 또다시 능글맞게 웃으며 바라보는 엠블럼 속 인어공주가 내 차 룸미러로 보였다.

"확! 마!"

"웃지 마!"

인어공주가 양면에 다 있다는 걸 오늘 알게 됐다.


그리고 사무실 주차장에 도착한 지금.

차 안에서 따뜻한 라테를 한 모금씩 마시며 평화로운 내 마음을 느낀다.


"고마워요, 인어공주. 오늘도 나는 평범하고 소중한 하루의 시작을 느껴요. 오늘 나를 향해 열심히 쏴 줬던 그 웃음이 능글맞음이 아니라 잘 시작하라는 응원이라고 느낄게요."


아무래도 내일 또 갈 것 같다.

잘 넘어가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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