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시 머물고 싶은 곳 - 그리스 크레타.
오늘은 크레타를 떠나는 날이다. 우리의 그리스여행이 마지막이라는 의미이다.
3시간 가량 운전을 해서 다시 이클라리온으로 가야 한다. 다행히도 그리스에서 자동차 운전은 참 편안하다. 차도 많지 않을 뿐더러 난폭하게 앞질러 가려고 용쓰는 차들도 없다. 오히려 바쁜 사람 먼저 가라고 갓길로 운전하며 배려하는 나라이다. 갓길운전이 위반인 우리와는 정 반대의 교통법규를 갖고 있는 나라가 그리스이다. 양보 운전이 몸에 배인 그리스인들이 갑자기 대단해 보인다. 보통 1차선은 아예 비워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운전하는 마음은 어떤가? 챙피한 얘기지만 나도 운전대를 잡으면 여유가 많이 사라지곤 하는데.... 이들이 갖고있는 여유는 어디에서오는걸까? 부럽기도 하다.
아테네로 가기 전 말을 탔던 가게 사장님이 우리에게 꼭 가보라며 소개해 준 Bali라는 마을을 방문했다. 이곳은 관광지이다. 그래서 그런지 성수기가 지난 이곳은 참으로 조용하다. 걸어다니는 사람 조차 볼 수 없는 고요한 마을이다. 마을 뒷쪽에 잔잔히 흐르는 바다가 우릴 반겨준다. 크레타 섬에 있는 바다의 풍경은 대부분 평화롭고 아름답다. 바로 물에 뛰어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정도로 잔잔한 호수같다.
우리는 맑고 예쁜 바다를 지나칠 수 없어 바다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차갑지 않고 수영하기 딱 좋은 온도다. 아무도 없는 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바다에서 우리만 수영을 할 수 있다니.... 이런 경험을 아무곳에서나 누릴 수 있었다니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다. 이런 여행의 기회를 내게 선물해준 남편에게 또다시 고마운 마음이다.
세상에나~~ 바닷물 깊지 않은 곳에서도 작은 물고기들이 떼지어 다닌다. 놀랍고 신기할 뿐이다. 바닷물이 맑고 깨끗해서겠지. 하지만 오래 머물 수 없는 상황이 아쉽다. 우리에게 이 마을을 꼭 들렀다 가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숨은 보석과 같은 Bali 마을! 꼭 다시 방문하리라.
아쉬운 30여분 정도의 바다수영을 즐기고 아테네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클라리온 공항으로 향했다.
오후 2시가 지나서야 Athens에 도착했다. 내일 새벽 비행기로 이스탄불에 가야하기에 예약해둔 오늘 묵을 숙소에 먼저 찾아갔다. 공항에서 가까운 숙소를 찾아야 했기에 조금은 어려웠지만 다행히 아담하고 모든게 잘 구비된 공항에서 가까운 숙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스에서 마지막 만찬은 레스토랑에서 하기로 했다. 정보를 얻기 위해 숙소 주인에게 물으니 친절하고 자세하게 안내한다. 숙소주인이 소개해 준 레스토랑은 바다옆에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이었고 직원도 친절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 'seafood verity' 양이 엄청났다.
메인요리가 나오기 전 빵이 두번이나 나오고 그리스 전통 술인 오조도 준다. 샐러드도 푸짐하게 나오고 맛도 좋다. 주는 대로 다 먹으니 메인요리 나오기 전에 배가 이미 차버렸다. 또 중간에 '주키니볼'이라는 튀김이 나왔는데 맛이 쌉싸름하면서도 독특하고 매력적이다.
드디어 메인요리가 나왔다. 새우, 오징어, 멸치, 홍합튀김이 섞여 있는 요리인데 양이 어마어마 하다. 메인요리나오기 전 음식을 배부르게 먹은게 얼마나 후회되던지.,,, 결국 남기고 말았다.
1인당 12유로에 이렇게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해산물 요리라니... 한국에서는 생각도 못할 신선하고 맛난 요리인데....남기게 되다니 너무 미안했다. 이어 나오는 디저트도 아이스크림과 달달한 케잌이 나왔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이 맛난 걸 사양할 수 없어 디저트를 모두 먹고나니 몸이 무거워져 발걸음 한발자국 떼기 조차 어렵다. 웨이터에게 결코 맛이 없어서 남긴게 아니라고 말하고 친절한 서비스와 맛난 식사에 팁도 후하게 주고 나왔다. 헹복한 만찬이었다.
식사 후 레스토랑 뒤쪽에 있는 바다의 모래사장을 잠시 걸었다. 밤바다 바람이 조금은 스산하다. 그리스를 떠나야 하는 아쉬움과 섭섭한 마음에서일까? 언제 다시 올수 있을까?
내일은 이스탄불로 가야한다.
새벽 5시 비행기이다.
숙소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왠지 무겁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