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아 스키오니 마을 동산에 오르다.
오늘은 우리가 머물고 있는 숙소 뒷 산에 올라가 보기로 했는데 많이 높은 산은 아닌 듯싶어 산책하듯 다녀오기로 했다.
바닷가 마을에 머물며 산에 오른다는 일이 조금은 이상할 수도 있는데 딱히 할 일을 정해 놓지 않은 우리는 이름도 나와있지 않은 산(?)에 올라 바다와 함께 마을 전체 풍경을 보기로 했다.
오르는 길이 경관이 좋고 길이 잘 정비되어 올라가는 내내 수월했다.
이 산 역시 봄에 피는 모든 꽃들이 모여 향연을 펼치고 있었는데 향기도 뿜어대며 몸을 흔들고 있다. 그러자 어디서 왔는지 모를 벌들도 함께 가세를 한다.
이름 모를 처음 보는 꽃들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 휴대전화를 자꾸 열어보지만 모든 꽃들을 하나하나 구글(google)에 묻고 가기엔 무리였다.
일일이 다 알아보고 간다면 몇 시간이 소요될 것 만 같았다.
그중 자주 보이는 꽃들은 재스민을 비롯해 시스투스(cistus albidus), 개나리꽃과 비슷하게 생긴 금작화, 무궁화와 닮은 협죽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 외에도 다양하다.
걷는 길 한 고개 지나면 금작화가 잔뜩 피어있고 또 한 모퉁이 돌고 나면 강아지풀이 가득해 마치 멀리서 보면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양 그렇게 천지에 퍼져있었다.
길 걷는 동안 어떤 꽃들이 우리와 마주할지 기대와 호기심이 자꾸 생긴다.
빨간 개양귀비 꽃과 키 작은 야생화들도 동산에 펴져 있는데 마치 오래전 스위스 인터라켄 여행 당시 쉬니게플라테(Shhynige Platte) 온 사방에 퍼져있던 야생화들이 떠올랐다.
이렇게나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지천에 피어있는 걸 보는 게 오랜만이다.
아무도 오고 가는 이 없는 한적한 등산길에 알록달록한 꽃들과 함께 하니 전혀 심심하지 않다.
산길을 오르며 가끔씩 뒤돌아보는 풍경도 빼어나다.
푸른 숲과 바다 그리고 아름다운 마을이 바로 아래 있으니 어디를 찍어도 훌륭한 그림이다.
산 주변의 언덕에는 올리브 나무가 산 전체를 뒤덮고 있는데 이 높은 곳에도 올리브 나무들이 정렬되어 심어져 있는 곳이 여러 곳 있다.
높은 곳, 넓지 않은 좁은 공간의 언덕에 정렬되어 심어진 올리브 나무들이 신기했는데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이 올리브 나무들을 심기 위해 트랙터들이 이동한 길이었던 것이다.
결국 넓은 길은 트랙터의 이동을 위해 냈던 것이었다.
다행히 그 덕에 이름도 없는 마을 뒷 산인데도 편안히 걸으며 빼어난 경치들을 볼 수 있어 우리에겐 다행이었다.
드디어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우리가 걸어온 길이 멀리 실처럼 드러난다.
산 아래엔 올리브 나무 가득한 초지도 보이고 우리가 걸어온 길도 멀리 보인다.
마치 초록색 카펫처럼도 보인다
올리브 나무 카펫이 끝날 즈음엔 붉은색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아담한 마을을 이루고 있고 그 앞엔 푸른 바다가 넓게 펼쳐져 있다.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듬뿍 마시고 싶어 큰 숨을 들이쉬어본다.
좀 더 오래 높은 곳에서 멋진 경치를 즐기고 싶었지만 이 길은 등산로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아니다 보니 등산객을 위한 벤치는 찾을 수 없었다.
이런 줄 알았으면 돗자리라도 챙겨 오는 걸 그랬나 보다.
산을 내려와 숙소로 돌아오는 길,
마을 레스토랑에 들러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사십 년 가까이 된 레스토랑으로 규모가 소박한 가게다.
점심식사로 기로스와 가지구이 그리고 맥주를 주문했다.
등산을 하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는 언제나 정답이기 때문이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둘이 먹기엔 다소 많은 음식이다.
먼저 가지 구이를 먹어보니 과자처럼 튀긴 듯한데 내 입맛에 딱이다. 가지요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우리 부부에게 계속 먹고 싶어지는 메뉴가 되어 버렸다.
음식 맛이 아주 맛있다고 얘기하니 무척 좋아하신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매우 놀라며 즐거운 여행 이어가가며 덕담도 해준다.
마을 사람들 모두 상냥하고 친절해 기분이 좋다
오늘도 날씨는 맑지만 바람이 분다.
바다에서 수영은 도저히 무리라 바닷가만 거닐다 숙소로 들어와야 했다.
이런 날이 계속된다면 정말 바다에 몸도 못 담그고 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 글은 2024년 5월 그리스 여행을 하며 기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