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인들이 기억하고 싶은 거리

- 8.25 거리, 1821 거리

by 담소

이라클리온 메인거리를 산책했다.

크레타인들이 잊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역사적인 거리를 걸어보기로 했는데 바로 '8.25 거리'와 '1821 거리'이다.

그리스와 국경을 마주한 옆나라 터키인들이 그리스인들을 무차별하게 학살한 날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한 거리가 바로 8.25 street이다.

이 고통스러운 날을 기억하고 싶지 않을 텐데 이들은 그날을 도시의 중심 거리의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의도라 생각하니 이들의 국민성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마치 일본과 한국이 거리로는 가깝지만 마음 한편으론 멀 수밖에 없는 나라로 인식되는 것처럼 그리스와 튀르키예가 바로 그런 나라이다.

영토와 정통성을 서로 부르짖고 자존감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피를 흘렸던 사람은 그 나라의 국민들이었다. 특히 크레타에서 튀르키예인과의 유혈사태가 바로 그 증거이다.

여전히 두 나라는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중에서 크레타는 그리스의 다른 섬과 다르게 그리스인들의 슬픔과 아픔이 짙고 강한 국민성을 품고 있는 섬이라고 할 수 있다.

20191105_145429.jpg 이라클리온 8.25 거리

지금 이 거리에서는 아픈 상처는 사라지고 관광객들의 가벼운 발걸음과 길 양쪽에 레스토랑과 기념품 가게. 그리고 호텔들이 이 거리의 잔잔한 평화로움을 만들어 내고 있고 크레타인들의 강인함을 보여주듯 사자분수의 입에서는 물을 뿜고 있었다.

기념품 가게에서는 올리브로 만든 비누, 올리브 오일 그리고 전통자수를 놓은 소박하고 정성이 담긴 옷들과 수제품들이 많이 전시되고 있었다.


이 길 끝 멀리에는 항구와 koules요새가 보인다.

이 요새는 베네치아 건축물인데 터키 군대에 대항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되었었으며, 크레타 혁명가들을 위한 터키 교도소로도 사용되었다고도 한다.

잘 보존된 요새의 두터운 돌 벽을 걸으며 그 당시 이 요새를 구축한 베네치아 사람들의 삶이 어땠을지도 상상해 본다.

항구와 도시 및 주변 해안의 아름다운 전망이 제공되니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완벽한 장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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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ules요새


8.25 거리를 걷다가 '1821거리'에 도착했다.

1821년은 그리스가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전쟁(1821년~1829)을 시작하고 독립을 선포한 해이다.

그 결과 1830년 그리스는 독립을 승인받게 되고 1821년 독립을 선언한 해를 기념하기 위해 거리이름을 1821 street이라고 지은 것이다.

매년 3월 25일, 이 거리에서는 대학생들이 대규모로 퍼레이드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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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걸었던 8.25 거리보다 조금은 넓고 한산하며 깨끗하다.

거리 양쪽엔 여행사들과 기념품 가게, 그리고 옷가게,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늘어서있고 이 길을 끝까지 가면 바다와 접한다.

아마 관광시즌엔 관광객들로 북적거릴 텐데 지금은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북적거림 대신 조용하고 한가한 거리 탓에 오히려 여유와 낭만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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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광도 식후경,,,

이 거리에서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젤라토를 샀다.

성수기엔 줄 서서 기다리려야 사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데 오늘은 쉽게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어서 이 또한 행복하다.

역시 먹는 순간만큼 행복한 게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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